지구촌방랑/North America

로키 마운틴에서 만난 곰-맥길베리 호수 카누타기

찰라777 2012. 7. 29. 16:54

 

로키마운틴에서 만난 곰

 

 

 

▪ 곰이다!

 

재스퍼의 밤은 시끄러웠다.

도시는 불과 인구 3 천여 명 정도의 요정처럼 아름다운 마을인데 잠자는 방이 좁고 더우며 시끄러웠던 것.

“맨 날 좋을 수만은 없지.”

다음날 16번 도로를 타고 캐나다 로키에서 가장 높다는 랍슨 산(Robson Mt.)을 바라보면서 달렸다. 이제 캐네디언 로키의 점점에 다다른 셈.

존 덴버의 ‘로키마운틴 하이’가 흘러나왔다. 안개에 쌓인 랍슨 산과 존 덴버의 노래가 딱 어울렸다. 그는 무공해 가수다. 그의 노래처럼 로키마운틴 보다 더 높은 곳에서 비행기를 몰고 가다 죽은 사나이. 그 정도면 죽어도 원이 없지 않을까?

 

“곰이다!”

누군가 지르는 소리에 창밖을 바라보니 정말 야생 흑 곰 한마리가 도로 가에서 한가로이 나무에 달린 잎사귀를 뜯어먹고 있었다.

“어? 곰이 풀을 다 먹네요!”

“글쎄. 풀을 먹는 곰을 나도 처음 보내.”

버스는 사진 촬영을 위해 슬그머니 멈추었다.

“절대로 밖으로 나가서는 아니 됩니다. 저 놈의 속도가 장난이 아니거든요. 잘못하면 다쳐요.”

수산이 곰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곰이 사람에게 덤비는 이유는 첫 째 새끼에게 접근할 때. 둘 째 곰의 먹이(주로 열매)로 접근할 때, 셋 째 갑자기 마주칠 때, 넷 째 먹을 것이 부족해 배가 고플 때 먹이를 뺏기 위하여 등인데 곰은 장난 끼가 많아 사람에게 다가와 “왁!”하고 소리를 지르다가 그냥 돌아가는 경우가 많으므로 절대로 뒤를 보고 도망가지 말라는 것.

곰은 보기엔 둔한 것 같지만 최고시속 60km까지 낼 수 있으므로 100m단거리 기록 보유자라 할지라도 잡히는 건 시간문제라는 것.

“슬슬 가재걸음으로 뒷걸음을 쳐 곰이 알 듯 모를 듯 꽁무니를 빼되, 만약에 곰이 달려들면 몸을 최대한 움 추려서 공처럼 둥글게 하세요. 그러면 장난 끼 많은 곰이 발로 이리저리 굴려 보다가 그냥 나는 수가 있대요. 호호호! 재미있지요?”

수산의 설명에 모두들 낄낄대며 웃음을 터드렸다.

“곰이란 놈이 계속 안 가고 공놀이를 하면 우지해야 하지요?”

익살맞은 맥스가 낄낄대며 질문을 했다.

“좋은 질문, 곰의 공놀이에 몸은 만신창이가 되겠지만, 절대로 반항하거나 몸을 풀고 도망가서는 안 됩니다. 그 때가 당신의 제삿날이 될 테니까요. 그럴수록 그냥 쥐 죽은 듯이 잔뜩 웅크리고 있어야 당신이 사는 길이랍니다.”

“호호호, 재미있군요. 그런데 저 흑 곰은 너무 귀여워요.”

“정말 장난꾸러기처럼 생겼네.”

미련한 곰이 재주를 부린다는 말이 실감났다. 흑 곰은 한 10분 동안을 우리들을 위해 로드 쇼를 벌이더니 유유자적한 태도로 숲 속으로 사라져 갔다.

 

 

 

▪ 맥길베리 호수 카누타기

 

오후에는 큰 비가 내렸다. 우리는 존 덴버의 노래를 들으며 계속 비 속을 달렸다. 톰슨 강에 다다르자 도로가 유실되고 강이 범람하고 있었다. 버스는 더 이상 가지 못하고 멈추어 있어야 했다.

“큰 일 났네. 비가 계속 내리면 어떻게 하지요?”

“당신이 그토록 좋아하는 로키에서 그냥 눌러 앉아 살면 되지.”

“그래도 비는 멎어야 할 게 아니에요.”

도로 복구요원들이 도착하여 유실된 도로를 어렵사리 복구해 놓은 뒤에야 버스는 겨우 빠져 나갔다. 비는 멎을 줄을 모르고 계속 내렸다. 로키마운틴에서 흘러내리는 계곡의 물은 순식간에 불어났다.

예정 보다 늦게 저녁 6시가 되어서야 선 피크스의 스키 리조트의 통나무집에 도착을 했다. 그러나 다행히 비는 멎었고, 6월의 태양이 대지를 비추이고 있었다.

중국우리는 카누를 타기위해 로비로 나갔다. 기왕에 로키에 왔으니 탈 것은 다 한 번씩 타 보기로 했던 것. 로빈슨 크루소처럼 생긴 카누 안내인 승합차를 몰고 우리를 데리려 와 있었다.

“저는 캐빈 입니다. 선 피크스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비가 온 뒤의 맥길베리 호수는 고요한 정적에 쌓여 있었다. 여기서는 카누타기를 카야킹(Kayaking)이라고 불렀다.

10명이 한조가 되어 아무도 없는 호수를 직접 노를 저어가는 가는 느낌은 또 다른 세계를 연출해 내고 있었다. 카누는 하모니였다. 10명중 어느 누가 한 사람이라도 노를 제대로 저어주지 않으면 힘의 균형이 맞지 않아 카누는 방향이 틀어졌다.

하모니! 세상은 하모니를 이루어야 한다. 부부간에도, 직장, 사회, 국가간에도 서로 손 발이 맞아야 한다. 도둑놈도 손발이 맞아야 하듯이. 로빈슨 크루소처럼 혼자 살 수는 없다.

 

“여러분 각자의 숨소리까지도 일치를 해야 합니다. 자, 이제 노를 놓으시고 눈을 감아보세요. 그리고 숨을 죽이고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우려 들어 보세요.”

카누 타기는 두 팀이 갔는데, 우리들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비가 온 뒤라서 그런지 바람마저 잠이든 호수는 한 주름의 파장도 없이 침묵, 그대로였다.

새우는 소리가 가끔 숲 속에서 들려왔고,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소리까지도 귀에 잡혔다. 아주 가느다란 사람의 숨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오후의 태양이 숲과 호수 속으로 빠져 들어 가더니 호수는 어둠 속에 묻혀버리고, 온 세상은 침묵 속으로 숨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