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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킴여행⑪]붉은 정열의 꽃 부겐빌레아-칼림퐁

찰라777 2013. 12. 10. 08:02

 붉은 정열의 꽃 부겐빌레아 그늘아래서

목신의 오후 풍경 같은 칼림퐁에서의 휴식

 

  

 

다음날 아침, 갱톡에서 칼림퐁으로 출발을 하려고 하는데 비가 억수로 쏟아져 내렸다. 비를 맞으며 지프에 짐을 실었다. 이 지프로 우리는 칼림퐁을 거쳐 부탄 국경에 위치한 푼촐링까지 가기로 예약을 했다. 지프는 다르질링에서 우리가 왔던 길을 따라 티스타 강을 거슬러 올라가다가 랑포 검문소를 거쳐 다시 가파른 비탈길로 올라갔다.

 

 

랑포 검문소에서 잠시 여권검사를 하는 동안 휴식을 취했다. 그런데 웬 가스통을 든 수백 명의 사람들이 열을 지어 있다. 내용을 알고 보니 가스를 배급받는다고 한다. 인도에서도 연료문제는 지역에 따라 심각한 모양이다. 가스통을 들고 배급을 기다리는 서민들의 애환이 그대로 엿보인다.

 

 

아침에 쏟아진 비로 티스타 강에는 물이 부쩍 불어 있었다. 티스타 강의 지류가 합쳐지는 곳에 다다르자 강물의 색깔이 서로 다른 색을 띠며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우리나라 양수리의 두물머리 같은 모습이다. 그러나 모양은 하회마을처럼 휘돌아가는 삼각지다. 강가에 라마승들이 정좌를 하고 불경을 낭독하고 있었다. 방생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강물에 기도를 올리는 중일까? 너무 멀어서 무얼 하는 지 잘 모르겠다.

 

 

 

티스타 강을 지류를 타고 가다가 지프는 다시 나선형으로 된 가파른 언덕을 기어 올라갔다. 이윽고 고래 등처럼 생긴 언덕이 펼쳐쳤다. 칼림퐁은 그 언덕에 한가롭게 들어서 있다. 해발 1250m인 칼림퐁은 갱톡보다 기후가 훨씬 덥다.

 

구불구불한 산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 칼림퐁은 평화롭게 보였다. 다르질링에서 서쪽으로 5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칼림퐁은 조용히 쉬었다 가고 싶은 여행자에게는 더 없이 좋은 곳이다. 그래서 어수선한 다르질링을 싫어하는 여행자들은 이곳 칼림퐁을 찾는다.

 

 

 

우리는 푸른 숲 사이에 있는 ‘가든 피치 호텔Garden Peach Hotel’이라는 작은 호텔에 머물기로 했다. 호텔은 조용했으며 휴식을 취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칼림퐁에도 몇 개의 티베트 사원이 있지만 내일을 생각해서 그냥 편히 쉬기로 했다. 내일은 부탄으로 입성하는 긴 여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칼림퐁은 목신이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는 평화로운 풍경이다. 호텔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우리는 칼림퐁 다운타운으로 걸어가서 잠시 쇼핑을 했다. 날씨가 너무 덥기 때문에 여름옷이 필요했다. 아내와 바다님은 인도 스타일의 시원한 티셔츠를 하나씩 샀다. 아내는 핑크색을, 바다님은 초록색을 골랐다. 콧수염을 기른 가게 주인의 상술이 보통이 아니다.

 

 

 

“순면인데요. 아주 가볍고 시원해요. 자, 골라서 입어 보세요.”

 

그는 여러 색깔의 셔츠를 내려 하나씩 펴 보이며 재치 있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의 뛰어난 상술 때문에 아내는 내 셔츠까지 하나 고르고 말았다. 쇼핑이란 기분에 따라서 하는 것이다. 한때 칼림퐁은 티베트와 인도의 국경 교역로로 번성을 했다. 그 전통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쇼핑을 한 후 우리는 쇼핑가의 어느 레스토랑에서 바다님, 청정남님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뚝빠와 쌀밥, 볶음밥을 시켰는데 엄청 짜다. 더운 지방에는 짜게 먹는다.

 

 

"어이구, 너무 짜요. 도저히 먹지 못하겠는데요."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아내가 질색을 한다. 종업원을 불러 음식을 좀 바꾸어 달라고 했더니 양 손바닥을 뒤집어 앞으로 내밀며 눈을 위로 치켜뜨면서 안 된다는 표정을 짓는다. 할 수 없지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를 수밖에…….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레스토랑을 나왔다.  

 

 

 

호텔로 돌아 온 나는 파드마삼바바 전기를 읽기 시작했다.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이곳 호텔은 독서를 하기에 딱 좋은 분위기다. 티베트의 전설적인 그루 린포체, 파드마삼바바는 연꽃 위에서 태어난 위대한 스승이다. 우리 세대는 20세기와 21세기에 걸쳐 살고 있다. 지나간 천년과 새로운 천년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20세기를 공부와 일과 성공을 위하여 투자를 했다면, 21세기는 죽음과 영혼, 영성, 그리고 여행을 통하여 마음의 수행을 쌓는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죽지 않는 육신은 없다. 5000년 전 람세스 2세의 썩지 않는 육신에서부터 레닌, 호치민, 김일성, 김정일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죽어서도 육신을 버리지 못하고 시달림을 당하고 있다. 우리의 육신은 자연에서 왔다가 자연으로 사라진다.

 

 

어두워질 무렵 우린 바로 옆에 있는 공원을 산책 했다. 삼나무가 우거진 공원은 고요했다. 엄청나게 큰 부겐빌레아 꽃이 거대한 삼나무를 타고 올라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내 생애에 이렇게 큰 부겐빌레아 처음 본다. 정열의 꽃, 열정적인 남국의 꽃이다! 일명 종이꽃이라고도 하는 부겐빌레아는 화려하기 그지없다.

 

 

 

 

 

프랑스인 부겐빌레가 남미에서 이 꽃을 발견하였다고 하여 부겐빌레아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그런데 저 빨간 꽃이 사실은 잎이라고 한다. 광선이 강할수록 색이 짙게 피어나는 정열의 꽃, 이렇게 수십 미터를 타고 올라가 피어나는 부겐빌레아는 처음 본다.

 

공원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열대의 꽃들이 여기저기 피어 있었다. 날이 어두워지자 삼나무 숲 사이로 둥근달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마 모래쯤 음력 보름이 되는 모양이다. 달빛을 바라보나 고향 생각이 났다. 달은 어디를 가나 고향을 생각하게 한다. 평화로운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