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저 앙증맞은 돌단풍에 입맞춤 하고 싶네!

찰라777 2014. 4. 5. 11:46

임진강 주상절리 적벽에 핀 돌단풍의 미소

 

 

▲ 임진강 주상절리 적벽에 자생하여 피어있는 돌단풍

 

 

오, 저 위험한 수직 적벽에 핀 돌단풍의 미소를 좀 보세요. 마치 "나를 잊지 마세요" 하며 피어난 물망초를 연상케 합니다. 아무도 돌보아주는 사람이 없는데, 저렇게 홀로 고고하게 피어나는 돌단풍의 미소를 바라보자니 저절로 고개가 수그려집니다. 이 세상의 만물을 잉태시키고 있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나는 요즈음 임진강 적벽에 핀 돌단풍의 미소에 흠뻑 빠져 있습니다. 하루라도 돌단풍을 보지 않으면 안달이 날 지경입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나는 돌단풍의 미소를 보고자 임진강 변으로 내려갔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 연천군 미산면 동이리는 30만 년 전에 용암이 흘러 생겨났다는 주상절리 절벽이 직선으로 1.5km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주상절리라고 합니다.

 

 

▲ 꽃대를 쑥 내밀어 앙증맞게 피어있는 돌단풍의 미소

 

 

임진강을 따라 40m 수직으로 깎아지른 듯 서 있는 주상절리 적벽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며 계절마다 특별한 풍경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봄에 피어나는 돌단풍은 과히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매우 귀한 존재입니다.

 

 

 

 

울퉁불퉁 튀어나온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탐스럽게 피어있는 돌단풍은 아름답고 고고하기 그지없습니다. 어떻게 저 딱딱한 바위에 자생하여 뿌리를 뻗히며 피어날까요? 그 강인한 생명력과 단풍잎처럼 생긴 푸른 잎사귀 사이로 꽃대를 쑥 올려 꽃대 끝에 탐스럽게 핀 하얀 꽃이 그저 경이롭게만 보입니다.

 

 

▲ 수직적벽에 무수히 피어있는 돌단풍은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원래 돌단풍은 늦봄인 5월경에 피어나는데 올해는 계절이 성큼 앞당겨와서인지 3월 말부터 피어나고 있군요. 작년에는 4월에 겨우 꽃망울이 고사리 손처럼 연분홍으로 귀엽게 뭉쳐 나왔는데 금년에는 벌써 꽃잎이 시들 기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꽃들은 계절에 상관없이 이렇게 기온에 따라 피고 지는 모양입니다.

 

 

▲ 추운 겨울 고사리처럼 귀여운 꽃대를 내밀고 있는 돌단풍(2013년 4월)

 

 

<돌단풍>이라는 이름은 바위틈에서 자라나는데다가 잎 모양이 단풍잎처럼 생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돌단풍의 속명인 아세리필럼(Aseriphyllum)은 '단풍나무'라는 뜻의 라틴어와 '잎'이라는 뜻의 그리스어가 합성된 것이라고 합니다.

 

 

▲ 돌단풍은 단풍잎을 닮으면서 돌틈에 자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 주상절리에 핀 돌단풍은 30십만 년 전에 생긴 주상절리 적벽과 함께 긴 세월 만고풍상을 겪으며 피어나는 듯하여 더욱 고귀하게 보입니다. 켜켜이 접시처럼 엎어진 돌 틈새 사이로 집요하게 피어난 돌단풍은 임진강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그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잔잔히 흐르는 임진강, 수직으로 둘러 쌓여있는 주상절리 적벽에 핀 돌단풍을 바라보노라니 마치 30만 년 전 먼 과거로 회귀하여 시간여행을 하는 착각에 빠지곤 합니다. 오늘따라 임진강에는 물안개가 낮게 드리우고 있어 신비함을 더해 주고 있군요.

 

 

 

▲ 짙푸른 이끼와 적벽에 피어있는 돌단풍으로 보노라면

먼 태곳적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느낌이 든다.

 

 

사계절 약수가 철철 흘러내리는 적벽에 핀 돌단풍은 더욱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푸른 이끼와 어울려 바위틈에 피어난 하얀 꽃송이는 태곳적 모습 그대로입니다.

 

 

 

 

1년에 단 한 번 피어나는 이 돌단풍의 아름다움을 고이 간직하고 싶어집니다. 돌단풍은 5월이 지나면 곧 꽃이 지고 열매가 달려 익기 시작합니다. 꽃잎이 진 자리에 작은 달걀 모양으로 변한 열매가 충분히 익으면 스스로 벌어져 좁쌀만한 씨앗을 퍽~ 하고 사방에 퍼뜨립니다. 스스로 번식을 하며 살아가는 식물의 모습이지요.

 

 

 

가을이 오면 잎사귀도 단풍 빛이 감도는 색깔로 변하여 무척 운치가 있어 보입니다. 다른 풀들은 대개 단풍이 들기 전에 잎에 시들고 마는데, 돌단풍만은 예외적으로 가을에 아름다운 단풍을 볼 수가 있습니다.

 

▲ 물안개가 낮게 드리운 아침 임진강은 태곳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겨울에는 아직 찬 기운이 가득한 공중으로 고사리 손처럼 내미는 새순이 귀엽기 그지없고, 봄에는 이렇게 탐스럽게 피어나는 하얀 꽃송이가 우리들을 눈을 즐겁게 해줍니다. 여름에는 짙푸른 잎사귀가 시원스럽게 보이고, 가을이면 진한 단풍 빛 도는 잎이 파란 하늘에 빛나 보여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줍니다.

 

 

 

나는 오늘 아침에도 손을 호호 불어가며 돌단풍의 미소에 푹 빠져 있습니다. 드높은 적벽과 푸른 이끼에 아슬아슬하게 피어 있는 돌단풍을 바라보노라면 무한한 생명력을 느끼며 저 귀엽고 앙증맞은 저 흰 꽃잎에 입맞춤을 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고 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