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우리강산/강원도

[설악산기행③]설악산 등정 준비와 마음가짐.

찰라777 2014. 6. 11. 05:34

일곱 번째 오르는 설악산 등정기③

기도하는 마음으로 설악산에 오를 준비를 하다.

 

 

☞ 이 설악산 여행기는 지난 5월 26일부터~28일까지 설악동- 천불동계곡-희운각-소청-중청-대청봉-서북능선-한계령으로 등반을 한 기록입니다. 오랫만에 오른 설악산은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제 설악산을 오르는 것도 상당이 힘이 듭니다. 뒤늦게 사진과 함께 설악산 등반 여행기를 올립니다

 

 

▲오랜만에 설악산에 오르기 위해 기도하는 마음가짐으로 낡고 오래된 등산장비를 철저하게 점검하여 손질을 했다.

 

 

설악산(1,708m)은 남한에서는 한라산(1,950m), 지리산(1,915m)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산이다.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힘차게 뻗어 내린 백두대간 배꼽쯤에 위치한 설악산은 북쪽으로는 금강산(1,638m), 남쪽으로는 점봉산(1,424m), 오대산(1,563m)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다.

 

조선시대 실학자 이중환(1690~1752)의 택리지에 보면 "설악은 돌산, 돌샘이며, 우뚝하게 뛰어나고 깊숙하고도 싸늘하다. 겹쳐진 묏부리와 높은 숲이 하늘과 해를 가린다."고 표현했다. 이처럼 깊고 험한 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기도하는 마음가짐으로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하여야 한다.

 

 

 "설악은 돌산, 돌샘이며, 우뚝하게 뛰어나고 깊숙하고도 싸늘하다. 겹쳐진 묏부리와 높은 숲이 하늘과 해를 가린다.(조선시대 실학자 이중환(1690~1752)의 택리지)".고 표현했듯이 설악산은 기암괴석이 현현란하게 솟아있다.  희운각에서 소청을 오르다 바라본 공룡능선 초입과 천불동계곡.

 

 

등반사고의 대부분은 불가항력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부주의, 상식부족, 욕심, 과로 등에서 비롯된다. 특히 기상변화가 심하고 협곡과 암벽 사이를 오르내리다보면 실족이나 길을 잃기 쉽고, 조난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조난 시에는 우선 침착한 마음가짐으로 응급처치를 하고, 119등에 조난신고를 해야 한다. 당황하여 중심을 잃으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진다. 무리한 산행을 감행할 경우 탈진으로 이어지고 생환의 기회를 잃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겨울 등반 시에는 추위, 눈, 바람에 대비해야 하므로 비박장비, 복장, 비상식량, 아이젠 등 기초적인 장비를 준비해야 한다.

 

'동국여지승람'(조선시대 지리지)에 의하면 설악산은 '한가위에 덮이기 시작한 눈이 하지에 이르러야 녹는다'고하여 '설악(雪嶽)'이라 불린다고 하였다. 설악산은 여름에도 우박이 내리는 등 기후변화가 심하다. 그러므로 우비, 여벌의 옷 등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설악산은 깊고 험하다. 천불동계곡에서 바라본 암벽

 

 

 

아내가 심장이식을 하고 난 후 나는 지난 5년 동안 거의 산을 오르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다리에 힘도 많이 줄어든 것 같다. 그래서 적어도 한 달에 몇 번은 산행을 하기로 하고 지난 해 가을부터 가까운 산을 오르기로 했다. 설악산을 오르기 위한 예비등산이랄까? 8000m급 높은 산을 오르는 전문등반가들도 반드시 5000~6000m급 산을 예비등산을 한 다음에 산을 오른다.

 

마침 절친인 친구 P도 산에 오르는 것을 너무도 좋아했다. 그는 거의 매주 몇 번씩 그의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관악산을 오른다. 그래서 나는 그를 관악산 도인(?)이라고 부른다. 지난 해 11월에는 콩 타작을 하고 그와 함께 오른 산이 고대산(832m)이다. 오랫동안 산행을 하지 않은 탓이라 고대산을 오르는 것도 힘이 들었다.

 

▲설악산은 암벽이 험하고 계곡이 깊으며 기후변화가 심하다. 어느 코스든 최소한 1박 2일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사전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대청봉에서 바라본 설악산).

 

겨울이 지나고 금년 53일에는 고구마 순을 심어 놓고 친구와 함께 소요산(587m) 일주 산행을 했다. 59일에는 도봉산과 오봉을 일주했는데, 무려 10시간이나 걸렸다. 그렇게 산행을 몇 차례 하고나니 어느 정도 다리에 탄력이 붙은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5월이 가기 전에 좀 더 큰 산인 설악산을 오르기로 계획을 했다.

 

큰 산이든 작은 산이든 산에 오르는 마음은 겸손해야 한다. 산은 말이 없는 것 같지만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다. 그러므로 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마음가짐을 겸손하게 하고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소청대피소와 봉정암에 숙소를 예약을 하고, 신발과 배낭, 스틱, 전지, 비상식량, 구급약, 카메라 등을 점검하고 산행코스를 점검했다

 

오래 묵은 45리터짜리 등산배낭을 창고에서 꺼내 먼지를 털고, 등산화도 점검을 했다. 배낭과 신발은 등산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20년은 족히 넘었을까? 배낭은 비록 오래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쓸 만했다. 요즈음 새로 나온 배낭은 가볍고 기능이 더욱 좋아졌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오래된 등산화를 점검하고 깨끗하게 세탁을 했다. 요즈음 등산화는 기능이 좋은 고가의 등산화가 많이 나오지만

오래 전 구입한 등산화가 아직 쓸만하여 사용하기로 했다.

 

 

오래된 등산화가 두 켤레가 있는데 한 동안 신지 않아서인지 한 켤레는 밑창이 너덜너덜 떨어져 나가 있다. 또 다른 등산화는 그래도 아직 신을만했다. 신발도 좀 쓸 만한 것은 보통 20만원이 넘는다. 새로 사기에는 너무 부담이 가는 금액이다. 하기야 고무신에 새끼줄을 동여매고 봉정암을 오르는 할머님들도 있지 않던가.

 

십 수 년 전 어느 가을 봉정암을 오를 때 어떤 할머니는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을 부르며 기도 일념으로 산을 오르고 있었다. 할머니의 신발을 보니 고무신에 새끼줄을 감고 있었다. 오직 기도일념으로 봉정암에 오르겠다는 할머니의 정신이 봉정암에 닿게 한 것이다. 이 그 할머니 신발에 비하면 비록 해지기는 했지만 내 헌 신발은 매우 양호하고 고급스럽다.

 

네팔에서 히말라야 트레킹을 할 때 셰르파들을 보면 슬리퍼를 신고 몇 천 미터 산을 가볍게 오르는 모습을 종종 보아오기도 했다. 비록 고급스런 신발이 아니더라도 산을 오르는 마음가짐이 바로 서 있으면 어떤 산이든지 오를 수 있지 않겠는가.

 

 

▲스틱도 두개를 준비하여 점검했다. 스틱을 올바르게 사용을 하면 30% 정도의 체력 소모를 줄일 수 있다.

오르막에서는 짧게, 내리막에서는 길게하여 지형에 맞게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 

 

헤드 랜턴은 구입한지 아마 30년도 족히 넘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전지를 끼우니 불이 들어왔다. 그래서 종 무겁고 우둔하지만 그대로 넣어 두었다. 아미칼은 1998년 스위스를 여행할 때 구입한 것인데 아직도 날이 새파랗게 서 있다.   

 

 

▲30년도 넘었을 헤드 랜턴, 비옷도 점검하여 팩에 구분하여 챙겼다.

 

모든 일에는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모름지기 사전에 계획을 하고 실행을 하고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산을 오를 때에도 반드시 Plan(계획)-Do(행동)-See(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시행착오로 인한 고생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이번에 계획한 설악산 등정 일정은 다음과 같다.

 

5/26 동서울-속초(금강고속)-설악동(7번 버스), 설악동 민박(1)

5/27 설악동-천불동계곡-희운각-소청-중청-대청봉-소청대피소(1)

5/28 소청-끝청-서부능선-봉정암(1)

5/29 봉정암-오세암-백담계곡-용대리-동서울

 

 

 

▲설악산 등정 루트

 

느린 산행으로 천천히 볼 것을 다 보며 오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른바 게으른 산행이다. 또 철저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민박을 하기로 했다. 산을 오르는 사람은 오직 산행을 위한 생각과 행동을 해야 한다. 즉 기도하는 마음으로 산을 올라야 한다는 것이다. 흔히 설악산에 가면 동해안에서 회를 한사라 먹는 계획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일정을 철저히 배제를 했다.

 

지난주(5월 20일~25)에는 두 차례 손님이 왔다. 그래서 감악산을 한 번 정도 산행을 더 하기로 했던 계획이 차질이 났다. 20일에는 아내의 친구 네 분이 와서 하루 밤을 지내고 갔다. 25일 날에는 자비공덕회 봉사팀 열다섯 분이 방문하여 금가락지에서 치유명상을 위한 야외 법회를 열고, 태풍전망대와 숭의전을 답사했다. 손님을 인솔 안내하느라 감악산을 한 번 정도 더 오르기로 했던 예비등산이 차질이 났다또한 네팔에서 온 케이피 시토울나 가족이 아이들과 함께 집에서 1박을 2일을 보냈다. 그들과 함께 허브빌리지, 군남홍수조절지 등을 방문하고 26일 날 함께 서울로 왔다.

 

 

▲소청에서 바라본 설악산. 멀리 울산바위가 보이고, 코앞에 공룡능선이 웅장하게 펼쳐져 있다.

 

 

이제 설악산 등산을 위한 준비는 끝났다. 아내를 집에 두고 홀로 산행을 하려고 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아내도 기꺼이 이번 산행을 도와주었다.  5월 26일 이른 아침 연천군 임진강변 집에서 출발하여 소요산역에서 1호선 전철을 타고, 다시 왕십리역에서 지하철 2호선으로 갈아타고 강변역에 도착하니 2시 10분이다. 동서울터미널에서 2시에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전철이 지연되는 바람에 10분이 늦었다.

 

동서울터미널 매표소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친구 P를 만났다. 속초행 금강고속 티켓은 미리 예약을 해 두었기 때문에 좌석은 이미 확보를 한 셈이다. 1인 당 17,300원, 티켓을 들고 출발을 기다리고 있는 금강고속 버스에 올랐다.  

 

 ▲비상시 구급약도 챙겼다.

 

 

버스가 동서을 출발하여 한강을 지나자 문득 '만초손 겸수익(滿招損 謙受益)'이란 말이 떠올랐다. 자만하는 자가 손해를 부르게 되고, 겸손한 자가 이익을 받는다는 것은 하늘의 도리라는 뜻이다.

 

지극한 정성은 신까지 감동시킨다고 한다. 이제 나는 아주 낮고 겸손한 자세로 설악산을 향해 가고 있다. 내 생애 일곱 번째로 오르는 설악산 등산이지만 마음은 처음 설악산을 올랐을 때처럼 마냥 설래인다. 과연 설악산 산신은 초로에 접어든 나를 대청봉까지 오르게 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