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찰라의세상보기

설날 세뱃돈 대신 책으로 선물해봐?

찰라777 2013. 2. 9. 07:12
용꿈꾸는 작은 도서관을 가다

설날 세뱃돈을 책으로? 

 
관악산 밑으로 석양노을이 따사롭게 비추이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데 J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녀는 나에게 전해줄 책이 있다며 어디서 만나면 좋겠느냐고 했다. 나는 딱히 만날 장소가 생각나지 않아 일단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에서 오후 2시에 만나자고 시간 약속을 했다. 

'어디서 만나지?' 봉천동으로 이사를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J선생님과 만날 장소를 고민하던 중 우연히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 놓아둔 '관악구소식지'를 발견했다. 소식지 전면에  '시각장애인 커피전문점'이란 단어가 눈에 확 들어와 소식지를 집어 들게 되었다.

 

▲관악구청 1층 로비에 설치된 '용꿈꾸는 작은도서관'.

관공서 1층 로비에 도서관을 설치하다니 우리나라에서는 보기드문 놀라운 발상이다.

서울대입구역에서 걸어서 10분 이내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주민들이 이용하기에 매우 편리하다.

 


시각장애인이 커피를 내리다니…. 호기심에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니 관악구청 청사 1층에 시각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하여 커피전문점 'Cafe More'를 개설했다는 내용이 실려 있었다. 1급 시각장애인 바리스타 두 명이 커피를 내린다는 것. 시각장애인이 어떻게 커피를 내리는 지, 커피 맛은 어떨지 하는 호기심이 생기기도 하여 구청에 전화를 걸었다.

 구청청사 앞에 '사람중심 관악특별구'라는 카피가 눈길을 끈다.

 

"관악구 주민인데요. 시각장애인 커피전문점이 있다는데 거기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할 만한 장소가 있나요?"
"네, 민원실에서도 의자가 있고요. 1층 로비에 용꿈 꾸는 작은 도서관이 있는데요. 북 카페 스타일로 운영을 하고 있어 그곳에서도 커피를 마실 수가 있습니다."
"용꿈 꾸는 도서관이라고요? 그것 참, 재미있는 이름이군요."

나는 J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관악구청 커피전문점에서 2시에 만나자고 약속을 하였다. 그리고 약속시간보다 30분 먼저 관악구청으로 갔다.

'용꿈꾸는 작은도서관'이란 이름도 흥미롭고, 시각장애인 커피전문점은 어떻게 생겼을까 하는 궁금증도 있고 하여 J선생님을 만나기 전에 먼저 그곳을 둘러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봉천고개에서 버스를 타고 관악구청 앞에서 내려 청사에 도착하니 청사입구에 '사람중심 관악특별구'라는 문구가 마음을 끌었다.

'용꿈꾸는 작은도서관'은 청사 입구 정문 로비에 설치되어 있었다. 관공서 로비에 도서관을 설치하다니 놀라운 발상이다.

기부금으로 설치된 작은 '용꿈꾸는 작은도서관'

현관 전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안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이 훤히 보이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관공서에 있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을 바라보자니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생소한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서니 두 명의 사서가 입구에 앉아 있었다.

나무로 꾸며진 실내 인테리어가 퍽 신선하게 느껴졌다. 사서에게 기자 신분을 밝히고 취재를 좀 하고 싶은데 사진을 찍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사서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용객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촬영을 하라고 했다.

조심스럽게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데 사서가 다가와 2층으로 올라가는 복도 서가에서 책을 고르고 있는 분이 유종필 관악구청장이라고 귀띔을 해주었다. 구청장님도 가끔 도서관에 와서 책을 빌려본다는 것.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는 구청장이라…" 갑자기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는 중후한 모습의 구청장을 카메라에 담고 싶어졌다. 나는 용기를 내서 사서에게 부탁을 하여 구청장님을 소개 받았다.

"오마이뉴스 기자입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는 구청장님의 모습을 카메라에 좀 담고 싶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물론이지요."

유종필 구청장은 처음만나는 기자에게 웃으며 흔쾌히 포즈를 취해주었다. 그리고 유 구청장의 설명으로 도서관을 둘러보는 행운의 시간도 갖게 되었다. 그의 설명으로 도서관을 둘러보며 책과 도서관에 대한 그의 애정이 남다르다는 것이 육감으로 느껴졌다. 나는 그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며 서가를 둘러보게 되었다.

 용꿈꾸는 작은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고 있는 유종필 관악구청장을 우연히 만났다. 그는 가끔 도서관들러 책을 빌려본다고 한다. 그는 기자에게 직접 도서관을 안내를 해주기도 했다.

 

"용꿈꾸는 작은 도서관이란 이름이 참 신기하군요. 어떻게 이런 이름을 짓게 되었지요?"
"아, 그 이름이요. 우리 관악구에서는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각 주민센터별로 작은 도서관을 설립해 나가고 있는데요, 용의 해인 작년 11월에 구청 여유 공간에 16번째로 이 도서관을 설립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관악구청사가 위치한 동 이름도 우연히 청룡동이여서 주민들이 책을 읽으며 큰 꿈을 꾸는 도서관이라는 뜻으로 '용꿈꾸는 작은도서관'이란 이름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하하, 참 재미있는 이름이군요. 허지만 청사 1층 입구 로비에 도서관을 설치하다니 파격적인 발상인데요?"
"흔히 도서관은 건물 깊숙한 구석에 배치를 하는데요, 사실 도서관은 접근하기 쉽고 이용하기 편리한 곳에 설치를 해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을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구청 1층 여유 공간을 활용해 로비 전면에 배치를 하도록 했습니다."
"정말 멋진 발상이군요. 이 정도 시설을 하려면 비용도 꽤 들어갔을 법 한데요?"

"그렇지요. 꽤 많은 돈이 들어가지요. 그러나 이 도서관 사업비는 한국자산신탁 기부금과 다산목민대상 시상금 등 외부 지원을 받고, 부족한 자금은 구비로 충당을 하여 최소 비용으로 시설을 했습니다."
"도서관 시설을 하는데 외부 지원을 받다니 참 고무적인 일이군요. 앞으로도 그런 기부금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주민들의 도서관 이용은 많이 늘어나고 있나요?"

"서울대입구역에서 걸어서 불과 10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고, 민원실을 드나드는 주민들이 오가며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이용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밖에서 책을 읽는 모습을 보는 시각효과도 큰 샘이지요. 또한 책을 읽는 소모임을 통해 주민이 서로 소통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앞으로 지역공동체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아, 그렇겠군요. 저도 오늘 이 도서관에서 독서광 한 사람을 만나 서로 책을 교환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하하, 그거 좋은 생각입니다. 앞으로도 용꿈꾸는 작은 도서관을 많이 이용하시고 좋은 꿈도 꾸시길 바랍니다. 그럼 전 다음 일정이 있어서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바쁘실 텐데 귀한 시간을 내 주어서 감사합니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나 대담을 나눈 유종필 구청장은 전혀 관료적인 냄새가 나지 않았다. 처음 만났는데도 마치 이웃집에 사는 아저씨처럼 구수하고 차분하게 도서관에 대하여 설명을 해주었다.

 


도서관에 아기 수유실까지 있다니

 '어린이실'에서 한 어린이가 엄마와 함께 책을 읽고 있다.

 

J선생님이 30분 정도 늦게 도착을 한다는 연락이 와서 도서관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용꿈 꾸는 도서관은 총 면적 230㎡, 70석의 열람실과 1만여 권의 도서를 비치하고, 관악구 내 모든 도서관과 상호대차로 책을 빌려볼 수가 있다. 복층구조로 설계된 도서관은 1층에서 양쪽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갈 수 있게 되어 있다.

계단에도 서가를 배치하고 북 카페 형식으로 편안하게 설계되어 있다. 특히 1층에는 어린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높일 수 있도록 장난감과 미러TV를 설치한 '어린이실'을 배치되어 있다. 또한 아기와 함께 방문한 엄마들을 위한 '수유실'까지 마련되어 있다.

어린이실에는 엄마와 함께 책을 읽는 아이들이 눈에 띄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과연 책을 읽는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

복층으로 올라가는 천장에는 스크린과 이동식 빔프로젝터를 설치해 저자와의 만남 등 다목적 독서회의 공간으로도 활용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또한 2층 코너에는 주민들의 책모임, 동화읽기 등을 할 수 있도록 '도란도란' 방을 별도로 설치해 놓고 있다.

마침 도란도란 방에는 주민들의 '동화읽는 어른모임'이 진행되고 있었다. 동네 엄마들이 말 그대로 도란도란 동화책을 돌아가며 읽고 있었다.

 


 도서관 2층 '도란도란' 방에서 어른동화읽기 모임을 갖고 있는 주민들

 

도서관은 영혼을 치료하는 장소

봉천동으로 이사를 와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도서관이다. 기자는 이사를 가는 곳마다 도서관 회원증을 만들어서 책을 대출해 읽고 있는데, 이곳 봉천동으로 이사를 와서도 관악도서관 회원증을 만들어 서울에 올 때 마다 2~3권의 책을 빌려서 읽고 있다.

관악구는 다른 지역과는 달리 각 자치센터별도 작은 도서관이 많다. 또한 서울대입구 지하철역에도 'U-도서관'이란 무인 도서관이 설치되어 있다.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책을 신청하면 가까운 'U-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반납할 수 있게 되어 있어 도서관을 이용하기에 무척 편리하다.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에 설치된 'U-도서관'. 인터넷으로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하면 즉시 U-도서관에 책을 배달해 준다. 도서반납함이 있어 책을 빌리고 반납하기 위해 도서관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최근에 신림역부근 롯데시네마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다가 역구내에 설치된 '스마트 도서관'을 발견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무인으로 운영되는 스마트 도서관은 신간 도서 및 베스트셀러 등 인기도서 400여 권을 무인 도서대에 비치되어 있다. 주민들은 42인치 대형 LCD터치스크린을 통해 원하는 도서를 선택하면 즉석에서 1인당 2권의 책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책이 아주 귀한 시골에서 태어난 기자는 독서가 유일한 취미다. 여행을 갈 때에도 읽을 책 2~3권은 배낭에 꾸려 넣고 간다. 기자가 초등학교 다닐 때에는 책이 정말 귀했다. 교과서 말고는 소설책은 물론 만화책도 읽기 어려웠다. 그래서 책을 한 권이라도 발견하면 그 책을 하도 많이 돌려가면서 읽은 탓에 책이 너덜너덜해질 정도였다. 

 지하철 2호선 신림역에 지난 1월 9일 설치된 '스마트 도서관'. 대형 LCD 화면에서 터치를 하면 즉시 도서대출과 반납을 할 수 있다.

 

 

도서관은 로망의 산실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학교에 3평 정도의 작은 도서관이 생겼는데, 나는 책을 읽고 싶어서 도서관 자원봉사를 자청하고 나섰다. 도서관에 비치된 책이라고 해보아야  소년소녀 문학전집 50권과 위인전집 50권이 전부였다. 그러나 나는 도서관 자원 봉사를 하면서 그 책을 다 읽을 수 있었다.


그때처럼 책을 재미있게 읽은 적이 없었다. 흥분된 마음으로 책을 읽었던 재미는 이루 다 말 할 수 없었다. 세 평 작은 공간에서 책을 읽으면서 내 작은 꿈을 키워 갈 수 있었다. 그 때 읽었던 책들은 내가 어려운 환경을 딛고 일어서서 성장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되어 주었다.

세상이 참으로 많이 변했다. 어린 시절 그렇게도 귀했던 책들이 요즈음은 각 동네마다 도서관이 들어서 있어 어디서나 책을 빌려볼 수 있게 되었다. 봉천동으로 이사를 오고 난 후, 가까운 지하철역에서도 손쉽게 책을 빌려볼 수 있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용꿈꾸는 작은 도서관에서 독서에 열중하고 있는 주민들. 복층구조로 북카페 형식으로 되어 있는 도서관은 아기 수유실까지 설치되어 있다.독서는 사람의 영혼을 치료한다. 

 

책은 꿈을 키워주는 로망의 산실이다. 상처받은 마음도, 지친 마음도 책에서 해결점을 찾고 치유를 받을 수 있다. BC 1000년 경 고대 그리스 도시인 테베 도서관에는 '영혼을 치료하는 장소(The Healing Place of the Soul)'라는 말이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실재로 독서는 환자의 치유와 상당히 깊은 상관관계 있다고 한다. 1937년 칼 메닝거(Karl Menninger) 박사는 알코올 중독자를 대상으로 5년간 독서치료를 한 실험연구에서 독서치료가 환자들에게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그만큼 서양에서는 일찍이 독서가 환자의 병을 치유하고 사람들의 정서와 영혼을 치유하는 데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설날 세뱃돈 대신 책을 선물하자!


요즈음은 스마트 폰에 중독이 되서 독서인구가 점점 줄어든다고 한다. 그러나 대형서점이나 국립중앙도서관에 가보면 책을 찾는 사람들이 여전히 북적거리고 있다. 독서는 국력이다.
설 연휴가 다가온다. 설날 세뱃돈 대신 아이들에게 책을 선물하면 어떨까? 자칫 TV앞에서만 설 연휴를 보내기 십상이다. 가까운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거나, 책을 선물하여 집에서나 고향을 오가는 기차 안에서 한 권의 책이라고 읽으며 새해를 설계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