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숭의전지 느티나무-겨울풍경

찰라777 2013. 1. 19. 21:11

임진강에 휘몰아치는 바람 끝이 차갑다.

고려태조 왕건이 마셨다는 숭의전 입구 어수정御水井도

꽁꽁 얼어 세월을 묶어 놓고 있다.

숭의전지로 들어가는 눈길은

500년 세월을 넘어가듯 멀고 아득해 보인다.

길가에는 벌거벗은 나목들이

추위에 떨며 긴긴 세월 보초를 서고 있다.

 

 

 

 

삼국을 통일했던 서릿발 같은 고려 군마는 다 어디로 가고

초라한 나목들만 남았는가.

숭의전 입구에는 느티나무 한그루가 부처의 고행 상처럼

앙상한 뼈만 남은 몸통위에 백발을 풀어헤쳐

하늘을 향해 휘날리고 있다.

만고풍상을 견디어 낸 버거운 모습이다.

 

 

 

 

왕건의 위패를 모신 사당 앞에는 늙은 느티나무 두 그루가

여름내 입었던 두꺼운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얼어붙은 강가에 깊은 침묵에 잠겨 있다.

그 모습이 580년 동안 버리고 비워서 득도를 한 수도승처럼 보인다.

 

 

 

하고 많은 세월,

가지와 잎사귀에 반짝이던 그 많던 햇살과 새들의 지저귐도 비워내고,

역사의 뒤안길에 알몸을 드러낸 채 깊은 잠 속에 빠져 있구나.

과연 그 누가 너를 깨워 줄 것인가?

 

 

 

 

기적의 봄바람 불어 네 영혼이 깨어나는 날,

배신청 위패 속에 잠든 고려 16공신과 태조 왕건의 영혼도 깨어날 것인데...

그러나 잠두봉으로 기어 올라가는 고려 군사 누에의 걸음은 너무나 느리고 더디다.

 

 

 

잠두봉 꼭대기에 누에군사가 오르는 날,

나방 전투기 되어 훨훨 날아 제공권을 장악하고 옛 영화를 되 찾을 텐데……

눈처럼 하얀 실로 몸을 칭칭 감고 긴 겨울잠에만 빠져 있으니 안타깝고나!

누에여! 도대체 몇 겁을 지나야 잠두봉에 오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