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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머리에 코끼리의 축복을-마두라이 스리미낙시 사원

찰라777 2014. 4. 19. 07:09

북인도에 타지마할이 있다면,

남인도엔 스리미낙시 사원이...

 

 

1000개의 만다파와 이상한 조각들

 

예나 지금이나 사랑의 힘은 가장 강력한 에너지임에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핵폭탄보다도 더 강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사랑의 힘! 이 우주는 사랑의 힘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랑이 없는 세상은 존재의 이유가 없어지고 말겠지요. 마두라이 스리미낙시 사원에 들어서면 신과 인간의 사랑이 구구절절히 느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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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개의 만다파(돌기둥)로 받쳐진 사원 내부 회랑

사랑의 힘은 건축에서도 강력한 힘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인도 무굴제국의 샤자한 왕(1592~1666)이 자신의 사랑하는 부인 뭄타즈마할을 위하여 타지마할을 건축했다면, 이곳 남인도의 마두라이의 스리미낙시 사원은 샤자한 왕과 같은 시대에 왕을 지냈던 티루말라이 나약 왕(1623~1655)이 시바신과 미낙시의 사랑을 그리며 그들에게 봉헌하기 위해 건축했습니다.

 

그런데 샤자한 왕은 타지마할을 짓고 나서 안타깝게도 아들 아우랑제브에 의해서 왕위를 박탈당합니다. 정사는 돌보지 않고 건축물에 쏟아 부은 돈이 엄청나게 많아 국가재정이 파탄을 할 지경이었기 때문이지요. 그런가 하면 마두라이의 나약 왕 역시 거대한 궁전을 짓고 그의 손자 쵸카나따 나약왕 대에 이르러 그가 지었던 나약 궁전이 원래 규모의 1/4만 남아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권력은 참으로 무상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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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신(좌)과 스리미낙시(우)상

타지마할이 인도 사라센 양식을 대표하는 건물이라면, 스리미낙시 사원은 드라비다 힌두양식을 대표하는 건물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과연 스리미낙시 사원은 북인도의 타지마할에 필적을 할 만한 건축물인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드라비다 인들의 자존심이 걸린 멋진 건축물입니다.

 

본전 안으로 들어가니 먼저 눈에 띠는 것은 회랑에 죽 늘어선 기둥과 그 기둥에 새겨진 갖가지 모형의 조각입니다. 985개의 돌기둥으로 받쳐진 회랑은 "1000개의 만다파(Thousand Pillars Mandapam)"라고 불리어지고 있습니다. 만다파(Mandapa)는 인도의 힌두 건축사원으로 열주가 있는 홀을 말합니다.

 

건물내부 기둥과 벽, 천장에는 신과 인간의 사랑을 표현한 조각과 그림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마치 건물 전체가 박물관을 방불케 합니다.

 

 

 

 

 

 

 

 

돌기둥에 새겨진 관능적인 여성과 남성적이고 우람한 동물들의 모습이 퍽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 관능적인 포즈가 신과 인간 간의 사랑을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 같아 퍽 고무적인 마음이 되고 말군요. 신은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은 신을 우러러 사랑하고…….

 

사랑은 신과 인간 사이에 교감을 하며 거미줄처럼 엮여져 있습니다. 신을 향한 인간의 사랑이 이처럼 위대하고 멋진 건축물을 탄생시키고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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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신과 미낙시 신의 결혼식을 장면

사원내부는 북적대는 인파와 각종 종교의식, 코를 찌르는 향냄새, 현란한 조각, 황금빛 기둥, 주문과 기도소리로 가득합니다. 도대체 시선을 어디에다 두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합니다. 벽과 기둥에는 수천 수백 개의 조각들이 형형색색의 모형으로 다가오고, 고개를 들면 천장에는 수없이 많은 벽화들이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습니다. 아아, 이곳이 과연 신들의 세계일까요?

 

사람들은 자신에게 맞는 신 앞에서 기도를 하거나 절을 올리고 있습니다. 시바 신이 타고 다녔다는 난디상 앞에, 시바의 링가 앞에, 시바의 아들 가네쉬 신 앞에, 미낙시 신전 앞에……. 신들을 향한 그들의 지극한 마음이 여기저기서 느껴집니다. 어디를 가나 신들이 꿈틀거리며 나그네를 맞아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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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 본당 내부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밤마다 시바신은 미낙시 신의 방을 찾아 입방을 하고 아침이면 다시 본인의 신전으로 다시 돌아온다니 둘의 사랑은 영원불멸하게 지속되고 있습니다.

 

 

시바의 '링가'와 샥티의 '요니'

 

천장에 그려져 있는 그림의 색채가 특이합니다. 특히 시바의 링가(남근)이 퍽 눈길을 끌고 있군요. 생식력의 상징인 링가는 인도전역 시바 신전과 가정의 사당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숭배되는 대상이지요.

 

 

 

탱탱하고 꼿꼿이 곧추선 링가를 여성의 성기를 상징하는 '요니(yoni)'가 받치고 있군요. 여기서 요니는 시바의 본 부인인 샥티 여신의 상징이라고합니다. 이렇게 링가와 요니, 즉 음과 양이 결합을 해야만이 완벽하게 사랑의 힘이 이루어 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음양의 원리는 영원히 분리할 수 없고, 둘이 결합을 해야만 모든 존재의 완전성을 표현한다는 것을 힌두교도들에게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만물의 존재 근원이 이곳에 있다는 것입니다.

 

 

 

 

 

아리아인이 아닌 인도의 토착민들은 오래전부터 링가 숭배가 굳게 뿌리를 내여왔다고 합니다. 힌두교도들은 링가 앞에 싱싱한 꽃과 물, 과일, 나뭇잎, 쌀 등의 공물을 바치며 정성으로 절을 하고 경배를 하고 있습니다. 링가에게 목욕재개를 하고 깨끗한 심신으로  깨끗한 공물을 깨끗한 공물을 바치는 것을 생활화하고 있습니다.

 

 

 

사원 안에는 링가외에도  난디상, 가네쉬 신, 춤추는 시바, 노래하는 신 등 수 없이 많은 조각들이 요소요소에 진을 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우상 앞에서 매우 정성을 들여 경배를 하고 있습니다.

 

마치 조각박물관을 방불케하는 형형색색의 모습을 감히 글로는 다 설명을 할 수가 없어 두서없이 촬영한 사진을 이곳에 올려봅니다.

 

 

 

 

 

 

 

 

 

 

 

 

 

 

 

 

 

 

 

 

 

 

 

 

 

 

 

몸과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황금연못

 

신전 안에는 연못이 하나 있습니다. 여신의 황금연지(Golden Lotus Tank)라 불리어지는 이 연못은 몸과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사랑은 불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겠지요. 사랑을 할 때에는 목욕재개를 하고 깨끗한 몸과 마음으로 진실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몸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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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연지

사각의 연지 중앙에는 황금 기둥이 우뚝 솟아 있습니다. 잔잔한 물빛에 비추이는 황금기둥과 고푸람이 바라보기가 곤혹스러울 정도로 아름답게 보입니다. 나는 마치 신들의 선계(仙界) 속에 빠져 들어간 듯 아득한 현기증을 느낍니다.

 

고풍스런 사원 속에 황금기둥이 우뚝 서 있는 황금연지는 극락세계나 유토피아에 온 느낌을 들게 합니다. 열주 기둥에 걸터 앉아 연못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여인의 모습은 천상의 여인을 방불케 합니다. 사람들 모두가 천상에 온 느낌을 받는 듯 합니다.

 

 

 

 

 

 

 

3만 3천개의 신과 동물, 인간이 새겨진 총천연색 고푸람이 그대로 물속에 잠겨 있는 듯 아름답게 황금연지에 드리워져 있습니다.

 

아아, 나는 태고의 기운이 느껴지는 이곳에 하염없이 앉아있고만 싶어집니다. 이 세상 그 어디에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만다파로 둘러싸인 연못이 명경처럼 맑게 주변의 풍경을 그대로 비추어내고 있군요. 성스러운 사원의 정경이 하늘과 연못 속에 비추어지고 있습니다. 이곳을 한번 들어갔다 나오기만 해도 심신이 저절로 정화될 것만 같습니다. 그리고 시바신과 미낙시 신처럼 아름다운 사랑을 이루어 갈 수 있는 마음이 저절로 겨날 것 같습니다.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들어간 사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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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는 힌두사두

연못 옆 한쪽 벽에는 사두 한사람이 가부좌를 틀고 고요히 앉아 있습니다. 그는 모든 것을 놓아버린 듯 초연한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머리에는 상투를 틀고 염주를 끼고 있고, 목에는 뼈로 만든 듯한 목걸이를 걸고 있습니다.

 

황금색 수행복을 입고 두 손을 깍지 끼고 알 수 없는 이상한 수인(手印)을 하고 있는데, 눈빛은 매우 강열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바라보기만 해도 저절로 숙연해지는 모습입니다. 오랜 수행자의 모습에서 발산되는 어떤 기가 느껴집니다. 그에게 선채로 합장배래하고 지나가는데 그는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앉아있는지, 신이 앉아있는지... 그의 몸은 훅 불면 날아갈 것만 같은 깃털처럼 가볍게  보입니다.

 

와서, 보고, 느끼고 체험하라!

 

"스리미낙시 사원은 말로서는 이루 설명을 할 수 없습니다. 와서 보고, 체험을 하며, 스스로 느껴야만 합니다. 힌두교는 말로 할 수 있는 종교가 아닙니다. 생활 속에서 늘 함께하는 종교이기 때문입니다."

 

현지 가이드가 한 이 말, <와서, 보고, 체험하고, 느껴라!> 참으로 명언입니다. 현장을 체험하지 않고는 아무리 말을 해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뜻이겠지요. 저 하늘을 찌르는 현란한 고푸람을 한 번만 바라보아도 미낙시 사원이 어떤 곳인지 느껴집니다.

 

 

 

 

 

 

 

 

 

 

 

이렇게 유서 깊은 유적지에 가면 나는 유적지를 천천히 돌아보거나, 사원의 기둥이나 벽에 오랫동안 앉아있기를 좋아합니다. 굳이 많은 설명을 듣지 않더라도 그냥 앉아서 오래된 유적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먼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느낌이 저절로 들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시간을 두고 오래오래 머물러 있어야만 그들의 문화와 종교를 조금이라도 더 느껴질 수 있겠지요.

 

 

당신의 머리에 코끼리 신의 축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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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코로 신의 축복을 내려주고 있는 코끼리

연못을 빠져나와 밖으로 나오니 코끼리 한마리가 인간에게 신의 축복을 내려주고 있군요. 약간의 돈을 주면 코끼리는 그 긴 코로 사람의 머리를 지극히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쓰다듬어 줍니다. 코끼리와 인간이 소통하는 그 모습이 매우 사랑스럽게 보입니다.

 

하하, 코끼리가 그 크고 긴 코로 머리를 감싸주며 축복을 내려주는 순간 이루 형언할 수 없는 느낌이 전달되어 옵니다. 코끼리의 축복을 받은 사람들은 한결같이 행복한 모습으로 보여집니다.

 

 

 

 

코끼리는 하늘의 신인 인드라가 타고 다녔던 신성한 동물이라고 합니다. 미낙시 사원에 가면 코끼리의 축복을 꼭 한번 체험하세요. 여행은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 끝나지 말고 몸소 체험을 해보아야 오래도록 추억에 남아있게 됩니다.

 

"와서, 보고, 느끼고, 체험하라!"

 

여행지에 가면 이 말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1000개의 만다파, 시바와 미낙시, 링가와 요니, 항금연지와 황금기둥, 하늘을 찌르는 거대한 고푸람.... 정말이지 이곳 마두라이의 스리미낙시 사원은 참으로 복잡다단하군요. 잊을 수 없는, 사랑의 사원의 하나로 영원히 각인될 것 같습니다.

 

 

 

아아, 나는 분명히 신의 축복을 받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스리미낙시 사원을 돌아보는 내내 시바신의 축복과 미낙시 신의 사랑이 내 마음에 넘쳐흐르고 있으니 말입니다. 거기에다 코끼리신의 축복까지...

 

당신의 머리에 코끼리 신의 축복이 함께 하시길 기원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