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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밤 합방을 하는 시바 신과 미낙시 신의 금실

찰라777 2014. 4. 10. 06:42

남인도 기행 : 마두라이 스리 미낙시 사원

원앙 금실 뺨치는 신들의 사랑

 

3만 3천의 신과 악마가 새겨진 거대한 고푸람

 

▲ 3만 3천이 신과 악마, 동물 등이 조각되어 있는 미낙시 사원 고푸람

 

 

수많은 순례자들이 이곳 마두라이 스리미낙시 사원으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하루에 10,000~20,000명의 순례자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하는군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그들은 이 신전으로 끝없이 모여들까요?

하기야 나도 그 사람들 틈에 끼어 그들과 함께 신전으로 들어가고 있으니 할 말은 없습니다.

 

 

 

 

 

나는 동쪽으로 통하는 긴 출입통로를 통해 신전으로 걸어갔습니다.

통로주변에는 많은 상점들이 늘어서서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통로에서 'ㄷ'된 작은 문을 지나자 넓은 뜰 앞에 거대한 고푸람이 우뚝 서 있습니다.

석양빛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천연색의 고푸람이 과히 압권입니다.

그 어디에서도 불 수 없었던 현란하고 괴기한 모습입니다.

 

▲ 석양을 빛을 받으며 신비하게 빛나고 이는 고푸람

 

 

고푸람(Gopuram)은 중앙에 통로가 있고, 그 위에 몇 층식 계단을 겹쳐 올려 맨 위 지붕에 아치 모형의 시카라(Sikhra:꼭대기)를 얹은 일종의 힌두사원의 탑문(Tower gate)입니다. 고푸람은 드라비안 양식을 표방하는 건축물로 특히 이곳 마두라이에 세워진 스리미낙시 사원의 고푸람이 인도에서 가장 유명 하다고 합니다.

 

 

 

 

넓이가 자그마치 65만㎡나 되는 스리미낙시 사원에는 동서남북에 높이 45m이상의 거대한 고푸람(그 중 남문 고푸람이 52m로 가장 높음)이 하늘 높이 서 있고, 그 사이에 8개의 크고 작은 고푸람이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습니다. 이 거대한 고푸람은 본전인 미낙시 순다레스와라 사원을 동서남북에서 에워싸고 있습니다.

 

 

▲ 스리미낙시의 고푸람은 주 사원을 중심으로 동서남북 사방에 12개가 있으며, 인도 힌두사원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고푸람으로 꼽고 있다.

 

▲ 고푸람 안에 금으로 지붕을 하고 있는 돔이 순다레슈와라(시바)와 미낙시 신을 모시는 본전이다.

 

 

17세기 나약 왕조 시대에 시바 신(Shiva:Sundareswarar)과 미낙시(Meenakshi)를 모시기 위해 지어졌다는 이 거대한 사원은 과히 이집트의 신전이나 그리스 신전에 필적할만한 규모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사원은 2,500년 전부터 시바 신을 모시기 위해 터를 잡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고푸람 밑에 붐비는 사람들이 마치 개미처럼 작아 보입니다. 우리는 동쪽 고푸람 입구에서 신발을 벗고 거대한 사원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맨발에 접촉되는 화강암의 감촉이 나쁘지 않군요. 다리를 약간 절뚝거리는 마두라이 현지 가이드가 설명을 곁들여 주었습니다.

 

 

 

▲ 스리미낙시 사원(위)의 고푸람은 45~50m의 거대한 사다리꼴 모형을 하고 있다.

마두라이 현지가이드와 델리에서 온 센딥(아래)

 

 

고푸람의 기단은 견고한 석재로 건축되어 있고, 수직으로 우뚝 선 사다리꼴 모양의 탑신은 벽돌로 쌓아 올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은 벽체에는 소조(점토 등)로 만든 수많은 신상과 동물들이 총천연색으로 빼곡히 조각되어 있습니다. 기괴하기 그지없는 신상들의 동작과 표정, 그리고 현란한 색채가 넋을 뺄 만큼 화려하고 감동적입니다.

 

 

 

 

"저 고푸람에는 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에 나오는 힌두의 3만 3천의 신과 악마, 동물들, 힌두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천연 소재 염료를 사용하여 채색을 하였습니다."

 

 

 

▲ 고푸람에 새겨진 춤추는 시바 신

 

 

화려한 원색으로 탑신에 새겨진 수만 수천의 신들의 동작을 쳐다보자니 정신이 아득해집니다. 저 복잡 미묘한 조각을 하나하나 어떻게 새겨 넣었는지, 그리고 그 많은 염료를 어떻게 채색을 하였는지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신을 향한 인간의 믿음과 열정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내 눈에는 마치 신이 빚어낸 것처럼 불가사의하게 보여지기만 합니다.

 

 

 

사실 나는 힌두교에 대하여 잘 모릅니다. 도대체 3억 3천이나 된다는 인도의 신들을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지… 시작도 끝도 없는 힌두교의 신에 대한 이야기는 들을수록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들어 가기만 합니다.

 

 

▲ 고푸람에 새겨진 신과 악마

 

 

그 동안 인도를 몇 번 여행하며 힌두교에 대한 이해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기 위하여 우리나라에 번역된 힌두교 관련 서적 <마하바라타>나 <베다경전>을 펼쳐들기도 해 보았지만 도대체 이해를 할 수 없어 읽다가 중단해 버리곤 했습니다.  

 

그러나 이곳 스리미낙시 사원에 와서 수없이 많은 신들, 여신들, 동물, 신화 속의 인물들을 조각하여 천연색으로 채색되어 있는 이 거대한 고푸람, 그리고 사원으로 끝없이 몰려드는 순례자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과연 인도인들에게 신들의 존재가 얼마나 다양하고 중요한지를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매일 밤 합방을 한다는 시바 신과 미낙시의 사랑

 

 

"미낙시는 '풍요를 상징하는 물고기의 눈을 가진 여신'을 의미합니다. 미낙시는 원래 드라비다 민족의 토착 여신으로 이 땅에 오랜 세월 동안 사랑을 받아오다가, 후대에 힌두교의 세력이 확대되면서 자연스럽게 시바 신과 결합을 하여 시바의 부인으로 모셔지게 되었지요. 미낙시가 시바를 만나 결혼을 하기까지는 다음과 같은 신화가 전해내려고 있답니다."

 

▲ 출산을 하는 시바신상(스리미낙시 사원 내부)

 

 

스리미낙시(Sri Meenakshi) 사원은 원래 2,000여 년 전 판디아왕국 때부터 터를 잡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마두라이의 현지 가이드는 미낙시 신에 대한 재미있는 신화 하나를 들려주었습니다. 판디아왕조(Pandya:BC 3세기~16세기)의 2대왕 판디아는 시바를 위한 거대한 사원을 건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왕은 후손이 없어 시바 신에게 기도를 올렸는데 시바는 왕의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어, 기도를 집전하는 사원의 불길에서 여자 아이를 탄생시켜 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여아는 괴이하게도 물고기 모양의 눈과 3개의 젖가슴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고기 모양의 눈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는 자연스럽게 미낙시( Meenakshi : 물고기 눈을 의미)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괴이한 모습에 왕의 근심은 깊어만 가는데, 어느 날 한 예언자가 나타나 "이 아이는 자라나서 미래의 배우자인 시바 신을 만나면 세 개의 젖가슴 중 가운데 젖가슴이 사라질 것이다"란 말을 전해 주었습니다.

 

 

  ▲ 고푸람 시카라(꼭대기)에 새겨진 신상

 

 

 

판디아 왕이 죽은 후 미낙시는 그 나라를 지배하게 되었고, 히말라야로 여행을 떠나서 카일라스 산에 머물고 있는 시바 신을 만났다고 합니다. 시바 신을 만나자 말자 정말 신통하게도 그녀의 세 개의 젖가슴 중 가운데 젖가슴이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이 때 시바는 수행 중이라 그녀를 일단 돌려보내고 수행을 마친 8년 후에 '순다레슈와라'라는 화신으로 이곳 마두라이에 나타나 미낙시와 결혼을 했다고 합니다.

 

"미낙시는 시바의 배우자인 파르파티의 화신으로 다시 태어난 여인입니다. 파르파티는 시바의 두 번째 부인으로 시바의 첫 번째 부인인 사티의 화신이라고 합니다. 결국 미낙시는 시바의 첫째 부인인 사티의 화신으로 다시 태어난 샘입니다. 파르파티는 모든 힘의 원천으로 시바는 파르파티와 결합을 해야만 비로써 세상을 파괴하는 힘을 가질 수 있지요."

 

 

▲ 시바(왼쪽)와 미낙시(가운데)의 결혼식 장면. 비슈누신(우측)(미낙시 신전 위키백과 관련사진)

 

 

정말 들어도 들어도 아리송하기만 한 이 신화를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지. 그러나 거대한 미낙시 사원에서 들려주는 신화는 마치 현실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시바는 원래 사랑했던 첫부인 사티를 기다렸고, 그들은 순다레슈와라와 미낙시라는 아바타로 다시 태어나 못 다한 사랑을 다시 이어가게 된 샘이라고나 할까요.

 

 

▲ 파르파티의 화신 미낙시 신(미낙시 사원 벽화)

 

 

신들의 세계에서도 남신과 여신 사이의 사랑은 매우 중요한 모양입니다. 신들도 성이 다른 두 신이 결합을 해야만 비로써 우주를 다스리는 힘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신들의 세계에서도 서로 사랑하는 신들의 음과 양이 결합을 해야 에너지가 충만 되어 그 에너지로 우주의 창조와 파괴를 하여 우주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해 준다고 합니다. 특히 신들 중에서도 시바 신은 우주에 필요 없는 부분을 강력한 힘으로 파괴하는 신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힘의 원천이 그의 부인 파르파티로부터 나온다고 합니다.

 

그래서 인도의 서민들은 창조의 신인 브라흐만이나 우주를 지탱하게 해주는 비슈누 신보다 성력의 힘을 가진 시바 신에 더 많은 애착을 가지고 섬긴다고 합니다. 신들의 세계나 인간의 세계나 '사랑'의 힘은 가장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모양입니다.

 

 

▲매일 밤 9시 30분, 가마를 타고 미낙시와 합방을 위해

미낙시 신전으로 모셔가는 시바 신

 

 

지금도 이 사원에서는 워낙 금실이 좋기로 소문난 시바 신과 미낙시 신과의 전설을 기리며 밤이 되면 순다레슈와라(시바 신) 신상을 가마에 태워 미낙시의 처소로 들여보내 합방을 시키고, 다음날 아침에 다시 그 가마를 순다레슈와라의 처소로 옮기는 일을 하루도 빠짐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글쎄요. 이런 신화와 전설을 믿는 힌두교도들을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까요? 이렇게 마음의 행복과 평화는  음과 양이 지극한 사랑속에서 조화를 이루어 어우러져야 비로써 그 효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신의 세계나 사람들이 세계나 같은 모양입니다.   

 

 

▲ 뱀 신을 모신 보리수 나무

 

 

본전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보리수나무 밑에 5개의 머리를 가진 코브라 뱀 신이 버티고 서 있습니다. 보리수나무에는 뱀 신에게 바치는 물건들을 나무상자에 담아 매달아 놓고 있군요.

 

이 공양물을 45일간 매달아 놓으면 뱀 신을 통해 성력을 가진 샥티(Shakti)로부터 신선한 에너지를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소원을 기원하며 뱀 신에게 공물을 바친다고 합니다.

 

▲ 맨발로 미낙시 사원을 걸어가는 감촉이 신성하게 느껴진다.

 

 

맨발에 와 닿는 신전의 감촉이 묘한 느낌을 전달해 줍니다. 천년전, 아니 영겁의 세월 동안 수많은 영혼들이 걸어갔을 길! 거기에 순다레스와라 신과 미낙시의 사랑의 길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사랑은 이렇게 영원한 것일까요?

 

보리수나무를 지나 본전으로 들어가니 거대한 돌기둥으로 이어진 긴 회랑이 갖가지 문양을 새긴 채 세워져 있군요.

아아, 이곳에는 다시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고 있군요!

 

(마두라이 미낙시 사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