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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실룬포사의 미로를 걷다-티벳 시가체

찰라777 2015. 6. 4. 15:18

타실룬포사의 미로를 걷다-티벳 시가체

 

 

 

▲미로같은 시가체 타실룬포 골목길

 

 

타실룬포사(Tashilhunpo)1447년 총가파의 제자인 겐덴 드룹(Genden Drup)이 세운 절로 전성기에는 4000여 명이 넘는 승려들이 거주를 했던 사원이다. 티벳 라싸지역에 위치한 드레풍, 세라, 간덴 사월과 더불어 겔룩파 4대 사원중의 하나이다.

 

 

 

 

타실룬포사는 역대 판첸라마가 거주하고 있는 사원이다. 판첸라마는 환생자를 찾아 11대까지 이어오고 있는데 대학승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판첸라마는 달라이라마의 환생을 찾거나, 환생한 달라이라마를 가르치는 스승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한편, 달라이라마는 판첸라마의 환생자를 찾아 임명을 하는 역할을 한다. 그만큼 두 지도자는 티벳에서는 가장 영향력이 있는 종교적 지도자 역할을 하고 있다.

 

 

 

타실룬포사 입구에는 중화인민공화국 표지석을 세워놓았다. 타실룬포사는 중국의 문화혁명기에 벌어진 대대적인 티벳 사원을 파괴하는 과정에서도 가장 온전하게 살아남은 사원이다. 중국은 티벳의 문화와 종교를 말살하려고 갖은 수단을 다 써 왔다. 이 점을 달라이라마는 가장 안타깝게 생각을 하고 있다. 티벳인들의 정신까지 빼앗으려는 가장 나쁜 방법이기 때문이다.

 

 

 

 

싸가다와(부처님오신 달) 기간인데도 라싸의 포탈라 궁이나 조캉사원에 비해 타실룬포사는 고요하다. 티벳 풍으로 세워진 입구가 평화롭게만 보인다. 라싸보다 훨씬 티벳다운 풍경이다. 사원으로 들어가는 문의 색채가 무척 화려하다. 대문 사이로 비추이는 타실룬포사의 금빛 찬란한 지붕들이 옛 티벳의 영화를 말해주고 있다.

 

 

 

 

느리게, 아주 느리게 걸어가던 아내와 나는 타실룬포 입구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포즈를 취했다. 티벳을 여행하다 보면 시간을 잊고 만다. 풍경, 고도, 단순함, 그리고 오직 기도하는 사람들 틈을 거닐다보면 그만 지금까지 살아온 세속을 망각하고 만다. 망각은 좋은 것이다.

 

 

 

 

하얀 회벽을 칠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길은 미로처럼 얽혀 있다. 순례자들은 옴 마니 반메훔을 염송하며 묵묵히 미로를 걷는다. 우리도 옴 마니 반메훔을 따라서 염송하며 그들의 뒤를 천천히 걸어간다. 그러나 그들의 속도를 우리는 도저히 따라 갈 수 없다. 숨이 차기 때문이다.

 

 

 

 

 

어떤 순례자는 온 몸을 바닥에 엎드려 오체투지를 하며 한 걸음 한 걸음 기도를 하며 나아간다. 걷기도 힘이 든데 어떻게 저렇게 절을 할까? 아마 그들은 수천km를 저렇게 절을 하며 왔을 것이다.

 

거대한 금동미륵불상(잠칸첸모) 앞에서 나는 합장배례를 했다. 이 미륵전은 높이 27m로 세계에서 가장 큰 금동미륵불이라고 한다. 이 미륵불은 138,000kg의 동, 251kg의 황금, 32개의 다이아몬드, 300개의 진주, 산호, 호박 보석을 사용했다고 한다. ()와 공() 사상을 추구하는 불교의 교리와는 퍽 대조적인 모습이다. 사원내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다. 시진을 찍으려면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

 

 

 

 

순례자들은 법당 안으로 들어가기 천장에 매달린 전에 종을 울린다.

 

 

 

 

T자형으로 생긴 타실룬포사의 한 가운데는 판첸라마 4세의 영탑을 모신 곳이다. 그 오른 쪽으로 돌아가면 판첸 라마 1세부터 9세까지 영탑이 모셔져 있다.

 

 

 

 

가장 오른 쪽에 있는 영탑은 1989년 사망한 판첸라마 10세의 영탑이다. 중국이 티벳과의 유화책 일환으로 10억 위안을 들여 조성한 것이라고 한다. 판첸라마 10세의 영탑 앞에는 거대한 벽은 싸가다와 축제기간에만 공개되는 대형 탕카를 걸어두는 곳이다. 그런데 이번 싸가다와 기간에는 탕카를 걸어놓지 않은 모양이다. 그 탕카벽 밑에는 켈상라캉(대법당)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내가 타실룬포사에서 가장 감동을 받은 것은 금동상도 영탑도 아니다. 오직 일념으로 오체투지를 하는 순례자들, 세상에서 가장 순박하게 미소를 짓는 티벳의 소녀들, 그리고 아기를 업은 업고 간절하게 기도를 드리는 젊은 엄마의 모습을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만남이다. 티벳 사람들의 생활은 기도 그 자체이다. 일하고, 먹고, 자는 시간을 빼놓고는 계속하여 기도를 하는 모양이다.

 

 

 

 

 

 

특별히 아기를 등에 업고 기도를 올리는 젊은 엄마의 모습은 참으로 거룩하게 보인다. 낡은 보자기로 등에 아기를 업은 엄마는 가는 곳마다 간절하게 기도를 올렸다. 엄마의 기도가 무엇인지는 알 필요가 없다. 아기는 그 엄마의 등에서 엄마가 기도하는 모습과 느낌,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불상을 볼 것이다.

 

 

 

 

 

우리는 타실룬포 사원에 나 있는 미로 같은 길을 걷고 또 걸었다. 이런 길에서는 길을 잃어도 즐겁다. 동굴 속처럼 생긴 미로 끝에서 한 줄기 빛이 들어왔다. 빼앗긴 나라에도 빛은 들어온다. 도대체 물리적으로 힘이 좀 세다고 남의 나라를 제멋대로 강탈하는 중국의 심보는 무엇일까? 사람이 체구가 크다고 행복할 수 없듯이 나라가 크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신이 있다면, 인과응보가 있다면, 왜 이런 세상을 그대로 두는 것일까? 키 큰 나무들이 키 작은 식물들과 함께 살아가듯이 힘이 센 나라도 힘이 약한 나라와 공존을 하며 살아가야 비로소 이 지구상의 평화는 온다. 중국은 각성을 해야 한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언젠가는 소멸하게 되어 있다. 도대체 언제까지 남의 자유를 짓밟고 온전하게 버틸 수 있을까?

 

 

 

 

 

 

 

 

 

타실훈포사에서 돌아온 우리는 창고 같은 게스트 하우스에서 샤워를 했다. 샤워를 하고나니 그대로 눈이 감겼다. 내일은 에베레스트를 향하여 출발해야 하는 긴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해발 4000m, 우리는 천상이 게스트 하우스에서 곤한 잠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티벳기행 여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