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부탄·다즐링·시킴

인도로 가는 날- 늑장 출발, 늑장도착 묻지마?

찰라777 2012. 5. 24. 09:48

4월 26일, 목요일 아침, 날씨가 맑다. 강풍과 비가 내리던 어제와는 영 딴판의 날씨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여명이 밝아오는 관악산을 향해 잠시 명상에 들었다. 눈을 뜨니 한조각 구름이 관악산 정상에 걸려 있다. 구름은 마치 히말라야의 설산처럼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나는 저 구름 속에서 시공을 초월하여 부탄의 히말라야를 본다.

 

 

▲델리공항 벽에 걸린 부처남 수인, 어느 날 부처님은 대중이 모인 자리에서

제자들을 향해 연꽃 한 송이를 들어 보이셨다.

그리고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셨다.

마하가섭존자만이 그 뜻을 알아들었다.

이른바 '염화시중의 미소' -이심전심의 가르침이다.

 

베란다에는 보랏빛 서양으아리 한 송이가 화들짝 피어 있다. 몇 번이나 죽었다 살아났다 했던 으아리다. 만물의 생명은 무한하다. 그런데 오늘은 왠지 으아리꽃이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저 꽃을 바라보노라면 마치 으아리의 윤회를 보는 느낌이 든다. 여행을 잘 다녀오라는 듯 미소를 짓는 으아리꽃을 뒤에 남겨두고 배낭을 맨 채 집을 나섰다.

 

 

▲관악산에 걸린 한조각 구름

 

 

▲히말라야의 설산 처럼 다가오는 구름

 

 

▲활짝 피어나 미소를 짓고 있는 으아리꽃

 

 

공항으로 가는 리무진 버스 정거장으로 택시를 타고 가려 하는데, 아침 출근 시간이어서 그런지 택시를 잡기가 영 힘들다. 택시를 기다리다가 하는 수 없이 봉천고개에서 506번 만원 버스를 탔다. 그런데 버스비를 내려고 하니 잔돈이 없다. 인도로 가는 여행길인지라 원화와 교통 카드를 모두 집에 두고 왔기 때문이다. 운전사는 잔돈이 없다고 하는 나를 곱지 않는 눈초리로 본다. 그때 마침 자리에 앉아있던 어떤 중년 남자가 선뜻 잔돈을 바꾸어 주었다. 고마운 사람…….

 

 

▲공항으로 가는 9호선 지하철

 

 

우리는 9호선 노들역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9호선 지하철은 비교적 한산하다. 김포공항에서 다시 인천공항으로 가는 5호선 전철을 탔다. 공항으로 가기 위해 3번이나 갈아 탔는데, 김포공항 전철역은 갈아타기가 아주 수월하게 설계되어 있다. 전철은 쾌속으로 달려갔다. 이제 우리나라의 교통수단은 세계적인 수단이다. 전철은 11시 10분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가는 날부터 늑장출발하는 인도 비행기

 

12시 15분에 출발하기로 했던 인디아나 항공 AI 310 비행기는 2시간이나 늦게 출발을 했다. 드디어 인도의 시작이다. 그러나 비행기가 연착하거나 연발하는 것을 불평하는 것은 인도로 가는 여행이 될 수 없다. ㅋㅋㅋ 인도는 비행기의 연발착을 설명을 해주지도 않고, 승객들은 별로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 그냥 상황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인도인들이다.

 

 

▲늑장출발하는 인디아나 항공 AI 310

 

 

인디아나 항공에서 제공한 1만 원짜리 점심을 공항 푸드코트에서 먹었다. 맛없는 점심이다. 그래도 점심을 제공하다니 많이 발전한 샘이다. 비행기는 오후 4시 인천공항을 이륙했다. 인형 같은 인도여자 승무원들이 미소를 짓는다. 인도향기가 물씬 묻어 나오는 표정이다.

 

곧이어 기내식이 제공되었다. 얼마 만에 먹어보는 기내식인가? 배낭여행을 할 때는 기내식의 최고의 음식이다. 아름다운 아가씨가 서비스를 해주지, 와인, 맥주, 위스키, 콜라, 주스도 공짜로 무한 리필을 해준 곳이 기내식이 아닌가!

 

 

▲늑장출발로 인디아나 항공에서 제공하는 만원짜리 점심을 먹으며(인천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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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처럼 생긴 인디아나 항공 스튜어데스

 

 

▲인형처럼 아름다운 인도 아가씨로부터 오랜만에 풀서비스를 받는 기내식 

 

 

▲주 매뉴는 닭고기 카레라이스

 

 

▲와인과 커피를 한잔하고 잠을 청했다.

 

 

오늘 메뉴는 라이스, 치킨카레, 빵, 샐러드, 요구르트가 나와 있다. 까짓것 와인도 한잔 해야지. 오랜만에 각하와 와인 잔을 부딪쳤다. 왕인 한잔에 모든 코드가 뽑혀나간다. 이제부터 히말라야의 설산으로 공중부양을 하는 거다. 커피를 한잔 하고 잠시 눈을 부치니 홍콩이라는 멘트가 나왔다. 싼비행기를 골라 타다 보니 홍콩을 거쳐 가는 비행기를 탄 것이다.

 

 

▲홍콩에 도착하자 기내 청소를 하며 2시간이나 지연이 되었다.

 

 

홍콩에 착륙을 하자 청소부대가 들어와 요란하게 비행기를 청소했다. 그리고 승객들에게 일일이 스티커를 부착했다. 홍콩에서 타는 고객과 구분을 하기 위해서란다. 비행기는 홍콩에 2시간이나 머물렀다. 오후 9시에 홍콩을 이륙한 비행기는 11시 30분(현지시간)에 델리에 도착을 했다. 에정시간보다 4시간이나 지연된 것이다.

 

 

델리공항의 부처님 수인-인도의 향기속으로...

 

 

델리공항에 내리니 제일먼저 눈에 띄는 것이 부처님의 무드라Mudra(手印)이다. 모든 불보살님의 깨달음과 서원을 손 모양과 손동작으로 나타낸 것을“수인(手印) “이라 한다. 부처님들마다 각기 다른 손 모습들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부처님의 덕과 서원을 나타내기 위하여 열 손가락으로 여러 모양을 만들어 표현하고 있다. 인도 델리공항 벽에는 부처님 수인이 여러 가지 형태로 걸려 있다. 손바닥 중앙에는 모두 연꽃이 그려져 있다.

 

 

▲델리 공항 벽에 걸린 부처님의 수인 무드라

 

 

어느 날 부처님은 대중이 모인 자리에서 제자들을 향해 연꽃 한 송이를 들어 보이셨다. 그리고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셨다. 마하가섭존자만이 그 뜻을 알아들었다. 이른바 '염화시중의 미소' -이심전심의 가르침이다. 붓다를 존경하고 숭배하는 제자들은 이후 손과 손가락이 취하는 다양한 모양을 불상에 새겨 넣기 시작했다. 이와 같이 무드라는 붓다의 깨달음의 세계와 같은 것이다.

 

 

▲터번을 두른 인도인들. 이제부터 인도의 시작이다.

 

 

공항을 빠져 나오는데 터번turban을 쓴 인도인들이 보인다. 인도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풍경이다. 원래 터번은 더운 사막지역에서 햇빛으로부터 머리를 보호하기 위한 스카프이다. 공항에서 100달러를 루피로 환전을 했다. 공항의 환율시세가 별로 좋지는 않지만 일단 루피 잔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환전을 했다. 1달러에 48.5루피. 100달러를 주니 4,850루피를 준다.

 

 

▲한 밤중에 택시를 타고 호텔로...

 

 

공항 밖으로 나온 우리는 택시를 잡아타고 델리역 근처에 있는 호텔로 달려갔다. 인도향기가 물씬 풍기는 밤거리. 택시는 까닭도 없이 경적을 울리며 달려갔다. 호텔 그랜드 플라자Hotel Grand Plaza는 바로 델리역 앞에 있었다. 2003년에 인도 땅을 밟은지 9년만의 도착한 인도. 이번 여행이 3번째로 오는 인도여행이다.

 

새벽 1시 30분 호텔에 여장을 풀고 바로 잠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나는 꿈속에서 부처님의 수인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 아아, 염화시중의 미소인가!  이심전심 교외별전. 부처님은 이 어리석은 중생에게 어떤 의미로 손을 들어 보이셨을가? 인도의 첫날밤은 이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