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168]아아, 마추픽추!

찰라777 2007. 2. 10. 03:18

까미노 델 잉카(5)

 

아아, 마추픽추!

  

 

 

 

 

 

 

 

다음날 새벽 4시. 위나이와이나는 벌써 일어난 트레킹 객들로 웅성거린다. 4시 반에 빵과 우유로 간단한 식사를 하고 5시에 어두운 길을 나선다. 정글은 어둠과 침묵에 잠겨있고 멀리 계곡 밑에는 희미한 불빛이 어두운 바다의 등대처럼 깜빡거린다.

 

사람들은 저마다 손에 랜턴을 들고 말없이 산을 오른다. 산등성이에는 안개가 자욱이 끼어 있다. 잉카의 눈물이라는 안개… 안개 때문에 여명은 쉽게 벗겨지지를 않는다. 오로지 앞사람을 따라 좁은 길을 걸어갈 뿐이다. 간간히 새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나 발자국 소리에 새들이 울음소리가 멎어버리고 만다. 인간은 동물들의 적이다.

 

사람들의 마음속엔 저마다 마추픽추의 멋진 일출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안개는 마추픽추로 들어가는 마지막 입구인 ‘인티푼쿠Intipunku(태양의 문)에 들어 설 때까지 벗어지지 않고 더욱 짙게 드리워진다. 인티푼쿠는 해발 2700m의 고지다.

 

멀리 베로니카 산에는 이미 태양이 솟아올랐건만 안개 때문에 눈 덮인 산 정상들이 숨바꼭질을 하듯 구름과 안개 속에서 사라졌다가 나타나곤 한다. 그러나 안개에 싸인 산들이 더욱 신비하게만 보인다. 맑은 날이면 잃어버린 공중 도시 마추픽추가 한눈에 보일 텐데… 그 멋진 경관을 보는 것이 물 건너 가버린 것은 아닌가?

 

“오늘은 안개가 쉽게 벗어질 것 같지 않습니다. 앞으로 20여분 정도 기다리다가 안개가 벗어지지 않으면 일정 때문에 마추픽추로 내려가도록 하겠습니다.”
“아니야, 우린 안개가 벗어질 때까지 기다릴 거야.”
“우리도 함께 기다리겠소.”

 

사람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하며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리겠다고 한다. 우아이나픽추 Huaina Picchu(젊은 봉우리)가 안개 속에 가려졌다가 나타났다가를 반복한다. 안개는 유적을 휘감아 돌고 있다. 보일 듯 말듯 하면서도 끝내 속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마추픽추. 속이 탄다.

 

“여보, 여기 선 크림을 바르면서 기다려요.”
“해가 뜨지도 않았는데?”
“원래 안개가 낀 날은 무덥고 햇볕이 더욱 뜨겁거든요.”
 
아내가 선크림을 잔뜩 묻혀서 나에게 준다. 얼떨결에 선크림을 받아 얼굴에 바르고 있는데 마리노가 나를 보고 죽는다고 깔깔거리며 웃는다. 다른 일행들도 우리를 보고 함께 웃는다. 왜 웃느냐고 물었더니 사진을 한방 찍어 주겠단다. 그에게 카메라를 건네준다. 디카에 비친 네 모습이 내가 보아도 웃음이 절로 난다. 온 얼굴에 안개처럼 하얀 선크림 투성이다.

 

“이거 정말 안개귀신이 되어버렸군. 하하”
“그러니 골고루 잘 문질러야지요.”

 

인티푼구 언덕에 앉은 사람들은 여전히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 때 포터 한명이 피리를 불기 시작한다. 그러자 또 한명의 포터가 피리를 꺼내어 분다. 애잔한 피리 소리가 안개 속을 뚫고 메아리치며 마추픽추에 울려 퍼진다. 안개가 벗어지기를 안데스의 신들에게 간절히 기원을 드리고 있는 중이란다. 두어라 해 뜨면 안개 아니 걷히리….

  “와! 마추픽추다!”


“와우, 뷰티풀!”
“오! 마추픽추! 어메이징!”
“안개의 베일에서 모습을 드러내니 더욱 신비해!”
“기다리길 잘했지?”

 

포터의 기도가 적중한 것일까? 일순간에 산정은 안개가 걷히더니 마추픽추가 신비한 비경이 눈 앞 가득히 펼쳐진다. 오전 8시다. 이 순간만큼은 포터의 피리소리가 마법의 피리처럼 보인다! 아아, 마추픽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