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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킴여행⑨]야크를 타고 피서를 즐기는 인도의 부자들 -짱구호수

찰라777 2013. 12. 6. 17:58

해발 3753m, 눈 덮인 짱구호수의 파노라마

시킴여행의 백미, 짱구호수

 

 

 

▲ 야크를 타고 설경을 즐기는 인도의 부자들

 

 

눈 덮인 짱구 호수의 파노라마

 

눈 덮인 짱구 호수

목숨이 두 개인 사람만

오를 수 있다네

히말라야의 여신이 허락을 해줄까?

야크, 눈, 호수…

야크타고 피서 즐기는 인도 부자들

수직한계 극복하며 걸어가는 의지

설경의 파노라마가 펼쳐지네!

야크의 체온이 온 몸에 느껴지네.

 

 

▲ 짱구호수에 휘날리는 타르쵸

 

언덕을 넘어 무한도전님이 맨 앞장을 섰고, 그 뒤를 청정남, 바다님이 따라갔다. 나는 아내의 손을 잡고 가장 뒤에 서서 천천히 발길을 한발 한발 천천히 옮겨 갔다. 고산에서는 천천히, 천천히, 천천히… 가야 한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말이다.

 

"오, 짱구 호수다!"

 

마침내 히말라야의 여신은 우리가 설산에 둘러싸인 짱구호수를 밟게 해주었다. "감사, 감사, 감사… 합니다!" 나는 마음속으로 신에게 감사하는 말을 수없이 되뇌며 눈 덮인 설산과 짱구호수의 장엄한 파노라마를 바라보았다.

 

단지 언덕에 올라섰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호수가 펼쳐지다니… 손바닥 하나로 해를 가리고 달을 가린다고 했던가? 그러기에 육안으로 보는 색계는 한계가 있나 보다. 마음으로 눈으로 세상을 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

 

 

▲ 해발 3753m 짱구호수와 블랙야크

 

짱구호수는 길이 1km, 평균 깊이 15m에 달하는 작은 호수이다. 그러나 해발 4000m가 넘는 설산에서 녹아내리는 눈 녹은 물로 이루어진 탓에 시킴인들은 문학적으로 이 호수를 "호수의 원천(sources of the lake)"이라고 말한다.

 

호숫가에는 블랙야크들이 여행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고산지대라 숨이 차니 야크를 타고 호수를 한 바퀴 도는 것이다. 야크 뿔에 얼룩덜룩한 빨간 커버를 씌우기도 하고 여러 가지 색깔로 안장을 치장하기도 했다. 해발 4000m 이상에서만 서식한다는 야크는 히말라야에서 인간에게 가장 이로운 동물이다.

 

고원지대에서 짐을 나르거나 사람을 태우고 다니고, 사람에게 우유와 고기를 제공하며, 모피는 가죽의 원료로, 꼬리는 파리채로, 긴 털은 끈이나 로프를 만드는 데 사용하며, 야크 똥은 연료로 쓰인다. 야크, 야크, 야크! 오랜만에 눈을 끔벅거리는 야크를 만나자 반가웠다. 이 야크를 타고 호수를 한 바퀴 도는 것도 퍽 운치가 있을 것 같았다. 가격을 물으니 야크몰이꾼들이 여기저기서 달려들었다.

 

 

▲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는 야크 

 

"하우 머치?"

"세븐 헌드러드 루피."

"홧! 세븐 헌드러드! 투 익스펜시브."

"식스 헌드러드."

"노오."

"파이브 헌드러드."

"노오."

"라스트 프라이스 스리 헌드러드. 베리 치프."

 

700루피를 부르던 야크몰이꾼은 300루피까지 가격을 낮추며 따라왔다. 내가 미리 알아본 론니 플래닛 가이드북에는 80루피로 소개되어 있다. 물가가 올랐다고는 하지만 150~200루피가 적당한 가격이 아닐까? 터무니없는 가격 흥정에 야크를 탈 기분이 나지 않아서 우리는 걷는 데까지 그냥 걷기로 했다.

 

"자, 우리 모두 갈 수 있을 만큼만 천천히 걸어요."

"그래요, 걷는 게 좋겠어요."

"길이 엄청 미끄러우니 조심들 하세요."

 

 

▲ 호수를 막은 댐에 놓인 다리 양쪽에 늘어 서 있는 마니차를 돌리며 천천히 걸어가며 바라보는 호수 전망이 좋다.

 

우린 서로를 격려하며 한발 한발 천천히 눈길을 걸었다. 호수를 건너는 다리 양쪽에 마니차가 늘어서 있다. "옴 마니 반 메훔, 옴 마니 반 메훔" 티베트에 오면 누구나 이 주문을 외운다. 서양인도 동양인도... 주문을 외우면서 마니차를 돌리며 천천히 걸어갔다.

 

그러나 해발 4km에 달하는 설산은 숨이 찬다. 바다님이 힘에 겨운 듯 가다가 쉬고를 반복했다. 아내는 다리를 건너다가 숨이 차는지 멈추어 섰다. 그런 아내와 함께 인증 샷을 몇 장 찍었다. 심장 이식을 한 후 4000m 설산에 오른다는 것은 아내에게는 적어도 역사적인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이상 걷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 일 것 같았다.

  

▲ 불경이 새겨진 타르쵸 사이로 눈 덮인 설산과 호수가 신비하게 보인다.

 

 

"저는 호숫가에서 기다릴게요."

"그럼 저 아래 카페로 내려가서 뜨거운 짜이래도 마시며 쉬는 것이 좋지 않겠소?"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다녀오세요.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하고요."

 

아직도 아내는 움직이는 종합병원 같은 존재다. 그런 와중에서도 오직 '여행'을 떠난 다는 '희망' 하나로 몸을 닦고 조이는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 어쩌면 '여행'은 아내를 치유하는 유일한 '묘약'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힘든 여정을 견뎌내는 아내에게 갈채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마스크를 한 채 힘들어 하는 아내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 인도의 부자들은 야크를 타고 피서를 즐긴다

 

야크를 타고 피서를 즐기는 인도의 부자들

 

우리는 다리에 서서 잠시 숨을 고르며 호수에 비친 설산을 바라보았다. 아름다웠다. 아내는 빨리 다녀오라고 하며 오던 길을 되돌아서서 천천히 다리를 건너갔다. 인도의 부자들은 모두 야크를 타고 다리를 건너갔다. 빈부격차가 극심한 인도는 부자들이 더운 여름에 설산으로 피서를 온다. 인도 낮은 지역은 지금 우기 철과 함께 찜통 같은 더위가 지속된다.

 

그래서 델리나 꼴까타에서도 멀리 이런 고산지역으로 피서를 온다. 그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야크를 탔다. 걸어서 호수 주위를 도는 인도인들은 없었다. 반면에 마부들은 야크를 몰고 걸어서 간다. 야크주인은 대부분 따로 있다. 마부들은 야크를 몰고 하루 품삯을 받을 뿐이다. 지상 어디를 가나 빈부의 격차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 짱구 호수는 야크를 타고 설경을 구경하며 한 바퀴 돌기에 좋다

 

 

▲ 눈썰매를 타며 피서를 즐기는 인도의 아이들

 

우리는 인도의 부자들이 타고 가는 눈길을 따라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들은 야크를 타고 가다가 야크를 세워놓고 눈 비탈 올라가 썰매를 타고 내려오기도 했다. 이곳에서 제일 신나는 사람은 역시 아이들이다. 인도의 아이들이 신기한 듯 눈을 만져 보기도 하며 썰매를 타면서 소리를 질러댔다.

 

짱구호수는 겨울부터 4월까지 얼어붙어 있다. 그러나 5월부터는 호수주변에 진달래, 양귀비, 이리스, 앵초 등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난다. 우리가 방문한 시기가 5월초였는데, 호수주변에는 갖가지 꽃들이 눈 속에서 피어나고 있었다. 또한 이 작은 호수에는 히말라야 설산을 날아가는 철새들의 중간 쉼터이기도 하다.

 

 

▲ 눈 속에서 피어나는 철쭉

 

눈 속에서 피어나 맑고 푸른 호수에 아름다운 색깔을 드리우는 꽃들은 정말이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다. 이 작은 호수에는 오래전부터 신화와 전설이 전해내려 오고 있다. 고대 라마승은 호수의 빛깔을 보고 미래를 점치곤 했다. 만약에 호수가 어두운 색깔로 물들여 지면 미래는 어둠과 우울, 불안으로 가득차고 말 것이라고 예언했다.

 

호수 입구에서 야크를 타라고 했던 야크몰이꾼이 우리 뒤를 계속 따라왔다. 그는 계속 야크를 타라고 말을 걸어 왔다. 그는 두 손가락으로 'V'자를 그어대며 "투 헌드러드." 내 등 뒤에서 빙긋 웃었다. 야크 몰이꾼들은 근성도 대단하다. 그렇게 근성을 가져야 먹고 산다.

 

약 1km 정도 눈길을 걸어가자 정자가 하나 나왔다. 우리는 정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호수 입구로 돌아가기로 했다.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을 아내가 걱정이 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끈질긴 야크몰이꾼은 정자까지 따라와서 능글맞게 웃으며 야크를 타라고 손짓을 한다.

 

 

▲ 야크를 타고 피서를 즐기는 인도 아이들이 귀엽기만 하다

 

"우리 저 야크를 타고 기념사진이라도 한 장 찍는 게 어떨까요?"

"그거 좋은 생각인데요."

 

모두가 찬성을 해서 나는 그 야크 몰이꾼과 다시 흥정을 하였다. 그는 처음에는 야크 모델료로 200루피나 달라고 했다. 밀고 당기는 흥정 끝에 100루피로 낙찰을 하고 우리는 차례로 돌아가면서 야크 등에 올라 호수를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했다. 천신만고 끝에 짱구 호수까지 와서 야크 등에 올라 포즈를 취하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블랙야크의 긴 털에서 야크의 체온이 온 몸에 전달되어 왔다. 야크는 보기와는 다르게 매우 순했다. 설산과 호수를 배경으로 멋진 포즈를 취해주는 야크가 고맙기 그지없었다. 야크 등에 오른 바다님은 감격스러운 듯 야크의 등을 이리저리 쓰다듬었다.

 

  

▲ 야크와 함께. 좌로 보터 청정남, 무한도전, 바다님, 그리고 필자(맨 우측)

 

수직 한계를 극복하는 인간의 의지

 

야크는 순한 동물이다. 여기까지 따라 온 야크 몰이꾼도 감사할 따름이다. 그가 오지 않았더라면 야크를 타고 이렇게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없었을 테니까. 야크 등에 올라 저마다 멋진 포즈를 취하며 기념 촬영을 한 우리는 다시 호수 입구로 돌아왔다. 무한도전님이 여전히 맨 앞에 씩씩하게 걸어갔고, 일행 중 가장 젊은 청정남님도 별로 힘들지 않게 걸어갔다.

 

 

 

그런데 아무래도 바다님이 힘들어 하는 표정이다. 나도 걸음을 조금만 빠르게 걸으면 뒷골이 무겁고 살살 당겨왔다. 우리는 마치 <버티컬 리미트>란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 같았다. 칠십의 고령의 나이에 4000m 설산에서 수직 한계를 극복하는 바다님과 무한도전님에게 아낌없는 갈채를 보내주고 싶다. 나이는 마음으로 먹는다. 저렇게 씩씩하게 한계를 극복하고 도전하는 모습을 보니 절로 힘이 솟아났다.

 

 

 

 

"바다님, 더 천천히 걸어요. 천천히…"

"네, 천천히 걷고 있어요."

 

느린동작처럼 천천히 걸어 호수 입구에 도착하니 아내가 보이지 않았다. 아마 카페로 내려간 모양이다. 언덕 밑으로 내려가 장화를 벗고 있는데 카페에서 아내가 손을 흔들었다. 반가웠다. 우리는 카페로 들어갔다.

 

그런데 기진맥진 한 상태에 다다른 바다님이 비틀비틀하며 의자에 주저앉더니 기어코 토하고 만다. 모두가 바다님의 상태를 걱정했다. 바다님을 의자에 눕혀 몸을 추스르게 하고 물을 마시게 했다. 바다님은 물을 마시고 잠시 쉬고 나더니 점차 컨디션을 회복했다.

 

▲ 해발 3753m 짱구 호수 고도 표지판

 

"칠십 한계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네요."

"오, 그래도 정말 대단해요! 바다님에게 큰 갈채를 보냅니다."

"브라보, 바다님!"

 

참으로 대단한 열정을 가진 바다님에게 모두가 갈채를 보냈다. 여행지에서는 힘들수록 서로의 격려가 필요하다. 배가 고픈 우리들은 초우면과 모모를 주문하여 점심을 먹었다. 고산에서 걷느라 에너지를 소비했으니 먹어야 한다. 짜이도 한잔씩 시켜서 마시며 몸을 녹였다. 바다님은 물만 마셨다. '미안해요 바다님…'

 

 

우리는 다시 그 아슬아슬한 비탈길을 기어가듯이 내려와 갱톡 MG광장에 무사히 도착을 했다. 물론 내려오는 길에도 고장 난 차와 발파작업으로 몇 번을 멈춰 서서 기다렸는지 모른다. 갱톡으로 오는 내내 바다님은 의자에 기대어 고통스러워했다.

 

MG광장으로 내려온 우리는 디플이도 할 겸 티베트 레스토랑 '포탈라'로 들어가 휴식을 취하며 오늘의 짱구 호수 트레킹에 대한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청정남님은 이제 티베트 여행도 할 수 있는 자신이 생겼다고 기뻐했다.

 

무한도전님은 아무렇지도 않는 듯 태평스런 모습이었다. 그는 어디든지 도전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바다님도 칠십의 한계를 극복하고 트레킹을 완주한 기쁨이 큰 모양이다. 아내도 심장을 이식을 한 후 그 힘든 컨디션으로 4000m 고지까지 밟았다며 좋아했다.

 

 

"당신 새로 장착한 엔진 성능이 괜찮은데요."

"모두가 당신 덕분이지요.

"정말 대단해요! 축하드립니다."

 

인간의 도전 정신은 끝이 없는 것 같다. 모두들 힘든 한계를 극복하고 대견해 하는 모습을 바라보자니 마음이 흐뭇해졌다. 그 험한 길을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다녀 올 수 있게 해준 히말라야의 신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려야 했다. 거기에 산이 있어 산을 오른다고 하지만, 산이 우리를 받아주었기에 우리는 험하기로 악명 높은 누트라 패스를 지나 수직 한계를 극복하고 무사히 짱구호수를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계속>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지난 2012년 5월 여행을 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