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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크 똥으로 불을 지펴 밥을 짓는 티벳 소녀-티벳기행

찰라777 2015. 6. 5. 07:00

야크 똥으로 불을 지피는 티벳 유목민 소녀

 

 

▲야크 똥으로 불을 지펴 밥을 짓는 유목민 소녀

 

 

다음날 티벳 파머스 게스트하우스는 한 방에 5인이 자는 도미토리다. 방값은 1인당 20위안이다. 워낙 피곤한지라 우리는 창고 같은 도미토리의 누에고치 같은 침실에서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아침 7, 하늘이 쾌청하다.

 

아내와 나는 마지막 남은 농심 신라면을 끓여 아침을 맛있게 먹었다. “라면을 마지막으로 다 먹고 나니 어쩐지 서운하네요.” 아내는 마지막 라면이 못내 아쉬운 모양이다. 티벳 오지에서 라면을 먹는 맛은 정말 꿀맛이다.

 

함께 지프를 탄 하선생과 양군은 시가체 성곽을 오르겠다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아내와 나는 휴식이 필요했다. 그냥 걸어 다니기만 해도 숨이 찬데 가파른 성곽을 올라간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따를 것 같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오늘은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로 가는 대장정이 이어지지 않는가?

 

 

▲시가체 성곽

 

 

라싸에서 산 샌들로 신발을 갈아 신으니 발이 한결 가볍다. 해발 4000m를 전후한 고지이지만 산을 오르지 않으면 놀랍게도 평평한 평지다. 평지이지만 숨이 차서 빨리 걸을 수 없다. 그저 느린 동작으로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녀야 한다.

 

하선생과 양군이 성곽을 다녀오는 동안 아내와 나는 점심때까지 편히 쉬다가 게스트 하우스 근처 툭빠로 가볍게 점심을 먹었다. 하선생은 나보다 10년 연하이고, 양군은 아직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젊은이다. 성곽을 올라갔던 그들이 내려오자 우리는 강피의 고물 랜드로버 지프에 올랐다.

 

시가체를 벗어나니 암갈색 산 밑에 놀랍게도 푸른 초원이 나타난다. 아마 보리나 밀을 심은 밭인 것 같다. 시가체란 뜻이 왜 뜻한 대로 이뤄지는 지고한 정원인지 이제야 이해가 간다. 그래서 시가체는 티벳 서남부의 농축산물 집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시가체 교외의 푸른 밀밭

 

 

그런데 운전사 깡빠(운전사의 이름이 彊巴旦增인데 우리는 그를 깡빠라고 불렀다)가 운전하는 지프가 심상치 않다. 자꾸만 엔진이 꺼진다. 그럴 때마다 깡빠는 본 네트를 열고 자동차를 수리를 했다.

 

깡빠, 괜찮겠어?”

노 프로블렘!”

 

그는 시종 일관 여유 있는 태도다. 어찌어찌해서 자동차는 다시 시동이 걸린다. 이 막막한 오지에서 자동차가 고장이 나면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 것 같다.

 

 

▲자꾸만 시동이 꺼지는 지프가 걱정이 된다.

 

 

유목민의 신기한 손 풍로

 

시가체를 출발한 지 3시간이 지나 우리는 어느 유목민 가족이 허허벌판에서 밥을 짓고 있는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가족은 유목민 부부와 소녀, 세 사람이다.

 

유목민은 돌을 쌓아올려 솥단지를 만들고, 마른 야크 똥으로 불을 지피고 있었다. 가죽주머니처럼 생긴 풍로가 신기했다. 가죽주머니를 풍선처럼 볼록하게 부풀린 다음, 가죽주머니 위를 막대로 막아 끈을 달아 놓았다. 그 끈을 엄지와 검지 사이에 줄을 끼고 오므렸다 폈다 하면 바람이 나왔다. 기가 막힌 손 풍로다.

 

 

▲가죽으로 만든 손 풍로

 

 

따시델렉!(안녕하세요) 이거 한 번 해보고 싶어요.”

 

풍로를 부치고 있는 소녀는 말 대신 미소를 지으며 손 풍로를 나에게 넘겨준다. 그러나 막상 작동을 해보니 잘 안 된다. 소녀는 웃으며 시범을 보여준다. 다시 소녀로부터 손 풍로를 넘겨받아 작동을 해보니 바람이 슝슝 나온다.

 

 

▲가죽 손풍로를 직접 불어보니 신기하게 바람이 슝슝 나온다.

 

 

평생 잊지 못할 티벳 유목민의 미소

 

보따리 몇 개, 주전자 하나, 냄비 하나가 살림의 전부다. 이렇게 간소한 살림이지만 그들은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도대체 이 허허벌판에서 어떻게 살아갈까? 우리네 같으면 걱정이 태산 같을 텐데, 그들의 표정은 무사태평하다.

 

 

 

 

우리는 그들에 비하면 가진 것이 너무 많다. 그러면서도 항상 불만과 불평 속에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지금 기진 것에 만족을 할 줄 안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 줄 것이다. 단순하게 살아가는 유목민들을 보자 문득 인도의 성자 나가르주나(龍樹)의 말이 떠올랐다.

 

그대가 언제나 만족해 있다면

그때는 설령 그대가 가진 모든

것을 도둑맞는다 해도

스스로를 가장 부자로 여기리라.

그러나 만족할 줄 모른다면

아무리 부자일지라도

그대는 그 돈의 노예일 뿐이다.”

 

 

▲신기하기만 한 손 풍로

 

 

내가 만일 지금 가진 것에 만족을 한다면 쓸데없는 것들을 얻으려고 애쓰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가지려는 행위에 따르는 괴로움과 그것을 얻지 못하는 실망이라는 두 가지 고통이 동시에 따르게 된다. 그러나 작은 욕망에는 만족이 뒤따른다.

 

티벳의 성자 밀라레빠는 굴속에서 쐐기풀을 먹으며 살았다고 하지 않는가?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쐐기풀로 간을 하고,

또 양념으로도 쐐기풀을 쓰네.”

 

 

▲아주 작은 것에도 만족을 할 줄 아는 티벳인의 미소

 

 

티벳을 여행하는 동안 아내와 나는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아는 티벳 사람들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사실 우리가 여행기간 동안 먹는 음식도 거의 보리빵 하나에 야크차 한잔, 혹은 뚝빠가 전부다. 우리 돈으로 치면 500~2000원 이내의 금액이다. 티벳의 순례자들처럼 오체투지는 하지 못하더라도 아내와 나는 힘든 고행 길을 하고 있었다. 이 길은 우리 생애에 가장 힘든 순례길이 될 것이다.

 

툭제체! 툭제체!(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칼레페(안녕이 가세요).”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는 티벳의 유목민 가족

 

 

우리는 유목민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다시 길을 떠났다. 손을 들고 흔들며 인사를 하는 티벳 유목민들의 미소가 하늘에 걸린다. 영원히 잊지 못할 정겨운 모습이다.

 

 

 

☞티벳기행 여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