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텃밭일기

야호! 애들아, 다 나오너라!

찰라777 2014. 8. 29. 21:03

야호! 애들아, 다 나오너라!

텃밭에서 가장 역동적인 힘을 느낄 때는 파종을 한 종자들이 땅을 뚫고 힘차게 싹을 틔울 때이다. 그 여린 싹들이 딱딱한 흙을 뚫고 밀어 올리는 힘은 참으로 대단하다. 마치 지구라도 들어 올린 듯한 기세다.8월 11일 날 파종을 했던 ‘청운무’는 단 3일 만에 싹이 터 올랐다. 비가 충분히 온데다가 이랑을 타고 무씨를 한 알 한 알씩 정정을 들이고, 다시 물을 뿌렸더니 이렇게 싹이 빨리 나온 것이다.

 

일주일이 지난 뒤 자세히 살펴보니 떡잎이 커지며 독일병정처럼 도열하여 싱싱하게 고개를 쳐들고 있다. 그 기운찬 모습에서 신성한 기를 느끼고 받는다. 저 여린 싹들이 자라나며 땅속 깊숙이 미끈한 무를 뻗혀주다니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비단 청운무뿐 만이 아니다. 14일 날 파종을 했던 알타리무, 시금치, 청갓, 강화무들도 대지를 뚫고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다. 도대체 저들의 힘은 어디서 나올까?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고 하더니 저 여린 싹들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대지이 보호를 받으며 태양빛과 바람, 빗물을 머금으며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식물의 세계는 그저 경이롭기만 하다. 육묘를 하여 이식을 한 식물보다 씨가 땅에 떨어져 뿌리를 뻗어 내린 식물들이 훨씬 강하고 야성적이다. 원래 모든 야생의 식물들이 그런 방식으로 자라기에 강한 것이 아니겠는가? 아무데나 자라나는 잡초들이 그 좋은 본보기다.

 

사람이든 식물이든 강하게 키우려면 야생에서 자생을 하도록 놓아두어야 한다. 아무리 잘 보호하고 보살펴 주어도 야생에서 홀로 자라나는 잡초의 근성을 따라 갈 수가 없다. 내가 텃밭에 농사를 짓는 것도 이들이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 갈수 있도록 약간의 도움만 줄 뿐이다.

 

가급적이면 야성적으로 자랄 수 있도록 환경을 그대로 놓아두고, 생장이 어려울 때만 도움의 손길을 주려고 하고 있다. 잡초가 너무 커 햇볕이 가려져 음지가 된다든지, 가뭄이 심할 때 물을 준다던지 하는 것들이 전부다. 농약을 치는 대신 망사를 씌워 벌레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예방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소량 농사일 경우에 한하여 그렇게 할 수 있지만 대량으로 농사를 지을 경우에는 망사를 일일이 다 씌울 수는 없다. 그래서 망사를 치는 대신 농약을 쓸 수밖에 없다. 어쨌든 며칠 전에 뿌린 씨앗들이 대지를 밀고 나오자 저절로 기운이 난다. 저 새싹이 나오게 하기 위하여 뿌린 씨앗은 썩고 만다.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기 위해서는 한 알의 씨앗이 썩어야만 한다.

 

“야호! 애들아, 다 나오너라!”

 

오, 위대한 생명들이여!

'국내여행 > 텃밭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아, 수선화여!  (0) 2015.04.02
2015년도 텃밭 농사배치  (0) 2015.03.21
양배추 10포기와 가을 시금치 파종  (0) 2014.08.21
김장배추 120포기를 심다  (0) 2014.08.17
여름오이 될까?  (0) 2014.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