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North America

끝내 눈물을 흘리고 만 시애틀

찰라777 2012. 7. 29. 17:00

 

끝내 눈물을 흘리고 만 시애틀

 

 

다음날 새벽 우리는 일직 일어났다. 밴쿠버의 버스 디포에서 7시 30분 버스를 타야 했기 때문. 그런데 아침부터 문제는 어제의 그 어글리 영국신사였다.

취사장에 가서 어제 장을 보아온 음식들을 냉장고에서 챙겨들고, 짐을 챙겨 6시 반쯤에 방을 나서려고 하는데, 그가 일어서더니 따지듯 버럭 소리를 질렀다.

“왜 그렇게 새벽부터 남 잠도 못 자게 설치죠?”

“아, 미안. 우린 오늘 아침 7시 반에 포틀랜드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한다오.”

그 친구 끝내 인상을 펴지 않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떠나면 그만인데 싸운들 무슨 소용이 있으리오. 아직 배낭여행에 익숙하지 못한 여행자인 것 같았다.

“오늘 일진이 나쁘군. 쩝쩝”

“여보, 그냥 나가요.”

‘이 어글리 영국 친구야. 그러려면 도미토리에서 자지 말고 호텔방에 가서 잘 일이지.’

한 마디 쏘아주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호스텔 방을 나섰다.

 

어제부터 내린 비는 아직도 그치지 않고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어제 미리 콜을 해 놓은 택시가 밖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택시 운전사는 의외로 머리에 흰 터번을 두른 아랍인 이었다.

버스는 정확히 7시 반에 출발했다.

밴쿠버를 출발하여 2시간정도 달렸을까? 미국의 국경을 통과 하게 되었는데, 여기서 또 문제가 발생했다.

미국 측 이미그래이션 데스크의 오피서가 오더니 짐을 전부 버스에서 바닥으로 내려놓으라는 것.

“아니, 장대비가 저렇게 내리는 데, 꼭 저렇게 해야 하나요?”

“인상도 고약하게 생겨 먹었군.”

“손님 여러분 죄송합니다.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그레이 라인 운전수는 억수같은 비를 맞으며 짐칸에서 승객들의 가방을 모두 꺼냈다. 그대로 젖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비를 맞으며 각자의 짐을 가지고 꼬치꼬치 뭇는 오피서의 질문공세를 받으며 어렵사리 국경을 통과 했다. 미국에 들어 갈 때는 언제나 통관이 까다로웠다.

시애틀까지 가는 동안 내내 비가 내렸다.

시애틀에 도착을 하니 11시였다. 시애틀의 버스 디포는 매우 혼잡했다. 많은 사람들이 내리고 타고 있었다. 시애틀에서는 1시간 반이나 정착을 한다고 했다. 우리는 시애틀의 버스 디포 근처를 어슬렁거리다가 햄버거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했다.

밴쿠버에서 차를 렌트했을 경우에는 이 지역의 노스카스케드 공원, 레니어 산을 돌아서 올림픽 산을 거쳐 101번 도로를 타고 남하려고 계획을 했었는데, 시애틀을 그냥 떠나려고 하니 왠지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백인 아가씨가 4살에서 5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들을 다섯 명이나 데리고 버스에 올랐다. 그런데 그들은 모두 울고 있었다. 밖에는 일단의 아이들이 버스에 탄 아이들과 서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울고 있었다. 밖에서 아이들을 인솔하고 여인 두 사람들도 울고 있었다.

순간 버스 안 밖에는 울음바다가 되고 있었다. 그냥 우는 게 아니라 너무 슬프게 울고 있었다. 버스 무슨 사연이 있을까?

“여보, 아이들이 불쌍하게 보여요.”

아내는 울고 있는 아이들을 보더니 괜히 눈물을 글썽거리며 눈시울을 적시고 있었다. 아마 같은 고아원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사정이 있어서 서로 헤어지는 것 같았다. 이윽고 버스가 출발하자 이제 아이들은 더욱 앙앙거리며 슬피 울어댔다.

괜히 나도 마음이 우울해지고 눈물이 핑 돌았다. 어제와 오늘은 그런 날인가 보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란 영화가 갑자기 생각날 게 또 뭐람. 어제부터 내린 비는 끝내 잠을 못 이루게 하는 슬픈 상황으로 우리를 몰고 갔다. 지금도 슬프게 우는 아이들의 소리가 귀에 쟁쟁하게 들려오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