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살짝~ 윙크를 보내오는 아기고양이

찰라777 2013. 12. 17. 05:21

고양이 인사법으로 살짝 윙크를 보내오는 아기고양이

-야생 아기고양이 길들이기

 

 

▲ 잉크를 보내오는 아기고양이의 귀여운 모습

 

 

 

▲ 이렇게 눈이 펑펑 내리는 날 아기고양이가 다시 나타났다.

 

오전 10시, 아기고양이가 사라진 뒤 다시 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추운 날 아기 고양이는 어디로 갔을까? 먹이를 들고 간 나를 보고 후다닥 도망을 가버린 아기고양이가 짠하게만 느껴집니다. 고양이 밥통에 놓아둔 먹이가 곧 얼어버릴 텐데… 그러나 녀석은 정오가 되도록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아니 올 모양이지?"

"글쎄요. 조금만 더 기다려 보지요."

"아마 밤에 올지도 몰라."

"여보, 저기 고양이가 와요!"

"어디? 어, 정말이네!"

 

 

▲ 눈길을 걸어와 이리저리 살펴보며 경계를 하는 아기고양이

 

아기고양이를 기다리다가 점심을 먹으려고 하는데 우리의 아기고양이가 보부도 당당하게 마당 한 가운데로 눈길을 헤치고 걸어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어찌나 반갑던지… 녀석은 테라스로 조심스럽게 올라오더니 주위를 한 번 휙 살펴보고는 음식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 처음에는 음식을 밥통에서 하나씩 바닥에 내려서 조심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 생선뼈를 입으로 물어서 바닥에 내려놓고 하나씩 먹기 시작했습니다.

 

 

 

 

▲ 마침내 두 발을 밥그릇에 들여 놓고 사방을 휘 둘러보고 있다.

 

 

녀석은 그렇게 몇 번 반복을 하더니 이젠 긴장이 풀리는 듯

아예 두발을 밥그릇에 넣고 차분하게 음식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 경계심을 풀은 듯 안심하고 음식을 먹고 있다.

 

 

고구마랑 함께 주었는데 고구마는 쳐다보지도 않고 생선만 먹는군요. 역시 육식 동물이라서 고구마는 입에 맞지 않는 모양입니다. 고양이 등 뒤로 하얀 눈이 휘날리며 떨어져 내립니다. 고양이는 펑펑 쏟아져 내리는 눈을 아랑곳 하지 않고 생선을 맛나게 발라 먹습니다.

 

그러더니 거실에서 사진을 찍는 나와 눈이 정통으로 마주쳤습니다. 나는 고양이 눈을 똑 바로 바라보며 슬쩍 윙크를 날렸습니다. 어제 기사(http://omn.kr/5nvn)에 독자 한분이 남긴 댓글을 기억하며 그대로 해 본 것입니다.

 

 

 

▲ 밥을 먹다가 거실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나와 정통으로 눈이 마주쳤다. 나는 녀석에게 살짝 윙크를 보냈다.

 

 

"공존(gongzon)님의 댓글 : 눈인사를 해보세요. 고양이와 눈을 마주친 상태에서 부드럽게 눈을 감았다 떠보세요. 그러면 녀석도 같은 동작을 할 것입니다. 이게 고양이 인사법이랍니다. 그러고 나면 경계심을 풀 것입니다. 길고양이에게 몇 번 해 보았는데 정말 그렇더군요."

 

 

하하, <공존>님의 정말 말씀이 맞는 모양입니다. 녀석은 천연덕스럽게 나를 한참 쳐다보니 이제 차분히 쪼그리고 앉아 나를 찬찬히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눈을 끔벅거리며 나에게 윙크를 보내옵니다(눈을 끔벅거리는 고양이 눈이 정말 그렇게만 보였습니다).

 

 

 

▲ 녀석도 눈을 끔벅거리며 나에게 윙크를 보내오는 것처럼 보였다.

 

 

식사를 마친 녀석은 한 동안 한가롭게 앉아 눈이 내리는 풍경을 이리저리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나를 향해 여전히 눈을 끔벅거립니다. 녀석은 공존님의 말씀처럼 <고양이 인사법>으로 경계심을 풀고 나와 친해지려는 것일까요? 그런 녀석의 모습이 참으로 귀엽고 착하게만 보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고양이 친구는 아무래도 식사가 부족한 모양입니다. 빈 그릇을 자꾸만 바라보더니 일어나서 이윽고 정원 건너편에 있는 퇴비장 쪽으로 어슬렁어슬렁 걸어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퇴비장 위로 올라가 이리저리 먹을 것이 없나 뒤져보기 시작했습니다.

 

 

 

▲ 음식물을 버리는 퇴비장에서 먹이를 뒤지는 아기고양이

 

 

허지만 퇴비장에는 과일 껍질, 고구마 껍질 등 식물성만 버려두었기 때문에 고양이가 먹을 것은 별로 없습니다. 눈 위에서 먹이를 뒤지는 고양이가 참 안 되게 보입니다. 어떤 독자 분은 절대로 야생 고양이에게 먹이를 많이 주지 말라고 댓글을 달았더군요. 먹이를 너무 많이 주면 고양이가 게을러져서 사냥을 포기하고 집안에 눌러 앉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오히려 귀찮아지는 일이 더 많다고 하더군요.

 

 

 

▲퇴비장으로 가는 고양이

 

 

아기고양이는 한동안 먹이를 뒤지다가 다시 어슬렁거리며 대문 밖으로 빠져 나갔습니다. 고양이가 사라진 퇴비장에는 이제 까치부부가 날아와 다정하게 먹이를 뒤져 먹고 있습니다. 먹다 남은 음식을 버려둔 퇴비장은 새들이 만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겨울에 먹이가 없다보니 자연히 새들이 식사장소가 된 것이지요.

 

 

 

▲ 퇴비장은 새들의 식사장소다

 

 

나는 내일 아침 같은 시간(오전 9시경)에 고양이 밥을 주기로 하고 오늘은 더 이상 먹이를 주지 않았습니다. 야생고양이를 길들이는 방법은 역시 먹이 밖에 없다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이기도합니다. 과연 내일 아침 그 시간에 아기고양이가 다시 나타날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그나저나 영하 15도를 밑도는, 이렇게 추운 날 저 아기고양이는 어디서 밤을 샐까? 나는 아기고양이가 무사하기를 바랄뿐입니다. 내일 아침 다시 만날 녀석의 맑은 눈동자를 생각을 하니 빙그레 웃음이 절로 나오는 군요. 과연 <공존>님이 말씀처럼 나는 녀석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