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낮이 똑 같은 춘분에 찾아온 귀한 손님들
오늘은 3월 20일, 밤과 낮의 길이가 똑 같다는 춘분이다. 춘분은 춥지도 덥지도 않은 시기로 농부들이 일을 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이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하루를 밭 갈지 않으면 일 년 내내 배부르지 못한다."고 했다.
옛 말에 음력으로 2월은 천하 만민이 모두 농사를 시작하는 달이라고 했다. 2월은 한 해의 농사 시작을 위한 준비 작업을 하는 달이다. 퇴비준비하기, 마늘밭 거름주기, 보리밭 거름주기, 논 객토, 비닐하우스 관리, 과수 가지치기, 감자 싹 틔우기 등 이루 다 말을 할 수가 없다.
나는 친구의 도움으로 3월 초부터 텃밭을 미리 다 갈아 놓고, 날이 좀 더 따뜻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곳 연천군은 남쪽지방보다 절기가 거의 한 달가량 늦어지기 때문이다. 구례 혜경이 엄만 지난주에 벌써 감자 파종을 다 했다고 한다.
사실 나는 이번 주에 감자와 완두콩을 심어볼까 고심을 하다가 참고 있었다. 그런데 거보란 듯이 오늘 아침부터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랫집 연희 할아버지의 말로는 이곳 연천은 5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한다. 봄에 눈이 오는 것은 농부들에게는 별로 달갑지가 않다. 그렇지만 봄에 내린 춘설은 또 다른 멋진 풍경을 선사했다.
오전 눈이 내리더니 오후에는 눈 소식과 더불어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하늘땅여행> 카페 회원이신 솔향기님, 봄비님, 반송님, 그리고 그 친구 분들 여섯 분이 금가락지를 찾아왔다. 뜻밖에 손님들을 맞은 오랜만에 화기애애한 사람들 소리로 가득해졌다. 모두가 임진강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했다. 참 아름다운 모임이다.
나는 작년에 덖어 놓았던 임진강 쑥차를 끓였다. 손님들은 쑥차를 마시며 두어 시간 가량 세상사는 이야기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반송님은 옹진에서 민박 형 펜션을 하신다고 했다. 소나무로 둘러싸인 옹진은 퍽 이국적이고 아름답다고 한다. 그런데 남북관계가 굳어지면서 예약을 했던 손님들도 모두 취소를 하고 말았다고 한다. 그는 하루빨리 남북관계가 풀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수님이란 분은 일산에서 '번지 없는 주막'이란 막걸리 집을 운영한다고 한다. 봄비님은 닉네임처럼 봄비를 몰고 왔을까? 봄비가 내리다가 눈으로 변하긴 했디만 어쨌든 반가운 분들이다. 오늘 오신 여섯 분 모두가 일산에 거주를 하시는 분들이다. 아무래도 연천은 일산에서 접근을 하기가 좋은 곳이다. 서로 이웃에 살고 있어 함께 트레킹도 하고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고 했다.
마침 오늘 오전에 정애자 선생님이 오랜만에 오셨는데, 우리는 함께 어울려 여행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우리 부부는 갈 곳이 더 생겨서 덩달아 즐거웠다. 옹진군 반송님 집도 가고, 번지 없는 주막에 가서 막걸리도 한잔 하고… 사람은 이렇게 좋은 인연 따라 살아가는 맛이 아니겠는가?
모두가 생업에 종사를 하고 있어서 바쁘실 텐데 여기까지 시간을 내서 찾아주신 게 여간 고맙지가 않다.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는 아주 오래전 만난 사람들처럼 친해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들 사이에는 어떤 이해타산도 없고, 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그냥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순수함이 있기 때문이다.
손님들이 떠나간 금가락지는 윙윙 바람소리만 난다. 오전에 극성을 부리던 함박눈은 언제 왔느냐는 듯 하늘은 맑고 태양이 따스한 볕을 쪼여 주고 있다. 갑자기 내란 눈에 놀라며 움츠려들었던 산수유가 다시 고개를 내밀고 있다. 먼 길 찾아오신 손님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2013.3.20 춘분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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