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남인도·스리랑카·몰디브

공상괴기영화에나 나올 법한 건물속으로

찰라777 2014. 4. 7. 15:13

마두라이 스리미낙시 사원에 도착하다

 

▲ 남인도 마두라이 스리미낙시 사원의 거대한 고푸람

 

문나르에서 점심을 먹은 후 49번 도로를 따라 출발한 버스는 곧 타밀나두 주 경계선에 도착을 했습니다. 주 경계선 검문소 양쪽에는 많은 자동차들이 늘어서 있는데 통행세를 내야 통과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탄 버스는 통행세를 내지 않고 그냥 통과를 했습니다. 그 사유를 물으니 이 버스는 첸나이 소재 버스로 이미 첸나이에서 코친으로 올 때에 통행세를 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통행세는 한 번만 내면 된다고 합니다.

 

서고츠 산맥을 넘어 타밀나두로 들어선 버스는 계속 하강을 하여 야자수가 늘어선 끝없는 벌판을 달려갔습니다. 타밀나두 주 풍경은 께랄라 주와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아라비아 해에 접한 께랄라 주는 유럽풍의 건물과 교회와 십자가들이 자주 눈에 띠고, 주정부도 공산당이 우지자지 하는 진보적인 모습이 많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곳 타밀나두 주는 다소 봉건적이고 고집스런 느낌이 드는 농촌풍경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 서고츠 산맥을 넘어 타밀나두 주에 펼쳐진 풍경

 

인도의 최남단에 위치한 타밀나두 주는 드라비다인들이 문화의 요람을 이룬 곳입니다. 드라비다 인들이 언제부터 들어왔는지, 그들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초기 인더스 문명에서 갈라져 나와 BC 1500년경에 남쪽으로 내려온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BC 300년 즈음 이 지역 동부는 촐라왕조, 중부는 판드야왕조, 서부는 체라 왕조로 나누어져 지배를 받았다고 합니다.

 

특히 지금 우리가 가고 있는 마두라이는 BC 3세기부터 AD 11세가까지 판드야 왕조의 수도로 크게 번성을 했습니다. 북인도와는 달리 수많은 왕조가 거쳐 갔으면서도 인도 고유의 힌두 문화를 고수해와 타밀인들의 혼이 고스란이 담겨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 증거물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마두라이의 상징으로 불리는 스리미낙시 사원입니다.

 

마두라이는 남인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 중의 하나로 수세긴 전부터 부와 무역, 교통중심지, 그리고 힌두 순례의 중심지 역할을 해 온 고도(古都)입니다. BC 4세기에 그리스 사신이었던 메가스테네스는 마두라이를 동방의 아테네라고 찬양을 했으며, 1293년에는 마르코 폴로도 이곳을 다녀가기도 했다고 합니다.

 

 

 

▲ 마두라이 역

 

마두라이의 스리미낙시 사원은 작년 3월 대한항공이 인도양에 첫취항을 하면서 남인도 지역을 소개하는 "그 어디에도 없던 곳, 인도양으로"라는 슬로건과 함께 CF에 등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CF 동영상에는 총천연색으로 새겨진 힌두신들과 동물들이 현란하게 다가오는 고푸람을 배경으로 다음과 같은 카피가 나옵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스리미낙시 고푸람은 그리스 신전은 필적할 수 없을 정도로 웅장하고 화려하다. 시바신과 미낙시에게 향하는 길을 수천의 힌두신들이 지키고 있는 모양새라니, 어찌 함부로 지나갈 수 있겠는가?"

 

나는 이 광고를 감상하며 거대한 고푸람이 좌우상하로 움직이는 기기묘묘한 모습이 마치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올 법한 건축물 같다는 생각을 하며 저 이상스런 고푸람을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지금 스리미낙시 사원이 있는 마두라이에 도착을 했습니다. 생각은 잠재의식으로 빨려 들어가고 잠재의식은 언젠가는 행동으로 분출하게 되어 있나 봅니다.

 

첸나이에 이어 타밀나두 주 제2의 도시답게 거리는 활기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툭툭툭 소음을 내며 지나가는 릭샤, 맨발의 순례자들, 소가 끄는 수례가 되범벅이 된 거리는 사람들의 홍수를 이루며 생동감이 넘쳐흐릅니다. 버스 차창 밖으로 쏘아보는 소년의 눈도 신비하게 다가 옵니다. 철로가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마두라이 역을 지나자, 오, 마침내 그 거대한 고푸람이 바로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 버스 차창에 비친 소년의 눈

 

 

"오, 세상에 이런 괴상한 건축물도 다 있다니!"

"공상괴기영화에나 나올 법한 건물이네요!"

 

 

일행들은 그 괴기스런 고푸람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고개를 뒤로 꺾은 채 넋을 잃은 듯합니다. 나는 그 복잡 미묘한 탑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군중들 틈에 밀려 고푸람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All are welcome!"

 

인도의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광고 문안처럼 과연 인도는 세상의 모든 것들을 녹여 용해시키는 그 무엇인가 강력한 흡인력이 있는 나라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