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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마음으로 커피를 내려요!

찰라777 2013. 2. 11. 17:57

시각장애인이 마음으로 정성을 들인 커피맛!

 

관악구청 1층 로비 '카페모아' 커피전문점에는 시각장애인 바리스타가 익숙한 손놀림으로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구수한 커피냄새가 후각을 자극했다. 1급 시각장애라면 거의 앞을 볼 수가 없을 텐데 저렇게 익숙하게 커피를 내리다니 놀랍다!

 

시각장애인 바리스타들이 커피를 만들어 파는 '카페모아'는 봉천점과 숙명여대점에 이어 지난 1월 7일 관악구청사 1층에 제3호점을 설치하였다. 관악구청점은 공공기관에 설치된 최초의 시각장애인 커피전문점이라고 한다.

 

 

 

시각장애인에게 커피전문점을 내준 관악구청에 갈채를...

 

카페모아는 시각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개설된 커피전문점으로 세계최초의 시각장애인 커피전문점이라는 것. 카페 모아에서는 커피, 생과일 쥬스, 쿠키, 와플 등 20여종을 다른 커피전문점에 비해 거의 반값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판매수익금은 전액 근로 장애인 복리후생과 카페모아 추가 개점에 사용된다.

 

시각장애인들이 커피를 만드는 모습은 언 듯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인들과 잘 구분이 안 된다. 미리 정보를 알지 못하였더라면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은 앞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커피를 내리는 과정을 수천 번 반복하여 마음과 감각으로 커피를 만드는 과정을 손에 익혀야한다.

 

그래서인지 시각장애인들이 몸과 마음으로 온 정성을 들여 마음으로 내린 커피 맛은 더욱 각별하게 느껴진다. 차 한 잔을 만들기 위하여 이토록 정성을 들이는 사람들이 있을까? 그러나 옆에서 보는 사람은 뜨거운 물에 손을 데일까 걱정이 앞선다.

 

바리스타 박현정 양이 손수 내린 아메리칸 커피를 머그컵에 담아 활짝 웃으며 내밀었다. 그녀는 인천에서 이곳까지 출퇴근을 한다고 했다.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 1급 시각장애인이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한 것만 해도 놀라운 일인데, 인천에서 먼 길을 마다않고 출퇴근을 하다니 참으로 대단한 용기다!

 

"도서관증이 있으면 500원을 할인해 드려요."

"아, 그래요? 여기 마침 도서관증이 있는데 잘 되었군요. 그런데 하루 종일 서서 일을 하면 피곤 할 텐데 힘들지 않나요?"

"육체적으로는 힘들지만 저도 남들처럼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즐겁고 보람이 있어요."

  

사람에게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보람과 힘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장애인 일자리는 좁기만하다. 장애인고용촉집법에 의하면 종업원수의 3%이상의 장애인을 고용하게되어 있는 공공기관마져도 장애인고용비율이 2%에 미달하는 업체가 64%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니 일반 기업체는 얼마나 더 심하겠는가? 장애인 고용을 말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 우리는 장애인들이 평생 일을 할 수 있는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하고, 정부는 이에 대한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커피향이 참 구수하군요. 잘 마실게요."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시각장애를 딛고 일어서서 커피를 내리는 그녀가 장하게만 보였다. 우리는 커피 잔을 들고 용꿈 꾸는 도서관 2층에 있는 도란도란 방으로 갔다. 사서에게 방을 이용을 할 수 하느냐고 물었더니 마침 방이 비어 있어서 가능하다고 하여 미리 예약을 해두었던 것.

 

마음으로 내린 커피를 마시며 용꿈꾸는 도서관에서 용꿈을...

 

"와아, 이 다락방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기에 딱이네요."

"멋진 장소지요?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기도 좋고요."

 

마치 다락방 같은 분위기에서 책을 읽거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딱 안성맞춤이었다. J선생님은 10여 년 전 네팔 여행 시에 만난 분으로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 가장 내로라할만한 독서광이다. 우리는 커피를 홀짝 홀짝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에게 무슨 책을 주시려고 여기까지 먼 길을 오셨지요?"

"아 그게, 요즈음 제가 터키의 소설가 오르한 파묵의 소설에 푹 빠져 있는데요. 혼자 읽기에는 너무 아까워 그분의 책을 몇 권 가져 왔어요."

"아, 그래요? 언젠가 신문지상에서 무슨 빨강이란 책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은 있는데…."

 

 

"'내 이름은 빨강'이란 책이지요. 오늘 그 책하고 '이스탄불'과 몇 권의 더 가져왔어요. 저는 다 읽었으니 선생님께 선물을 할게요. 꼭 한 번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와아, 이렇게 책을 많이 주시다니, 선생님 덕분에 저희 시골집에도 작은 도서관을 하나 차리겠네요."

"호호, 선생님 시골집에도 작은 도서관 하나 내시지요. 오늘 이 소설을 직접 번역한 이난아 선생님을 만나기로 되어 있는데요, 시간이 있으시면 선생님도 함께 가시지 않을래요?"

"그것참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그런 일이라면 시간이 없더라도 만들어 내야지요. 어디서 만나기로 했지요?"

"그 이난아 선생님 집이 사당동이어서 6시에 숭실대 입구에 있는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이 책의 번역자를 직접 뵐 수 있다니 오늘은 큰 행운을 잡았네요."

"저도 오늘 기분이 너무 좋아요. 시각장애인이 정성들여 내린 커피도 마시고, 용꿈꾸는 도서관에서 이야기도 나누고... 정말 오늘밤은 용꿈이라도 꿀 것 같은데요. 호호."

"하하. 그래요? 이 근처에 '생각보다 맛있는 집'이란 팥죽집이 있는데요. 거기서 팥죽이나 한 그릇씩 먹고 찻집으로 가면 어떨까요? 팥죽은 제가 쏘겠습니다."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용꿈 꾸는 작은 도서관은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책 대한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기에는 참으로 좋은 장소이다. 우리 주변에 이런 장소가 더욱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오늘은 대박을 만난 기분이다. 시각장애인이 정성을 들여 내린 커피를 마시고, 책도 선물받고... 선물받은 책을 한아름 안아들고 용꿈꾸는 작은 도서관을 나오는 마음이 흐믓하고 행복하기만 하다.

 

이 세상에 장애가 없는 완벽한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당신은 정말 장애인보다 더 뛰어난 사람인가? 사람은 누구나 다 장애는 한 가지 이상은 가지고 있다. 다만 그 장애의 정도의 차이에 따라 장애인으로 구분을 할 따름이다. 새해에는 장애인들이 꿈을 키우며 일을 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