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굴산과 임진강 주변에 수리부엉이가 살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 번도 보지는 못했다. 3월 내내 텃밭을 일구느라 그간 임진강 평화누리길을 산책을 할 시간이 없었다.
3월 18일 오전 9시, 며칠 동안 텃밭 일을 돌보아 주던 친구와 함께 임진강 주상절리 길을 산책하였다. 아랫집 연의 할머니도 동행을 하였다. 농사일만 할 것이 아니라 하루에 1시간 이상은 걸어야 건강이 좋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러나 농부들은 바쁜 농사일 때문에 운동을 할 시간이 없다. 일이 곧 운동이라고 하지만 그러나 운동과 노동은 다르다. 농부들은 하루 종일 엎져서 일을 하다보니 나중에는 허리가 구부정정해진다. 어떻게 시간을 내서라도 하루에 1시간 이상은 걷는 것이 좋다.
임진강 평화누리길은 산책을 하기에 아주 좋은 길이다. 요즈음 연희 할머니를 비롯해서 이장님 사모님과 몇 분이 걷기운동에 가끔 동참을 한다. 오늘 아침에는 친구와 연희 할머니 나 이렇게 셋이서 임진강변을 따라 걸었다. 안개가 짙게 끼어 있는 임진강은 봄을 노래하며 흘러가고 있었다. 약수터를 지나 강폭이 넓어지는 곳까지 걸어갔다. 그 때 갑자기 연희 할머니가 소리쳤다.
▲솔부엉이의 비상(천연기념물 324호)
"저기 부엉이가 있네요"
"어디지요?"
"저기 날아오고 있잖아요."
"엇, 그렇군요."
부엉이로 보이는 새가 건너편 언덕에서 날아오고 있었다. 날개가 독수리 못지않게 컸다. 부엉이는 잠시 나무 가지에 앉아 있다가 인기척을 느끼고 하늘로 비상하였다. 날아가는 부엉이를 줌을 당겨 찍긴 했는데 너무 멀어서 뚜렷한 형태를 담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새의 모양, 색깔로 보아 솔부엉이임에 틀림없다.
천연기념물 제324호로 지정된 솔부엉이는 이곳 DMZ부근에서 가끔 발견되는 올빼미과 맹금이다. 몸길이는 27~30cm 정도로 머리와 등은 균일한 흑갈색이지만, 꼬리에는 검은 띠가 있다. 눈은 밝은 노란색이지만 배는 흰 바탕에 굵은 세로무늬가 있다. 날개 밑 부분은 흰색이며 흑갈색의 가로 무늬가 있다.
솔부엉이는 밤에 '후후, 후후'하고 우는데, 가끔 그 소리를 들어본 것도 같다. 솔부엉이는 5~7월에 3~5개의 알을 나무 구멍이나 둥지 등에 낳고, 암컷 혼자서 25일간 알을 품고, 28일간 새끼를 키운다. 번식 기에 사람이 둥지 부근에 나타나면 습격을 하므로 조심을 해야 한다. 주로 곤충, 박쥐, 작은 새들을 잡아먹는다.
▲솔부엉이
"가끔 저기 바위위에 고라니나 노루가 우두커니 걸터 앉아 있다가 후다닥 도망치기도 해요."
"하하 노루가 외로웠을까요?"
"호호 그러닞도 모르지요. 그런데 요즈음은 고라니나 노루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요."
동이리 주상절리 평화누리길 주변에는 고라니와 노루, 너구리들이 많이 서식을 하는 곳이다. 그러나 강변에 평화누리길이 생긴 이후로 사람들의 인기척이 잦아 점점 그 수가 줄어들고 있다.
이 길은 다소 무리를 해서 만든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상절리 일부를 깎아 만든 강가의 길은 경치는 그만이다. 그러나 무리하게 언덕을 깎아 만들고 벽에 보호 장치를 하지 않아 여름 홍수나 장마가 지나가면 주상절리 벽이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다.
▲작년 홍수로 파손된 평화누리길
▲금년 3월 14일 보수를 한 평화누리길
특히 작년에는 400mm 이상의 폭우가 집중적으로 내려 언덕 일부가 붕괴되고 길이 많이 파손되어 있다. 자칫 잘못하면 대형 붕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지난 3월 초에 경기도청에 붕괴 위험 신고를 하였다.
경기도청에서는 지난 3월 14일 일부 보수를 하기는 했지만 임시방편으로 땜을 해 놓았을 뿐이다. 아마 금년 여름에 장마가 지면 다시 길이 파손될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것같다. 경기도에서도 데크 시설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워낙 물길이 센 곳이고 예산문제도 있어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이 길을 사랑한다. 호젓한 강변을 따라 사색을 하며 길을 걷다보면 몸과 마음이 강물처럼 풀어진다. 사계절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화하는 임진강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 그리고 작년부터 꽤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찾고 있다.
임진강에는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버들강아지가 솜털처럼 부풀어 오르고 있다. 길가 언덕에는 갖가지 식물들이 스프링처럼 돋아나고 있다. 강물에는 오리들이 한가롭게 헤엄을 치고 있다. 평화롭고 사랑스런 풍경이다. 머지않아 언덕에는 진달래가 피어나고 갖가지 봄꽃들이 피어날 것이다.
오늘은 솔부엉이를 볼 수 있는 행운도 따라서인지 강변이 더욱 아름답고 평화롭게 보인다. 이 강을 따라 북한 땅까지 걸어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매일 이 길을 걸으며 북한 땅까지 강변을 따라 걷는 꿈을 그려본다. 꿈을 자꾸 꾸다보면 그 꿈이 이루어 지지않겠는가?
늘푸른 약수터
현호색
무너진 토사
무너진 나무
무너져내린 나무
동이1교와 주상절리
'국내여행 > 임진강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파트 베란다에 핀 꽃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0) | 2013.03.25 |
---|---|
내손으로 기른 마늘로 김장을 할 생각을 하니... (0) | 2013.03.21 |
눈 내리는 날 찾아온 반가운 손님들 (0) | 2013.03.20 |
춘삼월에 내리는 함박눈 (0) | 2013.03.20 |
솥단지야 솥단지야 (0) | 2013.0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