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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는 여행이라면 즐겨라!

찰라777 2012. 12. 17. 07:20

 

인생은 여행이다

피할 수 없는 여행이라면 그 과정을 즐겨라!

 

 


12월 13일 용산역 9시 20분, 아내와 나는 목포로 가는 KTX에 올랐습니다. 장인어른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하여 호남선 종착역인 목포로 가는 길을 자동차 대신 기차를 선택했습니다. 인터넷으로 표를 예약하고, 좌석을 배정 받고, 열차를 타러 플랫폼으로 들어가는 문에는 검표원도 없습니다. 모든 것이 자동화, 기계화되어 자유롭기는 하지만 그 옛날 호남선 완행열차를 탔던 추억과는 영 느낌이 다릅니다.


우리는 인터넷으로 지정한 9호차 3D, 3C석에 앉았습니다. 기차가 용산역을 미끄러져 나가더니 한강을 지나 총알처럼 달려갑니다. 서울을 벗어나자 온 천지가 눈으로 덮인 설원이 나타납니다. 기차를 은색의 설원을 총알처럼 달려갑니다.

 

 

▲용산역에서 목포로 가는 기차를 타는 여행자들.

 


나는 잠시 여행을 떠나는 나그네가 되어 차창을 바라봅니다. 눈 덮인 논밭, 강, 벌판, 나무들, 가로수들이 번개처럼 지나갑니다.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문득 어느 가수가 불렀던 노래 한 소절이 떠오릅니다. 부처는 삶을 ‘고해(苦海-고통의 바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인생은 세상에 나면서부터 생로병사(生老病死)와 희로애락(喜怒哀樂)의 바다를 헤맨다는 것이지요.

 

 

▲열차에서 바라본 풍경들

 

 

그러나 어찌 보면 ‘인생은 여행길’이란 표현이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즉 태어나면서부터 인생은 끊임없는 항로를 따라 여행을 한다는 것이지요. 여행을 멈추는 순간 우리의 삶도 막을 내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나는 용산역에서 기차를 탔지만 곧 목적지인 목포역에 내리게 되어 있습니다. 기차는 타는 시점이 있으면 내리는 시점이 반드시 있게 마련입니다.

 

 

 

 


기차는 왕복 차표를 발행합니다. 허지만 우리 인생은 왕복 차표가 없습니다. 원 웨이 티켓밖에 없는 것이 인생길입니다. 물론 부처는 윤화를 통해서, 하느님은 부활을 통해서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고 하지만, 그것을 눈으로 보지 못한 우리는 실감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어디론가 떠나야 합니다. 아무 곳으로도 떠나지 않는 삶은 죽어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또한 낯선 것을 두려워하고, 한곳에 머물기를 원하는 순간부터 인간은 늙고 퇴보를 하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안정과 휴식의 가치는 중요하고 행복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행복한 순간은 우리가 낯선 곳에 도달하기까지의 그 과정이 더 가치가 있고, 행복한 추억으로 기억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자 말자 이미 왕복 기차표가 발행되지 않는 인생길에 올라와있습니다. 좋은 싫든 우리는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 첫 여정을 부모님으로부터 배웁니다. 다음에는 스승, 친구를 통해서 배우며 동행을 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항로를 결정하고, 짐을 싸고, 정보를 수집해야 합니다. 준비를 한 만큼 여행은 편해지며,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떠나기 전에 지나치게 너무 많이 준비를 하는 것도 짐을 무겁게 하고 여행을 더디게 할 경우도 있습니다. 지나치면 하지 않느니만 못하더란 말이 있듯이. 낯선 곳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 때문에 너무 많이 준비하고 계산하다보면 그만큼 새로운 모험, 설렘을 맛볼 기회를 잃게 되고 맙니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것이 정설이기는 하지만, 때로는 돌다리를 뛰어넘는 모험심도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인생항로가 항해하면서 우리의 짐은 자꾸만 늘어납니다. 배우자, 자식, 부양가족, 재산, 번뇌, 병… 끝없이 늘어나는 짐을 등에 지고, 머리에 이고 우리는 인생항로를 여행해야만 합니다. 너무 많은 정보와 생각으로 가득 찬 머리는 몸과 다리보다 무거워져 나중에는 그만 주저앉게 되고 마는 경우가 있습니다. 눈썹까지도 떼고 가는 지혜, 즉 꼭 필요한 것만 가지고 여행을 떠날 때에 우리는 목적지에 가볍게 도달을 할 수가 있습니다.

 

 

 


목적지에 도달한 우리는 마지막으로 결정적인 선택을 해야 합니다. 여행을 할 것인가? 관광을 할 것인가? 여행을 즐길 것인가? 쇼핑을 즐길 것인가? 목적지에서 관광을 선택하게 되면 그들은 배경을 등지게 됩니다. ‘남는 것은 사진이다!’란 생각만을 하고 배경을 등지고 사진을 찍기에 바쁩니다.

 

그러나 진정한 여행자는 여행지의 무대 속으로 정직하게 뛰어 들어가 함께 춤을 추고, 뒹굴며, 여행지의 문화와 삶을 만끽을 합니다. 쇼핑을 즐기는 자는 돌아올 때 무거워진 짐과 쇼핑으로 소비한 카드대금으로 큰 부담을 느끼게 되겠지요.

 

 

 


진정한 여행자는 여행을 준비하고,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목적에서 만난 사람들과 풍경 속에 뛰어 들어가 그것들과 하나가 되어보는 체험을 소중히 합니다. 여행 중에 만난 모든 찰나의 순간을 소중한 추억으로 담아오는 것이야 말로 여행의 참 묘미가 아닐까요?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인생을 길게, 그리고 보람 있게 살아가는 방법이 되겠지요. 

 

KTX는 눈 깜짝할 사이에 우리를 여행의 종착역인 목포역에 데려다 주는군요. 그 옛날 한 때 완행열차로 12시간을 넘게 걸려 다녀야 했던 길인데, 불과 3시간대로 단축되어버렸군요. 문명의 이기는 이처럼 여행시간을 단축시켜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 단축으로 편리하기는 하지만 완행열차에서 지지고 볶으며 느꼈던 만남의 추억은 없습니다.

 

 

 


"We travel not to escape life, but for life not to escape us"

(우리는 삶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하여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이 우리에게서 도망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여행을 한다. -서양 금언-)


어쨌든 우리는 어디론가 여행을 떠납니다. 다시 돌아올 기차표를 살 수 없는 인생길. 불안하지만 우리는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야 합니다. 삶이 우리에게서 도망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오늘도 그 과정을 소중히 여기며 좋든 싫든 여행을 떠나야 합니다.

 

 

 

 

“호남선종착역”


목포역에 도착하니 이런 이정표가 세워져 있습니다. 용산역에서 출발한 우리의 여정은 목포역에서 끝이 나고 있습니다. 만약에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기차표를 살 수 없다면, 여러분은 그 한정된 주어진 여행시간을  어떻게 보내시겠습니까?

 

우리네 인생길도 다를바가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에 각자가 선택한 여행길을 가고 있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어차피 우리네 여정이 피할 수 없는 여행이라면 최대한 그 찰나의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고 여행이 끝나는순간까지 그 과정을 즐겨야 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