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야생의 아기고양이와 친구가 될 수 없을까?

찰라777 2013. 12. 16. 08:45

 

 

 

 

폭설 속에 나타난 귀여운 아기 고양이

길들이는 방법은 없을까?

 

 

▲ 밤 좀 달라는 듯 거실 쪽을 쳐다보고 있는 아기고양이

 

 

겨울에 눈이 내리면 이곳 내가 살고 있는 동이리 마을은 고립된 성처럼 외부와 거의 단절이 되고 만다. 동이리 마을은 임진강이 마치 해자垓字처럼 둘러싸여 있다. 마을로 들어오는 길은 오직 삼화교에서 군부대의 큰 대문(방어막 진지)을 통해만 가능하다.

 

더욱이 우리 집은 동이리 마을에서도 2km 정도 떨어진 금굴산 밑 외진 언덕에 자리 잡고 있어 폭설이 내린 후 아직 사람 구경을 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그렇게 외진 곳에서 심심하고 외로워서 어떻게 살아가느냐고 반문을 한다.

 

 

▲ 굼굴산 밑 우리 집에서 바라보이는 풍경. 임진강과 남계리 벌판, 동이1교가 한눈에 바라보인다.

 

 

그러나 나는 콘크리트 숲에 갇혀 벽 하나 사이를 두고도 이웃집에 누가 사는지조차 모르고 지내는 도심이 더 외롭지 않느냐고 역공을 편다. 사실 도심은 소음과 공해, 많은 사람들로 시끌벅적하니까 외롭지 않을 것으로 생각들을 한다. 그러나 한 번 생각해 보라. 하루에 이웃집 사람하고 몇 번을 만났으며, 대화를 한번이라도 해본 날이 한 달 중 몇 번이나 되는 지를…

 

이곳 동이리 집은 한 겨울에 거실에 앉아서 눈 쌓인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행복한 일이다. 탁 트인 시야, 눈꽃이 핀 나무들, 그 아래 유유히 흘러가는 임진강과 강변을 성터처럼 에워싼 주상절리 적벽, 그리고 그 너머로 넓은 남계리 들판이 보인다. 아파트 벽과 콘크리트 빌딩숲만 바라보이는 삭막한 도심과는 아주 대조적인 풍경이다.

 

 

▲ 거실에서 바라보이는 창밖풍경. 폭설이 내리고 있다

 

창밖 하늘에는 기러기들이 날아가고, 박새나 참새, 까치들이 테라스까지 날아와 먹이를 구걸하기도 한다. 가끔은 고라니가 후다닥 뛰어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들고양이가 살금살금 기어와 슬쩍 거실을 쳐다보며 눈치를 살핀 후 먹이를 찾는 모습도 보인다. 이 친구들이 겨울 내내 찾아준 덕분에 심심하지가 않다.

 

 

이들 동물친구들을 바라보면서 가장 궁금한 것은 어떻게 이 추운날 밤을 보내느냐 하는 점이다. 아무리 추위에 견딜 수 있는 털과 피부를 가졌다고는 하지만 얼어 죽지 않고 살아남는 것을 보면 그저 신비하기만 하다.

 

아마 사람과 동물이 겨울을 지내는 것 중에서 크게 다른 점을 든다면, 사람은 집을 짓고 거기에 난방장치를 하여 불을 때고 사는데 비해, 저 동물친구들은 집도 없이 야생에서 겨울을 지낼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사람은 겨울이 오면 난방비에 두꺼운 옷을 껴입느라 돈이 많이 들어가지만, 저 동물들은 난방비도 옷값도 들어가지 않으니 난방비 걱정 때문에 스트레스는 받지 않을 것 같다.

 

 

▲ 폭설 속에서 나타난 아기 고양이. 얼마나 추었을까?

 

오늘 아침도 아침을 먹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아기 고양이가 눈 쌓인 길을 살금살금 걸어왔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아주 작은 아기 고양이다. 녀석은 이곳저곳을 신중하게 살펴보더니 바로 창가에 웅크리고 앉았다.

 

 

 

 

"여보, 저 아기 고양이 좀 봐요!"

"아이그 예뻐라! 저 아이가 어제도 오더니 아주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펴보며 밥통에 있는 생선을 하나하나 주어먹었어요."

"그래, 못 보던 고양인데. 밤새 얼마나 추웠을까? 솜털이 보송보송한 게 아직 갓난아기 떼를 벗지 못했는데 쯔쯔..."

 

등과 머리, 귀는 옅은 갈색의 털로 덮여있고, 다리와 입, 허리와 배는 하얀 털로 덮여 있다. 아주 전형적인 고양이 패션스타일이다. 녀석은 빈 밥통을 요리저리 살펴보더니 먹을 것이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냥 쪼그리고 앉아만 있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저렇게 여린 아기 고양이가 이 추운 겨울 야생에서 떨고 있었을 생각을 하니 괜히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 빈 밥그릇을 쳐다보고 있는 아기 고양이

 

 

그전에 우리 집을 드나들던 고양이는 검은 색 고양이와 표범색깔을 한 어른 고양이 두 마리였다. 그런데 요즈음 녀석들이 잘 보이지 않더니 대신 저 아기 고양이가 나타난 것이다. 아기고양이는 부모님한테 교육을 철저히 받았는지 행동 하나하나가 매우 조심스럽다. 나는 녀석의 일거수일투족을 몰래 카메라로 찍었다. 녀석은 그런 줄도 모르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고양이 밥을 주려고 할 참인데 내가 나가면 녀석은 필시 줄행랑을 치고 말 것이다. 녀석의 모습이 몹시 시장한 것처럼 보인다. 자구만 빈 밥통을 살피더니 다시 실망하는 눈초리로 거실 쪽을 쳐다보았다.

 

▲ 배가 고프다는 듯 거실을 애처롭게 바라보는 아기고양이

 

"나 배고파, 밥 좀 줘!"

"녀석이 정말 배가 고픈 모양이에요."

 

보다 못한 나는 우리가 먹다 남은 음식물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녀석은 벌써 인기척을 알고 잽싸게 몸을 의자 밑으로 피하더니 내가 밥통으로 다가가자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며 대문 밖으로 줄행랑을 치고 말았다.

 

"아가야, 괜찮아 이리 온."

 

나는 녀석에게 괜찮다고 말을 걸었지만 녀석은 뒤를 한 번 흘끔 바라보더니 이내 보이지 않는다. 나는 밥통에 생선뼈랑 삶은 고구마를 담아두었다. 녀석은 언젠가는 다시 와서 이 음식을 먹을 것이다.

 

 

▲ 다시 빈 밥그릇을 바라보고 있는 아기고양이

 

 

▲ 배가 고픈 듯 웅크리고 앉아 있는 아기고양이

 

저 귀여운 야생 아기 고양이를 길들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아니 꼭 길을 들인다는 것보다는 서로 경계를 하지 않고 격이 없이 친구처럼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이 추운 겨울을 고양이와 함께 좀 더 훈훈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나는 아기 고양이와 친구가 되는 방법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생각해보고 있는 중이다. 매일 정한 시간에 먹이를 주며 고양이에게 자신을 해치지 않는다는 신뢰감을 주면 친해질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저 귀여운 야생 아기고양이와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저 아기 고양이를 친구처럼 길을 들일 수 는 방법을 알고 계신 분은 댓글로 좀 가르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