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텃밭일기

코딱지 풀잎에서 춤을 추는 <광대나물>

찰라777 2013. 5. 9. 07:59

마늘 자연재배

 

코딱지 풀잎에서 춤을 추는 <광대나물>

 

5월 8일 맑음 매우 따가운 날씨

 

내 농사를 지으며 매일 하루 종일 실습을 받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왕초보 농사꾼이 200여 평의 텃밭 농사를 짓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내 농사만 짓는 일도 바쁘다. 더구나 장소를 이동하며 실습장을 오가다 보니 하루 일과가 너무나 바빠진 것 같다.

 

 

나는 매일 아침 5시 이전에 일어난다. 여명이 밝아지면 텃밭에 나가 채소와 작물 하나하나에게 인사를 한다. "어제 밤에 잘 지냈니? 넌 왜 그렇게 힘이 없어. 뭐? 목이 마르다고? 그래 물을 좀 주마……" 작물들과 대화를 나누며 물을 주기도 하고 흙을 북돋아주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아침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아침 식사를 간단히 하고 해땅물 농장으로 간다. 우리 집에서 약 8km 거리에 위치한 해당물 농장에 9시에 도착을 한다. 해땅물 농장에서 실습을 받고 정심시간에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 아내와 점심을 먹고 다시 해땅물 농장으로 간다. 주변에 식당도 없고, 식당이 있는 왕징면 사무소가 거리가 더 멀어서 집으로 와서 점심을 먹거나 아니면 도시락을 싸 가야 한다. 허지만 들판에서 홀로 도시락을 먹는 일도 쉽지가 않다.

 

 

오후 6시 경에 일이 끝나 집에 돌아오면 거의 7시가 된다. 그러니 내 농사를 조금이라도 짓는 사람은 이 실습을 받기가 용이하지 않을 것이다. 반나절, 아니면 하루걸러 실습을 받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내가 좋아서, 그리고 꼭 자연재배 농사를 익히고 싶어서 선택한 일이 아닌가? 그리고 실제 농사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언제나 즐거운 마음으로 <풀잎여행>을 떠난다.

 

오늘은 아침 일찍 서울에서 손님이 왔다. 우리가 바쁜 줄 알고 김밥을 사들고 와서 김밥으로 아침을 먹고, 손님들을 집에 두고 나는 해땅물 농장으로 갔다. 오늘은 마늘밭 풀을 베는 날이다.

 

 

▲해땅물 농장에서 자연재배로 키운 캐나다 마늘

"캐나다 마늘 종류를 작년 10월에 파종을 했어요. 마늘은 한지형과 난지형이 있는데, 단양, 의성 마늘을 심다가 우연히 캐나다 마늘을 알게 되어 파종을 하게 되었습니다. 캐나다마늘은 병충해에 강하고 세력이 좋아 추위에도 강한 것 같습니다. 10월에 고구마를 캐고 마늘을 파종하여 물을 두 번 충분히 주고, 11월 중순에 볏짚을 5cm로 덮습니다. 볏짚을 늦게 덮는 것은 뿌리에 산소가 공급이 되게 하기 위함입니다. 겨울을 나고 날이 따뜻해지면 볏짚의 절반을 걷어냅니다.

5월 중순에 마늘종을 두세 번 정도 다주어야 밑이 실하게 듭니다. 6월에 수확을 하고 나서 그 자리에 고구마를 심습니다. 그리고 가을에 고구마를 수확하고 다시 마늘을 심지요. 전에는 연작을 피했으나 지금은 계속 연작을 하고 있습니다. 연작을 해도 수확량에 큰 변화가 없는 것을 보면 토양이 그만큼 건강해졌다는 증거가 되기도 합니다."

 

 

토양이 건강하면 연작을 해도 병충해나 생장에 지장이 없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실이다. 홍 선생님으로부터 마늘 자연농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서 나는 마늘밭의 풀을 베어내기 시작했다.

 

▲우리집 텃밭의 마늘 수분이 부족해서인지 끝이 노래지고 있다.

 

거름을 일체 주지 않는 해땅물의 마늘은 매우 건강하고 싱싱하게 보였다. 퇴비를 준 우리 텃밭의 마늘보다 더 튼튼하고 싱싱해 보인다. 원추리처럼 옆으로 가지가 벌어지는 캐나단 산 마늘은 밑이 통통하고 세력이 좋다. 우리 집 마늘은 지난주부터 끝이 약간 노래지고 있다. 잎마른 병일까? 아니면 수분이 부족해서일까?

 

최근 비가 별로 오지 않아서 수분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저녁에 물을 충분히 뿌려 주었다. 파종을 할 때에 퇴비만 좀 주고 일체의 비료나 농약을 치지 않는 우리 텃밭 마늘은 그런대로 잘 자라나고 있는데 해땅물 마늘보다는 세력이 약해 보인다.

 

 

코딱지 잎에서 광대 춤을 추는 <광대나물>

 

 

 

마늘밭에는 쇠뜨기와 물냉이가 한참 세력 다툼을 하고 있다. 그 사이에서 마늘이 자라고 있다. 간혹 가다 광대나물이 보라색 꽃대를 내밀고 광대처럼 춤을 추고 있다. 팽팽한 세력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마늘 밭에서 광대나물의 출현은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쇠뜨기와 말냉이가 치열한 세력다툼을 하고 있는 잡초 밭에 캐나다 마늘이 건강하게 자라나고 있다.

 

콩밭 모양의 잎은 코딱지를 닮아서 <코딱지나물>이라 불리기도 한다. 코딱지처럼 생긴 반원형의 잎겨드랑이에 돌려가며 피는 꽃은 윗입술은 길고 아랫입술은 짧다. 그 모양이 마치 광대가 발을 모아서 춤판을 벌리는 향상과 같다고 하여 <광대나물>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꽃을 떼어 그 끝을 입에 물면 꿀 풀처럼 달콤한 풀 향이 느껴진다. 녀석은 숨은 양지 밭이나 밭두렁 깊은 한편에서 소리 소문 없이 슬그머니 피어난다. 사실 광대나물은 누구 한사람 들여다보지 않는 하찮은 풀꽃처럼 보인다. 정말 코딱지 같은 잎겨드랑이에서 빨간 꽃망울이 눈을 뜨고 있는 모습은 귀엽기 짝이 없다.

 

광대나물의 아랫입술에 있는 두 개의 붉은 반점이 꿀벌을 꽃잎으로 유도한다. 벌은 윗입술 천정의 유도선을 따라 꿀샘으로 깊숙이 들어가게 되는데, 이때 윗입술 끝에 있는 수술이 조용히 내려와 벌 등에 꽃가루를 묻힌다.

 

 

광대나물의 열매는 세 게의 능선이 있는 달걀모양으로 흰 반점이 있다. 씨앗에는 엘라이오좀(Elaisome)이란 방향제가 들어 있어, 이 향을 좋아하는 개미가 시앗을 물어 개미집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 흘려 씨앗을 퍼뜨린다고 한다. 제비꽃이나, 얼레지, 애기똥풀 등도 부지런한 개미들의 도움을 받아 종자를 퍼뜨린다고 한다.

 

이 광대나물은 이름처럼 나물로 먹기도 한다는데 장터 할머니들한테서 쉽게 만나지는 못했다. 광대나물은 3~4월 중하순에 어린잎을 따서 나물과 국을 끓여 먹기도 하고, 어린잎을 살짝 데쳐서 소금 간으로만 나물로 무치거나, 엷은 된장으로 무쳐 먹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아직 광대나물을 먹어본 적은 없다. 내년에는 한번 시도를 해보아야겠다.

 

 

 

민간에서는 풀 전체를 토혈과 코피를 멎게 하는 데 사용한다고 한다. 그 외에도 ‘풍사를 몰아내고 경락을 통하게 하며 부종을 내리고 통증을 그치게 하는 효과가 있어서 근골격근 동통, 혈액순환, 사지의 마비, 타박상, 등을 치료하는데 이용된다고 한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광대나물에게 갈채를 보낸다.

 

(201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