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텃밭일기

봄이 실종 되는가?-당근, 상추를 심다

찰라777 2014. 4. 3. 07:29

4월 2일 (수요일), 흐림

 

 

정말 봄이 실종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매일 20도를 웃도는 기온은 여름을 방불케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작년에는 4월 7일에도 눈이 하얗게 내리고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금년에는 3월 말경부터 연일 20도 이상의 뜨거운 날씨가 지속되고 있군요. 이러다간 정말 봄이 실종되어버리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작년에 쓴 일기를 보니 꽃잔디가 4월 20일경에 피어났고, 감자는 4월 7일 날 파종을 했으며, 상추는 4월 23일 날 모종을 이식하여 심었군요. 그런데 금년에는 계절이 보름에서 20일 정도 앞서간다고 합니다. 육모상에 갔더니 모종들이 모두 나와 있습니다.

 

오전에는 당근 씨를 파종을 했습니다. 줄을 대고 이랑을 반듯하게 만들어서 그 이랑에 당근 씨를 촘촘히 파종을 했습니다. 당근은 촘촘히 파종을 해야 서로 의지하며 커 나간다고 합니다. 그리고 당근 뿌리가 굵어지면 몇 차례 솎아내기를 해주어야 당근뿌리가 길고 튼튼하게 자라날 수 있지요.

 

 

 

 

 

어제 전곡에서 사온 상추모종을 오늘 이식을 했습니다. 멀칭을 할 곳인가 말 것인가 망설이다가 일단 절반만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모종을 더 촘촘히 심자는 아내의 의견에 10cm 간격으로 심었습니다. 작년에 비하면 배점도로 촘촘히 심은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아무래도 너무 촘촘히 심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심은 상추는 적치마상추, 청상추, 칙거리 상추, 오크 상추, 비타만, 쑥갓, 케일 등 여러 가지를 심어보았습니다. 아내와 나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상추모종을 정성스럽게 심었습니다. 모종을 하고 물을 아주 조금씩 천천히 오래 뿌려 주었습니다. 물도 너무 급하게 주면 식물들이 채하기 때문이지요. 물을 주고 나니 싱싱하게 상추가 살아나는군요.

 

 

다음에는 상추밭에 망사를 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문제로 아내와 나는 한동안 의견 충돌을 했습니다. 나는 텃밭 전체적으로 망사를 둘러놓았으니 그냥 두자는 의견이고, 아내는 그것으로는 안심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작년의 경우 두 번이나 고라니에게 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먹을 것이 없는 이른 봄이니 고라니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들어올 것이라는 아내의 의견입니다.

 

 

 

"글쎄,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제 말대로 하세요."

 

"하하, 당신 말이 옳은 것 같아요. 1년에 한 번 짓는 농사인데..."

 

 

나는 아내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망사는 작년에 쓰던 것이 있는데, 묶는 타이가 없어서 진상면 철물점에 가서 타이를 한 묶음 샀습니다. 내친 김에 간식거리로 빵도 좀 사고 라면과 두부도 한모 샀습니다. 그리고 제일종묘상회에 가서 청경채 모종 10개를 더 사서 상추밭에 심었습니다.

 

상추 밭에 망사를 치고 나니 안심은 되는군요. 상추 밭으로 들어가는 문고리도 예쁘게 만들어 보았습니다.

 

"ㅋㅋ 점점 맥가이버가 되어 가네요."

"ㅎㅎ 그걸 이제사 알았소?" 

 

 

망사를 다 치고 나니 날이 어두워지는군요. 구름이 잔뜩 기기는 했는데……. 비가 좀 내려 주었으면 좋으련만 너무 가물어 먼지만 풀풀 날리는 군요. 저녁을 먹으면서 일기예보를 보니 내일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기는 하지만 5mm 안팎이라니 큰 기대를 하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비가 오고 나면 기온이 뚝 떨어진다고 하는군요.

 

 

모래 아침에는 기온이 0도까지 떨어진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상추가 좀 걱정이 됩니다. 내일은 부직포라도 덮어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농부는 이래저래 걱정이 태산 같습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농사는 하늘이 도와주어야 하니까요.

 

 

 

 

산수유꽃이 건드리가만 하면 스르르 떨어지는 군요.

금면에는 살구꽃이 아주 잘 피어나고 있습니다. 아마도 살구가 좀 열리지않을까 하는 예감이 듭니다. 봄이 실종 되어 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봄은 봄인가 봅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참으로 축복 받은 땅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