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텃밭일기

김장배추 120포기를 심다

찰라777 2014. 8. 17. 22:50
8월 15일 금요일 흐림

 

 

김장배추 120포기에 면사포를 씌우다

 

올해는 말복이 작년보다 일주일 빠르게 왔습니다. 작년에는 8월 12일이 말복이었는데, 금년에는 8월7일이 말복 날입니다. 김장배추는 보통 말복을 전후에서 정식을 합니다. 그래서 우리 집도 광복절인 오늘(8월 15일) 김장배추를 심었습니다.

 

 

 

모종은 지난 12일 전곡 동원상회에서 불암3호 배추 120포기를 미리 사두었습니다. 120포기가 잘 자라나면 꽁지머리 친구내 집과 우리 집 김장을 하기에는 충분 할 것 같습니다. 배추를 심을 텃밭도 미리 구덩이를 파서 깻묵 거름을 밑에 깔고 그 위에 퇴비를 뿌려 두었습니다. 완숙 퇴비(작년생산분)를 뿌렸기 때문에 비가 온 끝인 지금 정식을 해도 가스 발생으로 인한 피해는 없을 것 같습니다.

 

작년부터 우리 집 텃밭과 정원에 난 풀과 우리가 먹고 남은 음식찌꺼기로 퇴비를 만들고 있습니다. 작년에 만든 완숙퇴비를 이번 김장배추 밭에 밑거름으로 뿌렸습니다. 그리고 금년 초에 전곡 방앗간에서 깻묵 한 포대를 사와 왕겨와 1대1로 섞고 막걸리를 부어 완전히 발효시킨 깻묵퇴비를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완전히 발효되고 완숙된 무공해 퇴비를 밑거름으로 주었습니다.

 

완숙된 깻묵 거름은 그 효과가 매우 탁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난 7월 22일 똑 같은 방법으로 추석배추와 양배추를 심었는데 현재 성장과 결구 상태가 매우 양호합니다. 김장배추 심는 것을 도와주러 온 꽁지머리 친구와 함께 흙을 몽글게 부수어서 구덩이마다 작은 봉오리를 만들고 그 위에 김장배추를 정성스럽게 심었습니다.

 

 

▲7월 22일 정식을 한 양배추와 추석배추의 결구 상태

 

 

정식을 한 후에는 작은 물뿌리개로 천천히 물을 뿌려 주었습니다. 비가 상당이 많이 내렸지만 정식을 하고나서는 물을 충분히 주어야만 뿌리들이 낯선 흙에 좀 더 쉽게 안착을 할 수 있습니다. 자투리땅까지 심다보니 배추밭 모형이 한반도 지도처럼 생긴 것도 있군요.

 

 

 

 

 

 

다음에는 배추 모종 위에 면사포(망사)를 씌워 주어야 하는데, 중고 모기장이 다른 야채를 씌워주느라 떨어지고 없어 전곡에 가서 사 와야 할 것 같습니다. 꽁지머리 친구를 전곡까지 배웅을 해주고 동원상회에 들려 모기장을 물어보니 한복집에 판다고 알려주는 군요.

 

망사를 씌워주면 배추벌레 등 벌레의 접근을 상당히 예방을 할 수가 있고, 소낙비가 세차게 내릴 때 물방울이 땅에 튀겨서 모종에 흙이 묻는 것도 예방 할 수 있어 여러 가지로 좋은 점이 있습니다. 전곡시장에 있는 대동한복집으로 가니 할머니가 영감님을 불러 2층에서 모기장을 내려와야 한다고 합니다. 평생 옷장사를 하신다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팔십쯤 되어 보이는데 어찌나 행동이 느리든지 거의 30여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러나 기다리는 것도 미덕이라는 것을 두 분에게서 배웁니다.

 

망사를 1마에 1000원을 주고 30마를 샀습니다. 30마 정도면 세 이랑은 충분히 씌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60마를 5만원에 다 가져가라는 할머니의 유혹을 뿌리치고 필요한 만큼만 샀는데 그게 잘못되고 말았군요. 원단을 '마'로 계산을 해주시는 바람에 착오가 생긴 것입니다.

 

 할머님의 말씀으로는 1마를 사면 폭이 넓어 두 이랑을 덮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원단을 마로 측정을 하는 것도 미터법으로만 익숙해진 나에게는 혼동이 가기도 했지만 망사를 좀 높게 설치를 하다 보니 한 이랑을 덮기에도 넉넉지 않습니다. 사전에서 원단의 길이를 찾아보니 1마의 길이는 90cm에 폭은 114cm(45인치 폭인 경우)와 152cm(60인치 폭인 경우)가 있군요.  

 

 

 

배추이랑에 망사를 씌우다가 그만 3미터 정도 짧은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자원을 절약하는 것은 좋은데 너무 절약을 하다 보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경우도 생기곤 합니다. 집에 있는 자투리 망사를 연결을 해보기도 했지만 결국 다 씌우지는 못했습니다. 아마도 전곡에 가서 할머니의 권유대로 나머지 망사도 마저 사와야 할 것 같습니다.

 

망사 폭도 약간 짧아 양쪽 가장자리를 눌러 주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망사를 씌우고 지주 대에 집게를 물리기도 하고 조약돌로 눌러 나방이나 다른 벌레들이 접근을 하지 못하도록 망사를 팽팽하게 유지를 시켜 주었습니다. 망사를 씌워 놓으면 새들이 쪼아 먹는 것도 예방을 할 수 있어서 여러모로 좋은 점이 있습니다. 시골생활을 하다보면 돌 하나도 버려서는 후회를 할 때가 많습니다. 언젠가 요긴하게 사용할 경우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망사를 씌우며 텃밭을 일구며 모아둔 돌들을 아주 요긴하게 사용하였습니다.   

 

 

 

 

 

사실 텃밭에서 야채를 기르는 것은 가격으로 따지면 사서 먹는 것이 더 싸게 먹힙니다. 그러나 텃밭을 일구는 재미는 돈으로 환산을 할 수가 없는 재미와 보람을 느끼게 해줍니다. 농약을 치지 않고 내 손으로 기른 야채를 직접 현관문 앞에서 그때그때 따서 먹는 재미는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즐거움을 더해 주기 때문입니다.

 

망사를 다 씌우고 나서 나는 잠시 김장배추 모종을 향하여 기도를 드렸습니다.

 

"배추의 정령이시여, 먼 길을 오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새로운 땅에 적을 하기가 어렵겠지만 부디 대지에 뿌리를 활착하여 건강하게 자라주소서. 매일 정성스럽게 보살피겠습니다. 태양과 대지, 바람, 물의 신이여, 여기 새로운 생명이 활착하여 잘 자랄 수 있도록 적당한 햇볕과 바람, 비를 내려주소서.  

 

 

 

무릇 모든 생명은 다 영혼이 있습니다. 분명히 식물들에게도 영혼이 있으며 그들만의 언어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배추도 나의 짧은 기도를 귀담아 들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예상대로 자라난다면 약 70일 후인 11월 초에는 김장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쪼록 이 김장배추 모종이 건강하게 자라나서 맛있는 김치로 변해 많은 사람에게 건강한 음식으로 제공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