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156]퍼즐조각처럼 정교한 '12각의 돌'

찰라777 2006. 12. 4. 03:59

 

'면도날 하나도 통하지 않는다'

 

 

▲"면도날 하나도 통하지 않는다'는 잉카의 12각 돌-쿠스코

 


 

100년 동안 건축한 대성당


쿠스코의 중심은 아르마스 광장이다. 잉카시대부터 배꼽 중에서도 중추신경 역할을 했던 장소는 에스파냐가 정복을 하고나서 잉카의 비라코차(창조의 신) 신전을 허물고 대성당을 세웠다. 1560년부터 건축을 하기 시작하여 무려 100년이란 세월이 지난 다음에 완성된 대성당은 지나간 세월을 말해 주고 있다. 그 육중한 외관을 바라보며 문을 들어서니 내부는 의외로 매우 섬세하게 느껴진다.


“저게 은 300톤을 들여 만든 제단이라는 구먼.”
“제단을 순 은으로 바르다니…”
“그런데 이곳의 그리스도상은 갈색이네.”
“원주민이 갈색이니 예수님도 원주민을 닮은 걸까요?”


벽에는 수없이 많은 종교화가 걸려있다. 그 중에서 화가 마르코스 사파타가 그린 ‘최후의 만찬’이 눈에 띤다. 다빈치의 그림과 상당히 비슷한 모습이다. 지붕에는 남미에서 가장 크다는 종이 걸려 있는데, 그 깊은 울림은 40km를 넘게 멀리 울려 퍼져 나간다고 한다.

성당 앞으로 나오니 원색의 페루 전통의상을 입은 원주민 여인네들이 “우나 포또! 운 솔!(사진 한 장에 1솔!)”을 외치며 손짓을 한다. 검고 긴 머리를 색색의 끈으로 묶어 두 갈래 세 갈래로 정갈하게 쫑쫑 딴 모습이 이채롭다. 모델을 서 주고 1솔을 받는 원주민이 가련하게 보인다.  

 

광장 남쪽에 라 콤파니아 La Compania 성당내부는 섬세한 나무 조각들과 바로양식의 열주가 아름답다. 역시 마르코스 사파타가 그렸다는 벽화가 장식되어 있다. 라 콤파니아를 나와 모퉁이로 돌아서면 양쪽으로 길게 이어진 잉카의 돌담이 나온다. 잉카후기에 세워진 돌담이라는데 그 견고함이 장난이 아니다. “면도날 하나도 통하지 않는다!” 라는 평판답게 잉카의 석재 건축술은 과연 놀랍다.


“정말 한 치의 여백도 없군요.”
“그래서 지진에도 무너지지 않았다는 군. 현대식건물은 다 무너지고 마는데…”

  

 

퍼즐처럼 정교한 ‘12각의 돌’

 

 

 "우나 포토! 원 솔!(사진 한 장 1솔)"을 외치며 모델료와 기념품을 파는

쿠스코의 원주민 소녀들. 12각의 돌 앞에서


쿠스코에서 가장 유명한 잉카의 벽은 아툰루미욕Hatunrumiyoc 골목길이다. 마치 퍼즐조각으로 끼어 맞춘 듯 촘촘히 짜 맞춘 돌들의 모습은 아름다운 하나의 조각품을 보는 것 같다. 크고 작은 돌들이 다양한 각도로 서로 맞물려 한 치의 틈도 없이 완벽하게 짜여 있는 돌 벽은 하나의 예술품이다!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것은 종교예술박관을 지탱하는 잉카의 초석 중 ‘12각의 돌’이다. 건축에 문외한인 나의 눈으로 보았을 때에는 12각인지 13각인지 분간이 잘 안 된다. 그러나 작은 각까지 잘 세워 보면 12각인것 같기도 하다.  지름이 115m나 되는 돌 하나를 12각으로 다듬어 사방으로 종이 한 장 들어 갈 틈이 없이 물려놓은 건축술은 놀랍기만 하다. 12각은 잉카의 달력을 나타내는 것이라니 돌 하나하나에도 잉카의 영혼과 오묘한 진리가 숨어 있다.

 

1950년도에 강진이 일어났을 때에도 에스파냐 인들이 지은 건물은 다 허물어져 내리고 말았는데, 잉카인들이 올려 쌓은 담벼락은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굳건하게 버티고 있었다고 한다.

 

잉카인들은 지진에 대비해서 담을 쌓을 때에 안쪽으로 조금씩 좁혀가면서 견고하게 담을 쌓았다. 한 건물에는 한 곳에서 채취한 돌과 같은 종류의 색깔을 사용하였고, 아래쪽은 큰 돌을, 높이 올라 갈수록 작은 돌을 사용했다. 돌 사이에 접착재료를 쓰는 일도 없는 그들만의 독특한 내진 설계 법을 그들은 오랜 전부터 알고 있었다.

 

 

 황금 신전 코리칸차

 

 ▲태양의 신전 코리칸차. 지금은 산토도밍고 교회로 변했다.

 

 

아르마스 광장에서 태양의 거리 Av Sol를 따라가다 보면 산토도밍고 교회가 나온다. 이 성당은 원래 잉카의 ‘태양의 신전’인 코리칸차Qoricancha 터였는데, 정복자들이 이를 허물고 그 위에 지은 건물이다.


정복자는 맨 처음 이 건물을 발견하였을 때 흥분으로 숨을 집어 삼켜야 했다. 건물 벽에 20cm이상의 금띠가 붙여져 있었던 것.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안으로 들어가니 꿈같은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당시 건물 광장에 금으로 만든 샘에서는 물이 흐르고, 금돌로 깔아 놓은 밭에는 옥수수가 심어져 있었다. 금으로 만든 인간상, 금으로 덮여 있는 태양의 제단, 금으로 만든 태양상이 휘황찬란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잉카제국의 전성기에 지붕은 1장에 2kg이 나가는 700장의 순금기와가 덮여있었다. 신전 전체가 황금으로 번쩍번쩍 빛나고 있었던 것. 그래서 정복자들은 그 찬란한 광경을 보고 태양이 흘러내리는 눈물이라고 불렀다.

 

황금에 눈이 뒤집힌 정복자들은 신전에서 탐나는 모든 것을 빼앗은 후 건물 상부를 부수고 그 위에 교회를 지었다. 그러나 대지진이 일어나자 그들이 지었던 교회건물은 무참하게 무너지고 오직 잉카의 석조토대만이 한 치의 뒤틀림도 없이 남아있었다.

 

신전 안은 광장을 둘러싸고 태양, 달, 무지개, 별 등의 방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잉카인들은 태양을 비롯하여 우주의 항성과 천둥, 번개를 숭배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태양의 눈물이 찬란하게 흘러내린다는 황금 도시 쿠스코. 수레바퀴와 마차도, 쇠나 강철도 없이 어떻게 저 무거운 돌들을 운반하여 이토록 아름다운 건축을 하였을까? 이 수수깨끼 같은 의문은 ‘태양의 축제’ 인티라미 inti ramay가 열리는 삭사이와망에 도달하여 더욱 큰 의심덩어리로 나그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쿠스코 중심가. 빨간색으로 표시된 지역이 대성당, 12각의 돌, 코리칸차가 있는 곳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