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진실한 애정-제라늄 애찬

찰라777 2014. 8. 4. 07:19

 

 

8월 3일 일요일 비-햇빛-흐림-이슬비

 

태풍 영향권에 들어서인지 날씨가 하루 종일 오락가락 한다. 새벽에 비가 조금 내리더니 곧 개이고 햇빛이 났다. 햇빛이 비추이는가 했더니 먹구름이 몰려와 하늘을 가리고 곧 비가 올 것만 같은데 비는 오지 않는다.

 

 

 

 

먹구름은 수시로 변화한다. 임진강 건너 전곡 쪽에는 구름이 개어 하늘이 보인다. 무심코 인생도 저 구름과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멈추어 있지 않고 저 지나가는 구름처럼 수시로 변화한다.

 

 

 

좋은 일이 있는가 하면 궂은 일이 있고, 기쁨이 있는가 하면 슬픔이 있다. 인생은 희로애락의 과정이다. 지금 겨꼭 있는 슬픔이, 고통이, 아픔이 당장에는 견디기 어려울 만큼 힘들어도 지내 놓고 보면 한 조각 구름처럼 잊어버린다.

 

 

오늘 우리가 겪는 고통과 그 고통을 이겨내기 위한 노력은 다음에 열릴 새로운 열매를 위한 거름이 될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 하든지 지금의 고통을 이겨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어제까지의 무더위에 비하면 오늘은 비교적 날씨가 선선하다. 그래서 텃밭에 나가 이것저것 손을 보았다. 봄부터 지금까지 싱싱한 야채를 밥상에 올려 주었던 상추를 설거지를 하고, 그 자리에 열무를 파종했다. 지난 7월에 한 번 파종을 했는데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덥기도 하지만 극심한 가뭄 탓인 것 같다.

 

 

 

 

내 손으로 심었다가 다시 내 손으로 뽑혀 흙으로 돌아가는 상추의 일생을 바라보며 인생도 저 상추와 별반 다름이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상추대는 썩어서 거름이 될 것이다. 모든 만물은 썩어야 다시 태어난다.

 

 

썩어서 거름이 되어야 새 생명이 잉태하는 것이다. 인간도 때가 되면 육체는 흙으로 돌아가 한 줌 거름이 된다. 그리고 영혼은 부활을 하던, 윤회를 하던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날 것이다.

 

 

 

옥수수 밭에 풀도 베어내고 너구리가 식사를 해버린 옥수수 대도 베어내서 정리를 했다. 딱 한번 옥수수를 몇 개 따내서 삶아 먹었는데, 잠간 집을 비운 사이 너구리들이 점령하여 나머지 옥수수를 모두 빼먹고는 옥수수 밭을 쑥밭으로 만들어 버렸다. 하기야 이 땅의 터줏대감들이니 할 말이 없다. 그들에게 세금을 바친 샘으로 생각을 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

 

 

 

제라늄 줄기가 너무 길어져 긴 줄기를 잘라서 다른 화분에 꽂아 두었다. 제라늄은 꽂아 놓기만 하면 잘 살아난다. 그래도 이 제라늄 덕분에 금가락지에 사계절 꽃을 핀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줄기차게 아름다운 꽃을 보여 주는 것은 제라늄뿐이다.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가.

 

 

 

제라늄에게 삼가 엎디어 감사를 드린다. 사계절거실의 창을 아름답게 장식을 해주며 미소를 짓는 그 모습이야 말로 고마워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내친김에 란도 정리를 했다. 아주 오래된 란(아마 20년 쯤)들이어서 그대로 키우고 있는데, 쪽수가 너무 작아져 있다. 그래서 작은 쪽수를 두 세 개씩 모아 한군데로 몰아 심었다. 썩은 뿌리는 잘라내고 화분도 좀 넓은 것을 골라 심어주었다.

 

 

 

 

 

그래도 집에 살아있는 화초들이 있으니 집안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늘 생기를 느낀다. 소리 내어 말은 하지 않지만 식물들은 다 나름대로 그들만의 언어가 있다. 아마 오늘 그들은 나에게 감사를 드릴 것이다. 답답한 공간을 넓혀주고 산소를 불어 넣어 주었으니 이제 제대로 숨을 쉴 것이 아니가?

 

 

 

살아있다는 것은 행복하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사람이든 살아서 숨 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 아닌가? 그러나 그 행복한 순간은 짧다. 곧 죽음이 다가 오기 때문이다. 허지만 우리는 날마다 죽으면 서 다시 태어난다.

 

 

 

 

밤에는 죽었다가 아침에는 다시 태어나는 것이 인생이 아니겠는가. 영원한 낮도, 영워난 밤도 없다. 밤이 깊어지는가 하면 새벽 여명이 다가오고, 그리고 다시 석양노을이 다가온다. 청춘과 황혼은 이렇게 항상 동시에 가다고은 것이다. 다만 우리가 그걸 인식하지 못하고 지날뿐이다.

 

 

 

 

우리는 매순간 아디 태어났다가 죽어간다. 그러니 순간순간을 열심히 살아야 한다. 죽는 날을 생각하지 말고 전력을 다하여 이생을 살아야 한다. 그리고 삶이 다하면 미련 없이 떠나야 한다.

 

오늘도 나는 새로운 날을 맞이한다. 내 주위에 있는 모든 생물들과 행복한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매 순간 다시 태어나며 오늘을 맞이한다. 제라늄의 꽃말이 <진실한 애정>이라고 한다. 저렇게 사계절 피어나는 제라늄처럼 살아있는 동안 내 주위에 있는 모든 존재들에게 진실한 애정을 가지고 살고 싶다. 그리고 갈 때는 미련없이 떠나고 싶다.

 

 

 

진실한 애정-제라늄 애찬

 

이토록 아름답게 피어나다니

너는 도대체 어디에서 왔니?

온 힘을 다하여

피어나는 네 모습

아름답구나!

 

봄, 여름, 가을, 겨울...

쉬지도 않고 피어나다니

그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지?

피고지고 피고지고

사계절 온 힘을 다해

피어나는 네 모습을 바라보며

진실로 아름답게 살아가는

삶을 배운다.

 

물 한 방울에 생명을 잇고

바람 한 줌에

붉은 미소 짓는 네 모습에서

햇살 한 줄기에

연분홍 미소 짓는 네 모습에서

오늘도 삶의 희망을 품어본다.

 

네 이름이 <진실한 애정>이라고 했지

그래, 너처럼 진실한 애정을 가기고

순간순간을 미련 없이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