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가을 야채를 심으며...

찰라777 2013. 9. 7. 07:37

가을야채를 심으며…

 

 

요즈음 해땅물자연농장에서는 가을 채소를 심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지난 8월 씨를 뿌려 육묘를 하고 자라난 모종을 날마다 로지에 옮겨 심고 있습니다. 8월 7일 무씨 파종을 필두로 종자를 모판에 파종을 하였습니다. 그 종류는 무려 30여 가지나 됩니다.

 

먼저 종자를 육묘판에 파종을 하고, 그 다음에 튼튼한 모종만 남겨두고 약한 모종을 솎아내기를 합니다. 그런 다음 다시 건장한 모종을 72구 트레이 포트에 옮겨 심습니다. 약 한 달여 동안 자란 모종을 로지에 다시 옮겨 심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파종, 육묘, 이식, 정식의 과정은 정신을 집중하고 지극한 정성을 요하는 작업입니다.

 

30여 가지의 가을야채를 심다

 

가을야채의 종류를 보면, 김장배추, 김장무, 씨레기무, 적치마상추, 청치마상추, 흑치마상추, 청오크, 적오크, 양상추, 청겨자상추, 적겨자상추, 여름상추, 브로콜리, 컬리플라워, 양배추, 적양배추, 루꼴라, 적로메인, 청로메인, 다홍채, 청경채, 청콜라비, 적콜라비, 생채, 백로주. 적로주, 엔디브, 적치커리, 적경치커리, 양파, 곰보배추 등 30여 가지가 넘습니다.

 

관행 농에서는 보통 128구 트레이 포트에 육묘파종을 합니다. 그런데 이곳 자연농장에서는 육묘판에 먼저 파종을 하고, 솎아내기를 한 후, 튼튼한 모종만 72구 트레이 포트나 단독 포트에 이식을 하는 절차를 취합니다. 그렇게 해야 튼튼한 모종을 골라 파종을 할 수 있고, 육묘판에서 건강하고 튼튼한 모종을 길러 정식을 해야 병충해 등에도 강하게 견딜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육묘판 파종을 하는 순서(사례-배추씨)는 다음과 같다.

 

1. 상토에 물을 섞어 잘 비빈다.

2. 상토를 육묘판에 골고루 넣고 흑손으로 반반하게 수평을 잡아준다.

3. 배추씨를 접시에 담아놓고 손으로 골고루 뿌려준다(한판에 약 400개).

4. 파종 후에는 상토를 손으로 비벼가며 얇게 덮어준다.

5. 흑손으로 반반하게 살짝 눌러준다.

6. 작은 물뿌리개로 물을 골고루 뿌려준다.

7. 한랭사를 덮어 하우스에 보관하고 양쪽을 돌과 철 파이프로 눌러 벌레침입을 막는다.

8. 3~4 일 후 모종을 솎아내어 튼튼한 모종만 키운다(핀셋 사용).

9. 떡잎이 어느 정도 자라면 72구 트레이 포트에 옮겨 심는다.

10. 웃자라지 않도록 보아가며 물을 준다.

 

 

흙고르기-흙다지기-씨부리기

흙덮기-물주기-한랭사 덮기

 

솎아내기-72구 포트에 옮겨심기

 

 

이렇게 정성스럽게 기른 모종을 8월말과 9월 초에 로지에 다시 옮겨 심습니다. 로지에 옮겨 심는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이랑을 갈지 않고, 풀만 베어낸다.

2. 이랑 옆의 풀은 그대로 남겨둔다.

3. 호미로 모종을 심을 구멍을 넓게 파고, 흙을 몽글게 풀어준다.

4. 모종의 부리가 상하지 않도록 포크로 조심스럽게 떠서 구멍에 옮겨 심는다.

5. 웃자란 모종은 조금 깊게 심는다.

6. 흙을 덮고 그 위에 다시 베어낸 풀을 덮어준다. 맨땅이 없도록 풀을 덮어준다.

7. 마지막에 물을 충분히 준다.

 

풀을 덮어주는 것은 그 자리에서 자란 풀을 다시 흙으로 되돌려 주는 것이며, 다른 풀이 잘 자라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입니다. 또한 이슬 등 습기를 보존하고, 온도를 조절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낮에는 뜨거운 햇볕을 막아주고, 밤에는 따뜻하게 보온을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다른 풀과 함께 자라나면 벌레가 다른 풀을 먹느라 작물에 피해를 덜 주게 됩니다.

 

 

●풀과 함께 자라나는 행땅물자연농장의 가을 야채

 

 

 

 

 

 

 

 

로지에 옮겨 심은 야채는 상태를 보아가며 물을 줍니다. 물을 너무 많이 주면 웃자라게 되고, 너무 적게 주면 말라서 죽게 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퇴비나 화학비료도 주지 않습니다. 어떤 농약도 치지 않습니다.

 

 

그냥 풀과 함께 작물이 자연 상태에서 자라나도록 <편을 들어주는 일>만 합니다. 돌보아주는 것이 아니라 편을 들어주는 것뿐, 다른 일을 하는 것은 없습니다. 여기서 편을 들어준다는 것은 식물과 인간이 동격이라는 뜻입니다. 인간은 식물보다 우월하지 않습니다. 식물의 생명도 하나이고, 인간의 생명도 하나라는 것입니다.

 

편을 들어주는 일은-옆의 풀이 너무 길면 작물의 키를 넘지 않게 베어주고, 물이 부족하면 물을 주는 것뿐입니다. 풀을 베어주면 죽지 않고 다시 살아납니다. 그러니 풀과 함께 작물이 자라나는 것이지요.

 

 

채식은 지구를 구하는 길

 

이렇게 전 인류가 자신이 먹을 채소를 자연농사로 짓는다면 지구 온난화는 어느 정도 해결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의 분석 결과, 축산업과 그 부산물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실제로 연간 325억 6천 4백만 톤에 달하며, 이는 연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1%에 해당된다.”

-월드워치연구소

 

2006년 유엔보고서에 다르면, 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비행기, 기차, 자동차, 오토바이, 등 전 세계 모든 교통수단을 합친 배출량보다 많다고 밝혀졌습니다. 축산업은 사막화와 생물 다양성 손실의 주된 원인이자, 지구 온난화로 인해 날이 갈수록 물이 고갈되는 상황에서 폐수 방출과 수질오염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또한 축산업은 화석연료와 곡물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소모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쇠고기를 생산할 경우, 영양적으로 동일하거나 더 뛰어난 비건 채식 식품을 생산하는 것과 비교하면 최소한 12배의 곡식과 10배 이상의 물, 8배 이상의 화석연료 에너지가 더 든다는 것입니다.

 

이런 자료들을 분석해 보면 육식을 금하거나 제한하지 않으면 지구 전체가 사라져 간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개인의 선택문제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생사가 달린 문제입니다. 고기를 먹는 것은 지구 전체를 먹는 일이며, 생산되는 식량의 90%를 소비해 다른 사람을 굶주리게 하는 일입니다.

 

“우리가 음식을 바꾸지 않으면 다른 것은 소용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숲을 파괴하는 것은 육류이기 때문입니다. 물을 오염시키는 것도 육류이며, 질병을 일으키는 것도 육류입니다. 그리고 질병이 생기면 병원비로 돈을 다 써 버리게 됩니다. 그러므로 누구든 지구를 구하고 싶다면 이것이 최우선적인 선택입니다.”

-마네카 간디

 

그런 의미에서 채소를 기르고 채식을 하는 것은 지구를 구하는 일 중의 하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텃밭에 심은 가을채소가 싱싱하게 자라나고 있습니다. 냄새는 향기롭습니다. 푸른 채소 밭 위로 맑은 가을 하늘이 투명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단 몇 평이라도 텃밭을 가꾸고, 그렇지 못한 곳에서 산다면 베란다나 옥상에 화분을 놓아두고 채소를 키우는 생활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