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밤마다 옥수수 하모니카를 부는 녀석 누구야?

찰라777 2013. 8. 1. 03:30

옥수수는 쥐가, 고구마는 고라니가, 땅콩은 너구리가....

이거 남는 게 없네

 

▲ 텃밭 한 가운데 있는 옥수수 밭

 

 

우리 집 앞마당 텃밭 한 가운데는 다섯 평 정도의 옥수수 밭이 숲을 이루고 있다. 옥수수 잎이 바람에 서걱거리며 하늘거린다. 나는 이 옥수수 숲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 한다. 텃밭의 중심에서 푸른 숲을 이루고 있는 옥수수 밭은 무언가 짙은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한 달이 넘게 줄기차게 내리는 폭우 속에서도 옥수수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주었다. 옥수수수염이 까맣게 변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제 수확을 할 때가 된 것 같다.

 

▲ 쥐들이 옥수수를 갉아 먹은 모습

 

 

나는 옥수수 밭으로 내려가 알갱이가 익었을만한 옥수수를 고르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알갱이가 튼튼하게 들었음직한 옥수수는 모두 수염을 벗겨지고 반쯤 열려 있었다. 그리고 예외 없이 드러난 옥수수는 알갱이가 하나도 없이 빠져나가 있었다.

 

"아니, 누가 쥔장의 허락도 없이 옥수수를 까먹었지?"

 

"뭐라고? 원래 땅 주인은 우리야."

 

▲ 껍질을 벗기고 정교하게 까먹은 옥수수

 

 

 

하긴 그렇다. 필시 이 땅의 터줏대감들인 쥐들의 소행이 아니면 다람쥐들의 소행이렷다! 그들은 껍질이 벗겨진 부분을 아주 정교하게 옥수수를 까먹었다. 단 한 알갱이도 남기지 않고 한 알 한 알 갉아 먹은 모양이 쥐들의 소행이 아니면 다람쥐의 소행일임에 틀림없다.

 

 

옥수수를 먹는 장면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못해 무엇이 이 옥수수를 먹었는지 확실히는 모르겠다. 그러나 아직까지 집에서 한 번도 쥐를 본적이 없다. 야생 고양이 두 마리가 수시로 드나들기 때문에 쥐들이 없는지도 모른다.

 

 

▲ 옥수수의 3분의 1정도를 쥐들이 까먹고 말았다.

 

 

얼마 전 옥수수를 먹는 다람쥐의 사진을 인터넷에 본적이 있다. 캐나다의 카메라맨 바바라 리니 씨가 찍은 사진으로 '줄무늬 다람쥐'가 양쪽 볼 안에 옥수수를 가득 넣고 있는 모습이다. 그는 자신의 정원에서 옥수수를 물고 늘어져 있는 이 다람쥐를 발견했다. 다람쥐는 30분간에 걸쳐 옥수수 1개를 모두 먹어치웠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집 옥수수는 갉아 먹은 모양을 보면 쥐들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 옥수수 껍질을 세밀하게 할퀴어 벗긴 자국이 쥐의 이빨로 벗긴 모습에 가깝기 때문이다. 나는 옥수수를 따 내면서 볼멘소리로 중얼거렸다.

 

 ▲ 울며겨자 먹기로 따낸 옥수수

 

 

"이거 또 소 잃고 외양간 거치는 격이네."

 

"쥐들이 옥수수를 모두 설거지하기 전에 옥수수를 좀 따야겠어요."

 

"옥수수는 쥐가 까먹고, 고구마는 고라니가 뜯어먹고, 토마토는 노린재가 파먹고, 땅콩은 너구리가 파먹어 버리면 우린 뭘 먹지요? 어느 정도 함께 나누어 먹는 것은 좋지만… "

 

"허지만 너무 많이 먹어 치워서 탈이예요."

 

 

▲ 껍질을 벗긴 맛좋은 얼룩찰 옥수수

 

 

쥐인지 다람쥐인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3분의 1 정도는 옥수수를 다 입맛을 다시고 말았다. 녀석들은 밤마다 옥수수를 입에 물고 소리 없는 하모니카를 불고 있었던 것이다.

 

원래 땅 주인인 터줏대감들과 함께 조금씩 나누어 먹는 것은 좋은데 한 번 맛을 들이면 해도 너무 하니 나도 뭔가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것 같다.

 

따 내온 옥수수를 삶아서 아침 밥상에 올려 놓으니 구수한 냄새가 그만이다!

 

"아휴~ 이 렇게 맛이 있으니 쥐들이 달라들어 먹겠지..."

"그러게 말이요."

 

 

★아침밥상에 오른 옥수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