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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섹시한 쿠스코의 스페인어 선생

찰라777 2006. 12. 29. 11:20

 

섹시한 쿠스코의 스페인어 선생

 

 

 

 

삭사이와망에서 호스텔로 돌아와 2층 숙소로 들어가니 복도에 안경을 쓴 남자가 혼자 앉아 열심히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있다. 수염을 기른 것으로 보아 일본 사람 같기도 한데....

저녁식사는 엘 톨도 El Toldo라는 페루 음식을 시켜 먹었는데 별로 맛이 없다.


음식을 거의 다 먹어 갈 무렵 날씬한 몸매의 아가씨가 들어온다. 그녀는 문을 들어서면서 “올라”라고 인사를 한다. 웃는 얼굴이다. 편안하다. “올라” 하고 내가 인사를 받자 스페인어를 할 줄 아느냐고 묻는다. 내가 전혀 모른다고 대답을 하자 그녀는 스페인어를 가르치는 선생이라고 한다. 이곳에 스페인어를 가르치러 왔다는 것.

 

 

 


내가 그녀에게 사진을 한 장 찍어도 좋으냐고 물으니 기꺼이 포즈를 추해준다. 이렇다 할 미인은 아니지만 요염 한 자태다. 사과처럼 볼그레한 볼을 가진 그녀는 사과를 들고 나랑 함께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한다. 그녀는 ‘이둔’의 사과처럼 보인다. 이둔은 북유럽의 신화에 나오는 여신으로 그녀가 준 사과를 먹으면 늙지 않는다는 숲속의 요정이다.


생각 같아서는 이 스페인어 선생한테서 몇 달 스페인어를 배워 남미를 제대로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스페인어 선생과 함께 앉아 사진을 찍는 내 모습이 어쩐지 어설프다. 사진을 보아도 역시 내 모습은 어설프게만 보인다.

 

조금 있으니 2층에서 일본인처럼 생긴 청년이 내려온다. 수염을 어설프게 긴 그 사람. 아마, 스페인어 선생과 앉아있는 내 모습이 어설프게 보였으리라. 여행은 이렇게 어설픈 사람들이 다니는 모양이다. 그는 이 멋지게 생긴 스페인어 선생한테 스페인어를 배우는 모양이다.

 

 

 


내가 그에게 영어로 인사를 하자 그는 의외로 한국말로 인사를 한다. 어쩐지 한국인 냄새가 좀 나더라. 미스터리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한국에서 감정사로 일을 하고 있는데 1년간 세계일주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란다. 하여간 반갑다. 나이가 좀 들어 보이긴 한데 싱글이란다. 화려한 싱글!

 

이곳에 머무는 동안 스페인어와 살사 춤을 배운단다. 살사는 호스텔 종업원한테 배우고 있단다. 오늘 저녁 원주민들이 드나드는 살사 댄스홀에 실습을 가는데 함께 가지 않겠느냐고 제의를 한다. 재미있는 분이다.


이군을 따라 살사 댄스홀로 갔다. 순진하게 생긴 호스텔 여종업원과 함께. 지하에 있는 댄스홀은 어둡고 시끄럽다 . 원주민들이 맥주를 한잔 시켜놓고 밤새 춤을 추는 곳이란다. 담배연기가 자욱하고 어둡다. 밤이 깊어지자 점점 더 많은 원주민들이 몰려든다. 이군은 호스텔 아가씨와 함께 무대로 나가 춤을 추는데 역시 어설프다. 그래도 그는 마냥 즐거운지 싱글벙글 이다.


“아휴, 이 담배 냄새. 그만 나가고 싶어요.”
“당신에겐 맞지 않는 장소겠지. 이군이 자리로 오면 나가자고.”


원주민 남녀들이 함께 어울려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춘다. 그런데 그 춤을 바라보는 나는 혼란스럽다. 저게 맘보도 아니고, 차차차도 아니고…

 

 

 


살사Salsa는 원래 쿠바가 원조다. 1940년대에 ‘차랑고’ 등의 무도반주음악 연주 양식과, 볼레로, 맘보, 차차차 등의 리듬 요소를 짬뽕하여 탄생된 음악이 살사다. 쿠바의 음악이 뉴욕으로 진출하고, 빅밴드에 의한 스윙, 재즈를 섞어 ‘라틴재즈’로 발전되었다. 그리고 거기에 남미의 음악적 요소를 가미해서 탄생 한 것이 오늘의 ‘살사’란다. 남미의 원주민 혼혈인들만큼이나 복잡하다.


이군이 숨을 몰아쉬며 테이블로 온다. 역시 싱글벙글. 여행을 제대로 만끽 할 줄 아는 사나이다. 그는 함께 온 호스텔 아가씨, 아니 살사 선생과 함께 건배를 한다. 우리도 그들과 함께 잉카의 맥주를 한잔 마시고 먼저 나왔다.

 

층계를 올라오는 데 역시 숨이 차다. 밖으로 나오니 밤하늘엔 별이 총총 떠 있다.

뭔가 신성한 기운을 느끼게 하는 쿠스코!

내일은 ‘잉카의 성스러운 계곡’을 순례하기로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