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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빵~ 터지는 문인극 '하꼬대마을 사람들'

찰라777 2015. 8. 29. 14:08

실향민의 아픔을 담은 '하꼬대마을 사람들'

2015 광복 70주년, 분단 70년의 아픔을 담은 문인극

 

 

 

 

한여름 무더위가 지속되는 지난 7월 서정란 시인이 연극연습을 하고 있다고 카카오스토리에 올렸다. 무슨 연극이냐고 댓글로 물었더니 나중에 이야기를 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주에 연락이 왔다. 연극을 보러 오지않겠는냐고.

 

문인들이 모여서 광복 70주년, 분단 70년을 기념하는 실향민의 소재를 담은 '하꼬대마을 사람들'을 문학의 집에서 공연을 한다고 했다. 서부전선 최전방인 연천에 살고 있는 나는 그 귀한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서울로 향했다.

 

828일 오후 지하철 4호선 충무로 역에서 내려 문학의 집으로 가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다. 소낙비를 맞으며 남산 중턱에 자리 잡은 문학의 집에 도착하니 좁은 극장은 의외로 많은 사람들로 초 만원을 이루고 있었다. 막이 오를 시간이 되자 150석 규모의 객석이 관중들로 꽉 매워졌다 

 

 

 

 

 

 

 

 

 

출연진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송영학(연극배우)씨를 제외한 10명은 모두 시인, 소설가, 아동문학가, 수필가 등 나이 든 문인들이다. 한분순(시조시인), 안 영(소설가), 최금녀(시인), 홍성훈(아동문학가), 윤 효(시인), 백시종(소설가), 권남희(수필가), 김숙희(시조시인), 엄기원(아동문학가), 서정란(시인) 등 한결같이 60대를 전후한 문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막이 오르자 흑백 화면에 철마가 달려가고 여중생 한소원이 홀로 소주를 마시고 있는 아버지 앞에 등장한다. 소녀의 아버지는 하꼬대마을 철마상회 주인이다. 소녀는 아버지에게 술을 그만 마시고 태풍으로 떨어진 간판을 달라고 한다. 70대의 시조시인이 10대의 여중생으로 분장하여 40대의 연극배우 송영학 앞에서 애교를 부리자 청중들이 모두 폭소를 자아냈다.

   

'하꼬대마을'은 실향민들이 모여 사는 가상의 마을이다. 그들은 통일이 될 날을 학수고대하며 경의선 선로가 보이는 하꼬대마을에서 살고 있다. 철마상회 주인 경갑은 사리원이 고향인 아버지의 꿈을 이루기 위해 기관사가 되었지만,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아내와 사별하자 딸 소원이와 함께 통일이 되는 그날을 기다리며 서로 의지하고 하꼬대마을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하꼬대마을은 도시개발에 밀려 철거명령이 떨어져 철거를 하게 된다. 정든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는 어느 날 실향민들이 모여 각자 가슴에 응어리로 남아있는 실향의 아픔을 나누며 떠나갈 준비를 한다. 소박하게 꾸며진 소극장에서 시종 진지하게 연기를 펼치는 문인들의 연기는 전쟁으로 분단된 70년의 아픔을 떠올리게 한다.

 

 

'하꼬대마을 사람들'은 극작가 전옥주 씨가 쓴 단막극이다. 작가의 남편은 평양이 고향인 실향민이라고 한다. 그는 1950년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친구와 함께 서울 여행을 왔다가 14후퇴로 돌아가지 못했다고 한다. 전 씨는 1984년 이산가족찾기 생방송을 보고 남편과 실향민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 실향민을 소재로 희곡을 써야겠다고 생각을 하게되었다고 한다.

 

 

 

그 후 20년 이 지난 2004년 전옥주 씨는 상상 속 실향민들이 살고 있는 '하꼬대마을 사람들'을 발표했다. 이 작품이 발표되고 얼마 되지 않아 그녀의 남편은 하늘나라로 떠났고, 광복 70주년, 분단 70년인 올해 '하꼬대마을 사람들'은 문인들이 출연하는 문인극으로 공연을 하게 되었다.

연극은 실향민들의 넉두리와 애틋한 사연으로 슬픈 듯 하면서도 곳곳에 유머와 풍자가 숨어 있어 킥킥거리는 웃음을 유도한다. 특히 70대의 안 영 소설가가 홀애비가 된 주인공 경갑과 함께 한 방에서 살자고 조르자 자꾸만 이리저리 피하며 질겁을 하는 연기에 관객들은 킥킥거리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관객들은 극중 인물과 실제  인물 사이의 나이 차이(거의 30년)괴리를 상상하면서 폭소를 금치 못한다.

 

연극이 이래서 좋은가 보다. 70대의 노인이 10대의 소녀로 둔갑을 하는가 하면 40대의 젊은 과부로 변하기도 하니 말이다. 출연자들도 자신의 모습이 우서운 듯 웃음을 빵 터트리곤 했다.

 

김후란 시인이 기획하고, 임선빈 씨가 연출한 '하꼬대마을 사람들'50여분 정도의 짧은 단막극이다. 그러나 이 단막극 속에는 분단 70년의 아픈 과거가 녹아있고 조국통일을 염원하는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또한 무더운 한여름에 땀방울을 흘리며 진지하게 연습을 한 문인들의 열정과 소박한 연기도 돋보인다.

 

☞ 덧붙이는 글 | 하꼬대마을 사람들 공연정보

 

-일시 : 828() 19, 829() 1530/18)

-장소 : 문학의 집서울 중앙홀(중구 퇴계로 2665, 전화 (02)778-1026~7

-입장료 : 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