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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기행⑩]여기가 천당인가? 극락인가?-오련폭포-양폭포-천당폭포

찰라777 2014. 7. 2. 05:49

여기가 천당인가? 극락인가?

 

▲양폭포

 

 

▲천불동계곡

 

 

화려함 뒤에 숨어 있는 '낙석 위험'

 

병풍교를 지나니 아찔한 철 계단이 계속 이어진다. 낙석 위험이 가장 심한 곳이지만 경치는 '죽여주게' 아름다운 곳이다. 위험한 곳에 아름다움이 따르는 것일까? 함박꽃과 쪽동백, 그리고 층층나무 꽃 사이로 기기묘묘한 기암괴석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그 모습을 담느라 여념이 없는데 대청봉 쪽에서 하산을 하는 한 무리의 일본인 등산객들을 만났다.

 

 

 

 

 

▲ 낙석이 꼳 떨어질 것만 같은 암벽. 병풍교 부근

 

산을 오르는 사람은 오가는 사람에게 으레 인사를 하기 마련이다. 사진 찍다가 길을 비켜주며 "수고하십니다" 하고 인사를 건넸더니, "감… 사… 하… 므… 니… 다"라고 웃으면서 어눌한 한국말로 답례했다. 알고 보니 10여 명의 일본인 중년 남녀들이다.

 

"아, 일본에서 오셨군요. 어디서 주무셨나요?"

"저기, 대청봉 밑 휴게소에서요. 너무 좋았어요."

"그래요? 설악산은 어떠신가요?"

"너무나 아름다워요! 여기가 마치 천국 같아요!"

 

 

▲ 천당에 온 것 같다는 일본인들

 

그러면서 그들은 '원더풀!'과 '뷰티풀!'을 연발하며 내려갔다. 산을 찾는 사람들은 그 순간만은 산처럼 모두 순수하게 보인다. 산을 오르는 순간만은 국적이 없다. 거기에 산이 있고, 산을 오르는 순수한 마음이 있을 뿐이다.

 

오련폭포에 다다르자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가 교향곡이 돼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오련폭포는 귀면암(鬼面巖)을 지나 1.5㎞ 지점에 있다. 다섯 개의 폭포가 연이어져 있어서 붙여진 것이다. 물의 양은 그리 많지 않지만 백옥 같은 암벽을 타고 내리는 폭포수가 그대로 한 폭의 수채화다.

 

 

 

 

 

 

▲ 오련폭포

 

 

 

▲ 층층나무꽃 위로 병풍처럼 펼쳐진 설악산

 

연이어 떨어지는 폭포수위로 늘어진 푸른 가지에 희고 고운 함박꽃이 수를 놓고 있다. 층층나무 꽃 사이로 병풍 같은 암벽들이 한 폭의 산수화처럼 다가온다. 여기가 천국인가? 극락인가? "여기가 마치 천국 같아요!"라고 말한 일본인의 말이 실감이 난다.

 

그러나 천국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험하다. 여기저기 낙석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지난해에도 해빙기에 대형 낙석이 굴러내려 철 계단이 붕괴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우측을 올려다보니 켜켜이 급경사를 이루고 있는 암벽이 아찔하다. 낙석이 떨어지기 전에 빨리 건너가야겠다.

 

 

 

 

▲ 양폭산장

 

 

 

음양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천불동계곡

 

오련폭포를 지나니 이윽고 양폭 산장이 나왔다. 양폭 산장을 보니 다시 <죽음의 계곡>에서 산화한 10동지 조난사고가 생각이 났다. 대청봉에서 하산한 동료들이 죽음의 계곡에서 막영을 하고 있던 대원들을 찾다가 발견하지 못하고 잠시 대피를 했던 곳이 아닌가?

 

'양폭'이란 명칭은 천당 폭포에서 흘러내린 물이 두 갈래로 흘러 좌우로 나누어지면서 두 개의 폭포를 이루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좌측에서 음폭골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음폭포', 우측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양폭포'다. 음양(陰陽) 두 골짝이 합쳐서 천불동계곡을 이룬다. 만물은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룰 때 완성도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야말로 만첩청산이 솟은 천불동계곡은 음과 양의 조화로 이루어진 명산이다.

 

 

 

 

▲ 양폭포

 

양폭대피소에서 가파른 계곡을 오르니 곧 시원한 물줄기가 콸콸 쏟아져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겉으로 드러난 것으로 보아 양폭포(陽瀑布)인 모양이다. 얼마나 오랜 세월 흘러내려 저렇게 우물처럼 파였을까. 둥그런 홈이 수직으로 깎여 내려 대패로 밀어낸 듯 반질반질하다.

 

자연의 조화란 실로 오묘하기 그지없다. 수만 년 동안 깎여진 암벽을 타고 수정처럼 맑은 물이 흰 포말을 일으키며 하염없이 떨어져 내린다. 물빛은 바위의 색깔에 따라 변한다. 바위가 검으면 흑진주, 희면 백진주, 노란색이면 황진주…, 수없이 많은 진주들이 햇볕에 반사되며 굴러내린다.

 

 

▲ 양폭포의 물빛. 바위색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수정같은 물빛

 

오른쪽으로 음폭골 내부에 가려져 있는 것을 음폭포(陰瀑布)라 부르는데 잘 보이지 않는다. 양폭포가 겉으로 드러난 것과 대조적으로 이 폭포는 음폭골 내부에 가려져 있다고 해서 음폭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음폭으로 가려면 음폭좌골로 진입해 한동안 올라가야 한다.

 

절경을 남겨두는 것도 미덕이다. 다음을 기약하며 다시 가파른 계곡을 오르는데 음부처럼 생긴 바위 골짜기가 묘한 자태로 유혹한다. 좁은 바위 틈새로 수정처럼 맑은 하염없이 흘러내린다.

 

 

 

▲ 묘한 모양을 하고 있는 폭포

 

"저 바위 틈새로 흘러내리는 물을 보면 세상은 과연 음과 양의 조화로 이루어졌어."

"만물의 이치가 가 그러하지 않겠는가?"

 

 

여기가 천당인가? 극락인가?

 

양폭을 지나 힘겨운 철 계단을 타고 오르니 또 하나이 폭포가 우렁찬 소리를 내며 나타난다. 이른바 '천당폭포'다. 천불동계곡 상류에 있는 마지막 폭포다. 설악동을 출발한지 4시간 50분 만에 도착한 폭포다. 설악동에서 약 8km를 걸어온 셈이다.

 

 

 

 

 

 

▲ 여기가 천당인가? 천당폭포는 천불동계곡 맨 위에 있다

 

"여기가 천당일세!"

"천당과 극락이 어디 따로 있겠는가? 지금 아무 생각이 없이 우리가 서 있는 바로 이곳이 천당이요, 극락이지."

 

 

▲ 아찔하게 이어지는 철 계단. 천국으로 가는 계단인가?

 

 

힘겨운 산행 끝에 천당폭포에 다다라 잠시 휴식을 취하며 주변 경관을 돌아보니 정말 천당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천당폭포 앞을 가로지르는 구름다리에 서서 설악골을 바라보니 아득히 먼 극락세계가 펼쳐져 있는 것 같다.

 

배가 고파 시계를 보니 오전 11시다. 오전 5시에 라면 한 개를 먹고 올랐으니 배가 고플 만도 하다. 그러나 취사장이 있는 희운가대피소까지는 아직 2km 정도가 더 남았다. 서둘러 길을 떠나야 낮 1시께나 되서 도착할까. 가파른 산행은 시간을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충분한 여유와 휴식을 취하며 산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