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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여행⑫] 머리는 양의 모양인데, 몸통은 소-부탄 상징동물, 타킨

찰라777 2014. 1. 11. 21:48

 

부탄에서 야생동물을 죽이지 않는 이유

 

 

▲ 머리는 양, 몸통은 소의 형상을 닮은 부탄을 상징하는 동물 타킨(Takin)

 

타킨Takin은 부탄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우리는 그 이상하게 생긴 타킨을 보기 위해 팀푸 미니 동물원으로 갔다. 팀푸시내가 한 눈에 바라보이는 언덕을 지나니 울창하게 우거진 숲이 나왔다. 신선한 숲의 향기가 온 몸으로 스며들었다. 그 숲속 나무 밑에 이상하게 생긴 동물들이 풀을 뜯고 있었다.

 

머리는 영락없이 양을 닮았는데, 몸통은 소의 모양을 하고 있다. 타킨은 부탄의 종교와 전설이 얽힌 독특한 동물이다. 쉐리는 타킨의 유래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주었다.

 

▲ 팀푸 미니동물원에서 풀을 뜯고 있는 타킨

 

"티베트에서 온 드룩파 쿤리Drukpa Kuenley(1455-1529)는 돌출적인 기행을 하는 괴승으로 부탄에서는 '성스러운 광인'으로 알려져 있는 스님입니다. 어느 날 추종자들이 그의 신통력을 보기 위하여 모였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어떤 기적을 보여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쿤리 스님은 신통력을 보여 주기 전에 소 한 마리와 양 한 마리를 갖다 주면 다 먹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소 한 마리와 양 한 마리를 그의 앞에 갖다 주었습니다. 스님은 그 자리에서 소와 양을 뼈만 남기고 게걸스럽게 다 먹어치우고 나서 소의 뼈에다 양의 머리를 갖다 붙였습니다.

 

그러고 나서 스님이 주문을 외우자 뼈만 남아있던 동물이 갑자기 살아나더니 풀밭으로 달려가 풀을 뜯기 시작했습니다. 그 해괴한 모습을 본 사람들은 깜짝 놀라 경이로움에 휩싸이며 스님께 경배를 올리고 모두 그의 제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 염소의 머리를 소의 머리에 얹어 타킨을 탄생시킨 괴승 드룩파 쿤리스님

 

"하하, 쉐리 재미있네요. 그런데 동물원에는 타킨 말고 다른 동물은 보이지 않네요?"

 

"네, 원래 이 동물원은 어린이들을 위하여 70년대에 왕의 명령으로 만들어 졌어요. 그러나 동물과 자연환경 보호를 위해서 다시 왕의 명령으로 동물원을 폐쇄했지요. 동물을 우리에 가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부탄 사람들의 생각이기도 합니다."

 

옛 동물원은 현재 앞쪽만 철창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다른 동물들은 대부분 자연으로 돌아가고 없다. 현재 남아 있는 타킨은 수십 년간 사육을 하는 과정에서 야생성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두시 주변을 배회하고 있다는 것.

 

동겜체Gong Gyem Tsey로 알려진 타킨은 부탄의 히말라야 지역에서 풀을 뜯어 먹으며 살고 있다. 쿤리 스님의 신통력으로 탄생한 이 타킨은 부탄을 상징하는 동물로 성스러운 동물로 숭배를 받고 있다.

 

 

▲ 철창 안에서 풀을 받아먹는 타킨. 야생성을 잃어버리고 미니동물원에 남아있다.

 

바다님이 철망사이로 풀을 내밀자 타킨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다가왔다. 그리고 철망사이로 입을 내밀고 바다님이 준 풀을 얌전하게 받아먹었다. 정말 희한하게 생긴 동물이다. 머리는 영락없는 염소인데 몸통과 발은 소를 닮아있다.

 

우직하게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세상의 모든 고통을 초월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다. 타킨은 무릎을 자유자재로 꿇기도 했다. 어찌 보면 타킨의 모습은 항상 바보처럼 웃고 있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다. 무애 행을 행하며 불법을 전하는 괴승 쿤리 스님을 닮았다고나 할까?

 

 

▲ 무릎을 꿇고 있는 타킨

 

드룩파 쿤리 스님은 우리나라 원효대사나 진묵대사 같은 스님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기행은 마치 진묵대사가 길을 가다가 시냇가에서 마을 사람들이 끓이고 있는 물고기를 먹고 나서 대변을 보니 스님이 먹은 고기가 모두 살아있는 물고기로 변해 강으로 헤엄쳐 갔다는 진묵대사의 기행과 유사한 내용이기도 하다.

 

부탄 사람들은 자연보호를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고 있다. 불교국가인 부탄은 야생동물을 죽이지 않는다. 어쩌면 가족 중 누군가가 그 동물로 태어났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타킨의 서식 분포도

 

부탄 사람들은 윤회를 철저히 믿는다. 윤회란 여러 차례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는 사상이다. 윤회사상에 의하면 다음 생에 자신이 인간으로 태어날지 동물로 태어날지 알 수가 없다.

 

때문에 논과 밭에 야생동물들이 내려와 난리를 치더라도 그들은 그 동물을 절대로 죽이지 않는다. 부탄사람들의 윤회사상에 대한 믿음은 현실은 서로 동떨어져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오랫동안 전해 내려온 믿음을 버리지 않고 지켜가고 있다.

 

 

▲ 숲의 정령이 나올 것만 같은 숲속에서 타킨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다.

 

타킨이 있는 숲 주변에는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부탄사람들은 옛날부터 자연 속에 정령이 깃들어 있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숲의 나무를 함부로 베지 않는다.

 

그런 관습이 무의식중에 자연보호에 크게 공헌을 하고 있다. 그들은 자연과 하나가 되어 살아가고 있다. 타킨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는 숲속에서 어쩐지 숲의 정령들이 나올 것만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