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여러분 창가에 6월의 장미 한 송이를,,,

찰라777 2014. 6. 5. 06:20

단비 끝에 피어난 6월의 장미

 

 

 

가뭄 끝에 단비가 개인 6월의 담벼락에 장미가 화려하게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이곳 38선 이북 임진강변에도 6월의 장미가 이글거리는 초하(初夏)의 태양처럼 탐스럽게 피어 있습니다. 그리고 나를 내려다보며 내게 자꾸만 말을 걸어옵니다.

 

 

 

 

계절의 여왕 5월, 달콤한 아카시아 향기가 강변을 누비더니, 아카시아 꽃잎은 하얀 눈꽃 되어 떨어져내려 버리고, 이윽고 장미의 계절이 시작됩니다. 뭐니 뭐니 해도 초여름을 대표하는 꽃은 장미가 아닌가 싶습니다. 꽃 중의 꽃 장미, 과연 장미는 꽃들의 여왕답습니다. 이글거리는 초여름의 태양 아래 붉은 장미가 탐스럽게 피어나고 있습니다.

 

 

 

 

행복한 사랑, 애정, 정열, 욕망, 열정, 기쁨, 절정, 첫사랑의 고백, 결합, 존경, 순결, 결백, 비밀, 이별, 질투, 변하지 않는 사랑, 기적, 천상의 사랑, 영원한 사랑, 사랑의 맹세… 장미는 색깔에 따라 여러 가지 꽃말이 많기도 하지면, 역시 ‘사랑’이란 단어가 압도적으로 많이 들어 있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장미는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아온 꽃이기도 합니다.

 

 

 

 

우리 집 담장에도 이웃집 담장에도 장미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습니다. 뜨겁게 달아오른 태양이 땅을 달구고, 장미를 달구고, 내 마음까지 뜨겁게 합니다. 나는 마음이 다소 울적해질 때마다 담벼락에서 미소짓고 있는 장미를 바라보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장미는 밝게 웃으며 태양처럼 환하게 내 마음을 비추어 줍니다.  

 

 

 

 

‘6월의 장미가/내게 말을 건네옵니다//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밝아져라'/'맑아져라'/웃음을 재촉하는 장미…’(이해인, 6월의 장미 중에서). 이해인 수녀님의 시처럼 장미는 내게 자꾸만 말을 걸어옵니다. 그리고 담벼락의 장미는 웃음을 재촉하며 우울해진 마음을 환하게 해줍니다. 

 

 

 

 

‘삶의 길에서/가장 가까운 이들이/사랑의 이름으로/무심히 찌르는 가시를/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부드러운 꽃잎을 피워낼 수 있다고/누구를 한 번씩 용서할 적마다/싱싱한 잎사귀가 돋아난다고…’ 수녀님의 시처럼 우리는 정말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도 우리가 살아가는 길목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무심히 장미가시를 마음 깊숙이 찔러 아픈 상처를 내는 일이 많습니다.  그 무심히 찌른 말 한마디가 상대방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가볍게 간과하고 있습니다. 근거도 없는 악풀 한 줄이 그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깊이 반성해야 합니다.      

 

 

 

 

이제 말썽도 많고 시끄럽기만 하던 지방선거도 끝났습니다. 당선된 사람도, 패배한 사람도, 서로 용서와 화해로 어루만져주어야 합니다. 치열한 선거전에서 상대방을 비방하고, 과거를 폭로하여 아픈 상처를 건드렸던 마음도  모두 내려놓아야 합니다.

 

 

 

 

정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무심히 가시돋친 말을 찌르는 우를 다시는 범하지 말아야 합니다. 서로를 용서할 때마다 부드러운 대화의 꽃잎을 피워낼 수 있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싱싱한 잎사귀가 돋아날 것입니다.

 

 

 

 

장독대에 어렵게 자란 장미를 작년에 가지를 치고 거름을 묻어 주었습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돌아오자 작은 꽃봉오리가 맺히기 시작하더니, 작렬하는 6월의 태양 아래 이렇게 탐스러운 장미가 장독대 사이에 피어주고 있습니다. 그 장독대 항아리 사이로 6월의 장미가 자꾸만 내게 말을 걸어옵니다.

 

 

 

 

 

 

이 세상의 모든 힘든 사람들에게 겨울을 이기며 눈물 속에 피워낸 장미 한 송이를 선물합니다. 이 기쁨의 장미 한 송이 받으시고, 이제 미워하는 사람도 원망스런 사람도 서로 용서하고 화해를 하고, 우울한 사람도 장미처럼 활짝 웃으며 내내 행복하십시오.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수 백만 송이 백만 송이 백만 송이 꽃은 피고/그립고 아름다운 내별 나라로 갈 수 있다네’(심수봉, 백만송이 장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