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부탄·다즐링·시킴

[부탄여행⑪]히말라야 파노라마가 한눈에 보이네!

찰라777 2014. 1. 10. 06:03

히말라야의 360 파노라마와 108개의 스투파

[부탄여행⑪]도출라 고개에 숨겨진 보물

 

▲ 히말라야 설산 파노라마가 한눈에 보이는 도출라 고개

 

 

 

 

히말라야의 파노라마가 한눈에 보이는 도출라 고개

 

팀푸를 출발한 버스는 꾸불꾸불한 산길을 가파르게 올라갔다. 중간 산중턱에서 과일을 파는 노점상이 보여 우리는 버스를 잠시 멈추게 하고 과일을 사러갔다. 부부로 보이는 중년 남녀가 가판대에 사과를 비롯하여 과자 음료수 등을 죽 늘어놓고 팔고 있었다. 사과를 한 봉지 사서 맛을 보니 별로 맛이 없었다. 역시 사과는 우리나라 사과가 맛이 최고다.

 

"사과맛이 퍼걱퍼걱하네요."

"당도도 좋지않군요."

"역시 사과는 우리나라 맛이 최고에요."

 

▲ 도출라 고개로 가는 산 중턱에서 과일을 파는 부부

 

사과를 파는 부부는 묵묵히 우리들이 하는 말을 듣고 있었다. 말을 잘 못알아 듣기는 하지만 표정으로 보고 그 뜻을 대강 아는 것 같았다. 그래도 장사가 제법 되는 모양이다.

 

다시 버스를 타고 30km 정도를 올라왔을까? 갑자기 고개턱에 닿은 버스 앞에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멋진 파노라마가 펼쳐졌다. 수많은 탑과 그 탑들 사이로 놀라운 히말라야 파노라마가 한눈에 보였다. 도출라 고개다!

 

"우와~ 이런 곳도 있네!"
"정말 죽여주네요!"

 

 

▲ 7000m급 히말라야 고봉을 부탄인들은 성산으로 숭배한다. 보이는 산은 부탄인들이 가장 신성시하는 초모라리 산이다.

 

"여기가 도출라 고개입니다. 부탄에서 히말라야 설산을 360도의 파노라마로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지요. 멀리 보이는 히말라야 설산들은 6000미터에서 7000미터를 넘는 고봉입니다. 저기 왼쪽에 보이는 산이 히말라야의 여신이라 불리는 초모라리 산입니다. 우리 부탄인들이 가장 신성시하는 성산이지요. 저 설산 너머에 중국이 있지요. 미스터 초이, 오늘 운이 아주 좋군요. 이 고개에서 오늘처럼 맑은 날씨는 1년에 몇 번 없거든요."

 

"오, 그래요! 우린 땡 잡았네요. 모두가 쉐리 덕분이요."

 

"웬걸요. 여러분이 지은 복이지요."

 

 

▲ 도출라 고개에 펼쳐진 놀라운 풍경에 원더풀을 연발하는 여행자들

 

 

 

하기야 쉐리의 말처럼 우리들이 지은 복이다.

청정남님과 바다님도 히말라야 설산에 취해 넋을 잃고 있는 듯했다.

카메라에 잡힌 청정남님의 희열에 찬 모습이 어린아이처럼 천진스럽게  보인다. 바쁜시간을 쪼개서 여행을 떠나온 보람이 있다고나 할까? 여행은 재충전의 시간이다. 저 히말라야의 기운이 그에게 듬뿍 안겨지기를 바란다.

 

이곳에서 오늘 저 놀라운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은 아마 평생 이 순간의 감동을 잊지 못할 것이다.

나역시 네팔 사랑곳, 나가르곳 등 여러 곳의 히말라야 파노라마를 보아왔지만 오늘처럼 진한 감동을 느껴보지는 못했다. 아마 이곳에  전쟁에서 전사한 젊은 영혼을 기리는 108개의 스투파와 신성한 사원이 있어서 더욱 감동을 주는 것 같았다.

 

▲행복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청정남님의 표정

 

▲도출라 고개에 선 선 필자

 

함께한 바다님과 무한도전님도 도출라 고개의 파노라마에 감탄을 금하지못하며 탄성을 질렀다. 서양인 관광객들도 설산을 바라보며 "아아! 어메이징!" "오오! 원더풀!"하고 탄성을 지르며 놀라운 표정을 짓는다. 쉐리는 도출라 고개에 대하여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백문이 불여일견, 말이 별로 필요 없을 것 같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는 순간 엔도르핀 보다 몇 천배나 많은 다이놀핀이라는 호르몬이 솟아난다고 한다. 풍경에 압도되는 순간 아픈 사람은 통증을 줄여주며 심신이 치료가 된다는 것이다. 저 놀라운 풍경이 아픈 아내의 심신을 치료하는 '행복의 약'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아내여, 힘을 내오! 나는 맞시 잘 걷지못하는 아내가 저 히말라야의 정기를 팍팍 받아 기운을 내기를 염원했다.

 

 

사람은 놀라운 풍경속에서 다시 태어난다.

아름다운 풍경은 혼탁해진 사람의 마음을 정화시켜분다.

세속에 찌들은 긴장감, 우울함, 불안감을 털어버리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새로운 에너지로 재충전 된 새출발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행을 떠난다.

지금 이 한 순간이 그랬다.

번개처럼 마음에 힘찬 기운을 충전시켜주는 저 아름다운 풍경에 감사를 드린다.

아니 경배를 드린다. 부탄사람들처럼..... 그들은 저 산이 희망이자, 신이다. 자연은 가장 위대한 스승이며, 신이다. 그 위대한 신에게 두 손 모아 감사를 드다.

 

 

 

 

 

도출라 고개(Docheula pass)는 팀푸에서 푸나카로 넘어가는 해발 3,140m 고지에 위치하고 있다. 이 고개에 서면 히말라야 설산의 파노라마다 한눈에 바라보인다. 쉐리는 히말라야의 설산을 하나하나 손으로 가리키며 이름을 말해주었다. 초모라리Jomolhari(7314), 캉붐Khang Bum(6494), 자이캉푸강Jaikangphu Gang(7194), 캉첸타Khang Chenta(6794), 마사강Masagang(7194), 강카푸엔숨Gangkar Puensum(7564, 부탄에서 가장 높은 산) 등 수많은 히말라야의 영봉들이 간이 멈추어 버린 듯 숨 막히게 서 있었다.  

 

  ▲ 108개의 탑들 사이로 보이는 히말라야 설산

 

 

 

신처럼 숭배의 대상이 되는 히말라야 성산

 

부탄에는 초모라리 산을 비롯하여 아직까지 아무도 오르지 못한 7천 미터 급 고봉들이 많이 남아있다. 불심이 매우 돈독한 부탄 사람들에게 설산은 신처럼 신성한 힘을 지닌 숭배의 대상이다. 신들이 머무는 산을 함부로 올라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부탄 정부는 1980년대 초, 7천 미터 급 히말라야 고봉을 외국인에게 관광자원으로 등반을 일시적으로 허락을 하기도 했다. 히말라야 등반에는 길을 안내하는 가이드와 짐을 운반할 포터가 필요하다. 그래서 한 때 부탄의 많은 농민들이 돈벌이를 위해 포터로 소집이 되기도 했다.

 

 

 

허지만 농번기가 겹치자 농민들은 농사 일 때문에 포터로 나서기가 어렵게 되어 국왕에게 하소연을 올렸다고 한다. 그러자 국왕은 "우리에겐 외화를 가져오는 등산객보다 밭에서 일하는 사람이 더 소중하다"며 즉각 농민을 포터로 고용하는 행위를 금지했다고 한다. 그 이후 부탄에는 여전히 세계적으로 등산을 하지 않는 히말라야 고봉들이 많이 남아있다. 신성한 산을 인간의 발길로 더럽혀지는 것을 그들은 원치않는다.

 

▲ 인도 반군과 전쟁에서 전사한 군인과 승리한 기념으로 세운 108개의 스투파

 

 

"우리는 일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란 말은 부탄 사람들이 즐겨 쓰는 말이다. 여기서 '일하지 않는 사람들'이란 산악인들을 말한다. 부탄사람들에게는 히말라야 설산은 신들이 머무는 곳으로 함부로 범접을 할 수 없는 대상이다. 그런 산을 하릴없이 오르는 외국인들이 그들에게는 일하지 않는 사람으로 보였던 것이다.

 

 

승전을 기념하는 108개의 스투파와 사원

 

도출라 고개에는 드룩 왕걀 라캉(사원)과 108개의 스투파가 세워져 있다. 부탄이 인도 정부의 부탁을 받고 남부 인도 반군을 소탕하고 전사한 군인들의 넋을 기리고 승리한 기념으로 세운 사원과 스투파이다. 108개의 스투파 위에는 금빛 찬란한 작은 탑이 멀리 히말라야 영봉들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 108스투파와 드룩라캉 왕걀 사원

 

탑에는 부탄 전통 문양과 함께 사방에 모두 불상이 새겨져 있다. 그 탑과 탑 사이를 걸어 다니다 보니 저절로 불심이 생겨나는 것 같다. 탑 사이사이에는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미소를 짓고 있다. 자동차들이 넘어가는 고개 마루에는 오색 타르쵸와 룽다가 바람에 펄럭이며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탑 건너편 언덕에는 드룩 왕걀 사원이 우람하게 서 있다. 계단을 따라 사원으로 올라가니 붉은 색 꽃이 만발한 나무가 사원을 장식하듯 서 있었다. 쉐리에게 물어보니 로도덴드론(Rhododendron)이란 꽃으로 진달래 속에 속하는 철쭉류의 식물이라고 한다.

 

 

 

 

▲ 도출라 고개의 드룩 왕걀 사원과 철쭉나무

 

사원 내부에는 세 개의 큰 부처 상이 모셔져 있었다. 중앙에 석가모니 부처님, 좌측에는 구루 파드마삼바바, 우측에는 부탄을 통일한 샤브드롱 나왕 남걀이 모셔져 있다. 그 주변에는 불교 탱화가 장엄을 하고 있다.

 

2층에는 지그메 싱기에 남걀 4대 국왕과 현 지그메 케사르르 남걀 왕축 국왕의 모습이 벽화로 담겨져 있다. 인도 반군과의 전쟁을 묘사한 벽화도 눈길을 끈다. 화려한 황금색으로 장식된 사원 내부는 사진촬영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부탄인들은 이 사원을 그만큼 신성시하고 있다.

 

 

 

사원과 108개의 스투파, 형형색색으로 휘날리는 타르쵸와 룽다, 푸른 소나무 숲 사이에 붉게 피어난 철쭉, 그리고 만년설에 뒤덮인 히말라야 영봉… 이 놀라운 풍경 속을 거닐다 보니 태고의 자연 속에 그만 시간이 멈추어버린 것만 같다.

 

 

 

▲ 무사고를 기원하는 오색 타르쵸 와 룽다

 

1년에 몇 번 볼 수 없다는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보게 되다니… 우린 운이 억세게 좋았다. 버스에 오르자 도출라 고개를 오가는 모든 차들이 탑을 한 바퀴 돌아 내려간다고 한다. 이는 이 험준한 고개를 무사히 안전하게 넘어 가기 위하여 자동차들도 탑돌이를 하며 기도를 올리는 의미라고 했다.

 

"자동차도 모두 이 108스투파에 기도를 올리며 도출라 고개를 넘지요."

"그렇군요. 108수투파를 한바퀴 도는 것만으로도 불심이 저절로 일어나겠네요."

"네, 탑을 도는 순간 마음이 차분해 집니다."

 

 

▲ 철쭉이 만발하게 핀 도출라 고개

 

 

부탄의 가장 위대한 유산은 울창한 숲

 

탑과 사원 주변에는 하늘을 찌르는 나무들이 울창하게 도열해 있다. 부탄 사람들은 나무를 베지 않는다. 한 때 벌목을 해서 인도에 수출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탄사람들은 나무가 사라진 민둥산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대로 가면 부탄은 사라진다"는 무서운 진실을 깨달은 그들은 나무수출을 즉시 중단했다고 한다. 산에 나무가 없으면 가뭄 때 기근으로 이어지고 수력발전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은 뼈저리게 느낀 것이다. 나무는 빗물을 스포지처럼 머금었다가 서서히 물을 공급해주고, 신선한 산소를 공급해주며, 1년 내내 농사를 짓게 해주는 부탄의 가장 위대한 자연 유산이다.

 

 

 

 

 

 

 

 

 

▲ 울창하게 우거진 숲은 부탄에서 가장 위대한 자연유산이다.

 

덕분에 숲이 울창하게 우거진 부탄은 생태계의 보고다. 세계적으로 희귀하고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부탄은 세계자연보호기금으로부터 폴게티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도출라 고개를 넘어서자 버스는 꼬불꼬불한 급경사 내리막길을 한없이 내려갔다. 계곡과 산에는 하늘을 찌르는 나무들이 빈틈없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울창한 숲에서는 숲의 정령이라도 나타날 듯 신성하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