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170]마추픽추에 눕다!

찰라777 2007. 2. 13. 01:04
LONG 글의 나머지 부분을 쓰시면 됩니다. ARTICLE

잃어버린 공중도시, 마추픽추(2)

 

마추픽추에 눕다!

 

파이 서비스가 종료되어
더이상 콘텐츠를 노출 할 수 없습니다.

자세히보기

▲영원히 잊지 못할 마추픽추의 추억!

 

 

▲안개속에서 베일을 벗고 있는 마추픽추 전경 

 

 

늙은 잉카를 만나다

 

어네스토는 배낭을 모두 유적 밖의 버스정류소가 있는 짐 보관소에 맡겨두게 한다. 성스러운 유적을 방문하는데 아무 짐이나 함부로 가지고 가면 안 된다는 것. 마치 박물관에 들어갈 때 짐을 맡기는 거와 같다.

 

계단식 밭을 따라가면 유적 입구가 나오고 곧 초가지붕이 얹혀 있는 ‘오두막 전망대’에 이른다. 거기서 어네스토는 유적지 근무하는 가이드를 소개 한다. 현지 가이드는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데 웃으면 온 얼굴이 주름투성이가 되어 마치 마추픽추를 연상케 하는 '늙은 봉우리'를 연상케 한다. 마추픽추=늙은 봉우리=늙은 잉카. 그의 얼굴에서 마추픽추와 함께 늙어온 세월이 엿 보인다.

 

“저는 오랜세월 동안 마추픽추와 함께 하여 왔습니다. 오늘 여러분을 마추픽추로 안내하게 됨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자, 이 오두막 전망대에서 마추픽추를 바라보는 정경이 가장 좋습니다. 따라서 전체를 조망하는 사진 촬영하기에도 좋은 곳이니 지금 사진들을 찍으시지요.”

 

그를 만나는 순간 나는 먼 과거의 잉카시대로 돌아가 버린다. 일종의 채면상태에 걸려든듯 나는 그 늙은 잉카에 매료되고 만다. 그는 가만가만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굵은 바리톤 음성은 옛 잉카가 다시 부활하여 들려주는 먼 옛날이야기처럼 들린다. 때문에 그의 낮은 목소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더욱 바짝 그의 곁으로 다가가야만 한다. 가끔씩 침묵을 하면서 느리게 말하는 영어발음은 너무 또렷하여 영어에 서투른 내가 알아듣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오두막 전망대와 마추피기추로 들어가는 입구

 

 

끝없이 펼쳐진 계단식 밭….


“잉카는 계단식 밭을 만드는데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했지요. 마추픽추로 연결되는 잉카의 길에는 1만 여명 정도의 사람들이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이 높은 산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그래서 경사면에 밭을 만드는 석축기술을 발전시켰고, 잉카인들은 이 밭에 옥수수, 감자, 코카 등 200여종의 작물을 생산하였지요.”

 

잉카의 후예는 눈을 들어 끝없이 펼쳐져 있는 거대한 계단식 밭을 잠시 바라본다. 몇 천 명이나 되는 잉카인들이 계단식 밭에서 일을 하는 모습은 과히 장관이었을 것이다. 우루밤바 강에서 마추픽추까지 가능한 곳에는 모두 계단식 밭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건너다  보이는 우아이나픽추의 가파른 절벽에도 밭이 있을 정도다.

 

“스페인 군은 결코 이 마추픽추를 발견하지 못했지요. 그만큼 이곳은 천혜의 자연조건으로 완벽하게 감추어진 도시였어요. 그 증거로 마추픽추가 빙엄에 의해 발견 된 이후 100여 년 동안 수백 번의 탐사를 했지만, 스페인 문화의 흔적이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콜로니얼 주거지의 특징인 빨간 지붕 기와 쪼가리나 그릇 조각 하나 발견되지 않았거든요. 그만큼 마추픽추는 정글속 보이지 않는 공중에 그 누구의 눈에도 띠지 않게 건설되었습니다.”

 

그는 여전히 낮은 음성으로 천천히 마추픽추에 대한 역사를 말한다. 별로 표정도 없다. 그러나 어떤 범상한 기상이 말을 하는 표정 속에 지나간다. 잉카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흐르는 얼굴이다.

 

▲마추픽추에 펼쳐진 계단식 밭

 

 

수로와 태양신의 쳐녀들…


계단식 밭의 끝을 지나면 잉카의 시가지가 나온다. 시가지엔 꼬리를 물고 이어진 수로가 흘러 떨어져 ‘양수장’을 이루고 있다. 물은 산위에서 도랑을 타고 흘러 내려온다. 돌뿐인 산에서 어떻게 이런 물이 흘러 내려올까? 잉카가 대제국으로 발전 하는 또 하나의 비밀은 관개용수로의 개발이다.

 

물은 잉카에 있어서 생명이나 다름없었다. 이곳의 수로는 잉카 이전 ‘프레 잉카’시대부터 이미 만들어 졌지만, 잉카는 이를 더욱 확대하여 거미줄처럼 수로를 펼쳐 나갔다. 이 유적에만도 물을 저장하는 양수장이 17군데나 있고 유적 전체 구석구석에 수로가 연결되어 있다.  

 

▲마추픽추의 관개수로는 곳곳에 거미줄처럼 깔려있다.

 

잉카는 오래전부터 이 사이펀siphon의 원리(굽어진 유리관을 한 쪽 입구를 물속에 넣고 다른 쪽의 입구를 빨아 일단 용기 위를 넘게 하면 나중에는 저절로 물이 흘러내리게 하는 원리)를 알고 있었다. 물을 퍼 올리는 이 원리를 이용해 돌에 고랑을 파내고 지하용 수로를 만들거나, 나무를 도려내어 관을 만드는 기술을 그들은 이미 터득하고 있었다.

 

“이 욕조에서 왕녀들이 목욕을 했지요. 이는 일종의 의식용 욕조로 매우 복잡한 구조를 이루고 있어요. 왕녀들이 나체로 목욕을 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면 재미있을 것입니다.”
 
노인은 그렇게 말하며 노란 이를 드러내면서 비시시 웃는다. 양수장 밑에는 왕녀들이 목욕을 했다는 욕조가 있다. 여러 개의 욕조들이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다. 태양신에게 바치는 어떤 의식이 행해질 때 여인들은 이곳에서 먼저 몸을 깨끗이 하기 위해 목욕재개를 하였을 것이다.

 

“전설에 따르면 마추픽추는 태양신의 처녀들, 즉 ‘아크야’를 위해 지은 것이라고도 하지요. 1560년 칼란차라는 신부의 기록에 의하면 두 명의 아우구스티노회 수도사가 잉카인에게 초대를 받고 빌카밤바로 갔는데, 수도사들은 순결성을 위협받는 시험을 받아야 했습니다. 잉카가 밤마다 숙소로 여인들을 보내 그들을 유혹했던 것이지요. 이곳에서 발굴된 유골의 80%가 여자들의 유골인 점을 들어 빙엄 역시 이곳이 태양의 처녀들을 위하여 지은 도시라고 기록하고 있지요.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 마추픽추가 아크야를 위한 주거지였다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태양신전과 능묘…

 

▲태양신전


수로를 타고 내려가니 둥그런 반원형의 건물이 보인다. 부드럽게 경사가 지고 약간 둥근 외벽은 쿠스코의 태양사원과 닮아있다. 태양신전이다. 활처럼 자연스럽게 굽은 외벽은 또 하나의 외벽으로 이어져 있다. 특별히 고운 화강암 마름돌만을 골라 매우 정성들여 맞춘 벽은 최고 장인의 작품임에 틀림없다.

 

물 흐르는 듯한 선, 균형 잡힌 배열, 가로줄의 점진적인 변화가 서로 결합되면서 놀라운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유럽의 그 어떤 대리석 사원보다 훨씬 부드럽고 자연미가 넘치는 미를 함축하고 있다.

 

모르타르를 쓰지 않은 덕분에 마름돌 사이에 보기 흉한 부분이 하나도 없다. 돌들이 마치 서로 맞물리기 위해 자란 것처럼 물림이 빈틈없이 정교하다. 지금까지 내가 보아왔던 석조 건축들-웅장한 로마의 건축물, 아름다운 인도의 타지마할, 불가사의한 피라미드 등과는 구별되는 세계최고의 석조 건축물임에 틀림없다.

 

세계의 어는 문명에서도 이렇게 거대한 바위들을 그토록 완벽하게 조립한 것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큰 바위들을 바퀴나 도르래도 없이 어떻게 옮기고 들어 올렸는지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다. 숨이 멎을 것만 같다.

 

입구 아래쪽에는 둥근 구멍이 몇 개 나있으며 돌 안을 빙글빙글 돌아서 안쪽으로 빠진다. 빙엄은 이것을 ‘독사의 통로’라고 불렀다. 구멍은 돌 속에서 날카롭게 굴절하여 반대쪽으로 떨어지게 되어 있다. 여기에 돌을 넣으면 빙글빙글 돌아 반대쪽으로 떨어진다고 노인은 말한다. 그러나 지금은 넣을 수가 없단다. 돌이 막힐 수도 있으므로 금지되어 있다는 것.

 

▲왕의 능묘

 

태양신전 밑에는 여러 개의 제단들이 만들어져 있다. 이곳에서 미라들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왕의 무덤’이라고 부른다. 암석에 비스듬히 반쯤 막힌 삼각형의 석실이 있고, 중앙에  돌기물이 묘석처럼 나와 있다. 벽에 있는 움푹 곳에 미라를 모셨고, 2단의 커다란 제단에는 공물을 놓아둔 것이리라.

 

 

신성한 광장과 세 개의 창문이 있는 궁전…


태양신전 옆으로는 2층으로 된 왕녀의 궁전이 연결된다. 왕녀의 궁전으로 돌아 들어가는 곳에는 문 양쪽에는 구멍이 뚫려 있다. 내가 양손을 넣으며 사형을 집행한 곳이 아니야는 흉내를 냈더니 노인은 빙그레 웃으며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실은 문을 설치 하기위한 구멍이라고 말한다.

 

▲신성한 광장

 

 

좁은 계단과 통로를 따라 걷는 느낌은 마치 마법의 성을 걷는 기분이다. 마법에 홀린 듯 계단을 타고 올라가니 완만한 지대가 나온다. 아름다운 백색 화강암은 어른들의 키보다 더 큰 거석들로 이루어져 있다. 신성한 광장 La plaza Sagada이다. 신성한 광장은 ‘신관의 집’, ‘세 개의 창문이 있는 신전’, ‘주신전’ 등로 둘러 싸여 있다. 말 그대로 신성한 곳이다.

 

광장의 동쪽에는 3개의 창문이 있는 신전이 있다. 이것은 잉카의 유적 가운데 매우 독특한 것이다. 세 개의 유별나게 큰 창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창문 사이로 잉카의 계단식 밭이 찬란하게 보인다. 문이 너무 커서 실용성은 없어 보인다. 아마 특별한 의미를 가진 의식용 구조물이리라.

 

“페루의 고사에 의하면 최초의 잉카인 망코는 ‘내가 태어난 곳에 세 개의 창이 있는 석조 벽을 세우라’고 명령을 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곳이 최초 잉카의 탄생지가 되는 샘인데 확실한 증거는 없습니다. 잉카의 발상에 관한 전설은 탐푸토코라고 하는 3개의 구멍에서 8명의 형제자매가 솟아나오고, 그중 한 명이 제1대 황제 망코 카팍이 되어 쿠스코에서 잉카제국의 기초를 세웠다고 설이 전해지기도 하지만 이 역시 확실한 증거는 없습니다.”

 

전설은 수많은 가설을 낳고, 가설은 모험심 많고 의구심이 깊은 익스풀로러Explorer들에 의해 현실로 증명되기도 한다. 잉카의 마법에 걸린 듯 세 개의 창문 사이로 밖을 내다보니 병풍처럼 둘러싸인 천혜의 절벽을 이룬 안데스의 계곡 사이로 우루밤바 강이 아득히 바라보인다. 그 놀라운 경치를 한 동안 바라보노라니 가벼운 현기증이 일어난다.

 

 

인티우아타나-태양을 끌어당기는 자리…

 

▲마추픽추 정상에 있는 태양을 끌어 매어두었다는 인티우아타나.


그곳에서 한 계단 더 올라가니 유적에서 가장 높은 곳에 말뚝을 박아 놓은 듯한 석조물이 나온다. 인티우아타나 Inti Huatana라는 해시계다.

 

“이것은 해시계역할도 했지만, 12월 21일, 태양이 기울면서 인간을 버리려고 하는 것 같은  동지가 오면, 사제는 천체가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태양을 돌에 붙들어 매는 의식을 이곳에서 진행했지요.”

 

높이 1.8m의 큰 돌을 깎아서 만든 해시계는 가운데 돌출한 각주가 36cm로 유적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인티라이미(동지)때 태양이 돌다가 각주의 모서리에 연결한 대각선을 통과한다. 각주의 모서리는 동서남북을 가리키고 있다.

 

인티우아타나를 내려와 뒤쪽으로 가면 바위들이 무더기로 있다. 채석장으로 쓰였던 이곳은 돌을 쪼개다만 거석이 하나 놓여 있다.

 

▲석축을 하기위해 쪼개다 만 거석 덩이들

 

 

“잉카인들은 거대한 바위에 결을 따라 틈을 내고 나무로 만든 쐐기를 박아 물을 흘려 넣어 나무가 부풀어 올라오면 바위가 서서히 쪼개지는 방법을 써서 거개한 바위들을 쪼갰지요.”

 

철기를 쓸 줄 몰랐던 당시에  나무나 돌 같은 단순한 도구를 이용하여 어떻게 이렇게 치밀하고 완벽하게 돌을 다듬었는지 신기에 가까운 그들의 기술에 혀가 차질 뿐이다. 

 

 

우아이나픽추-젊은 봉우리…

 

▲하늘로 분기탱천하는 젊은 봉우리, 우아이나 픽추


우리는 다시 인티우아타나를 지나 젊은 봉우리 쪽를 향해 언덕을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광장에는 야마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평화롭다. 마추픽추 배후에 우뚝 솟아있는 우아이나 픽추는 ‘젊은 봉우리’라는 의미답게 힘차게 하늘로 분기탱천하고 있다. 무언가 힘을 솟아나게 하는 기운이 서려 있다.

 

어떤 여성은 이 힘찬 젊은 봉우리를 보고 있노라면 성욕을 느끼기도 노인은 한다고 귀띰을 하며 비시시 웃는다. 그러고 보니 하늘로 치솟아 오른 봉우리가 마치 탱탱하게 발기된 남근처럼 보이기도 한다.

 

“조금 있다가 자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그 때 희망자는 이 젊은 봉우리를 올라갈 수 있습니다. 왕복 2시간 정도 걸리는데 길이 가파르고 위험함으로 아주 조심을 해야 합니다.”

“여보, 나 저 봉우리에 올라가고 말거에요!”
“……”

 

새로운 곳에 대한 의지가 불타고 있는 아내를 나는 물끄러미 바라본다. 물론 죽을 힘을 다하여 올라가면 정상에 설 수는 있겠지만, 이틀간의 트레킹과 오늘 돌아본 유적지에서만도 우린 많은 힘을 이미 소모하여 급경사의 가파른 젊은 봉우리를 오르기에는 아무래도 무리다. 내가 오르기에 힘들 정도인데… 사실 나는 아까부터 대광장의 나무 그늘아래 누워 쉬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우아이나픽추로 가는 입구에는 초가지붕을 한 건물이 있고, 그 옆으로 고사된 나무가 한그루 서 있다. 바로 그 뒤에 사립문 같은 문이 있고 입구 오두막에서 이름을 쓰고 올라간다.   이름을 적는 것은 예기치 못한 사고에 대비한 것이란다. 정상은 매우 좁고 의자처럼 생긴 큰 돌이 있다고 한다. 봉우리에서는 앞쪽의 달의 신전으로 가는 길이 있는데 현재는 통행금지라고 노인은 전한다.

 

 

콘도르의 신전에서…

 

▲콘도르를 상징하는 돌 조각


노인은 우리들을 입구가 3개인 귀족거주 지구를 지나 콘도르의 신전으로 안내한다. 3개의 입구가 있는 집에는 직경 60cm 정도 되는 둥근 돌 두 개가 나란히 있다. 돌절구로 사용한 것이라고 한다. 귀족의 거주 지역에서 밖으로 나와 올라가는 계단은 마치 미로와 같다. 마추픽추에는 109개의 계단들이 있다고 하는데, 지금 올라가는 이 계단은 특히 아름답다. 계단을 따라 걸어가는 아내의 모습이 먼 잉카의 과거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여인처럼 보인다.

 

계단 밑으로 내려가니 기술자의 거주지역이 나오고, 서민의 거주 지역으로 연결된다. 하급계층일수록 점점 아래쪽에 거주지를 두고 있다. 그 사이에는 ‘콘도르의 신전’이 있다. 잉카의 상징인 콘도르를 본 떠 만든 돌이 남쪽을 향해 새겨져 있는데, 이 유적을 전체적으로 조망을 하면 콘도르 형태라고 한다. 퓨마, 뱀과 함께 콘도르는 잉카의 신앙을 대표하는 상징물이다.

 

콘도르의 신전 반 지하에는 잉카의 감옥이 있다. 잉카제국에서는 ‘아마스아(훔치지 말라), 아마케아(게으름피우지 말라), 아마유아(거짓말 하지 말라)’라는 법도를 어긴 사람들에게는 무거운 형벌을 내렸다고 한다.

 

▲법도를 어긴자에게 형벌을 가했다는 형틀

 

“잉카의 법도를 어긴 자는 어두운 감옥에 가두었으며, 감옥에 독이 든 거미를 집어넣기도 했지요. 이 돌 의자는 체벌을 주었던 곳인데, 손을 넣고 틀을 채우면 도저히 빠져 나올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어요. 특히 아마케아(게으름 피우지 말라)의 반역 행위에 대해서는 최대의 형벌이 내려졌는데, 며칠 동안 음식물을 주이 않거나, 물을 주이 않았어요. 이 가파른 산에서 게으름을 피워 때를 놓치면 모두가 굶어죽기 때문이지요.”

 

구멍에 손을 넣어 보니 정말 섬뜩할 정도로 무서운 느낌이 든다. 게으름을 피운 자에 대한 노인의 말을 듣고 있노라니 갑자기 돌아가신 어머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내가 어릴 적부터 우리 어머니는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 않는다’는 뼈아픈 교훈을 심어 주었다. 내가 동네 아이들과 노느라고 정신이 팔려 어머님께서 시킨 일-나락을 뒤집는 일, 청소 하는 일, 나무를 말리는 일…을 깜빡 잊어버리면 그날 저녁 밥은 굶어야 했다. 그러나 후에 이 교훈은 내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두고두고 가장 큰 교훈이 되어 주었다.

 

 

마추픽추를 버린 잉카는 어디로…

 

▲마추픽추를 버리고 잉카인들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마추픽추 아래 우루밤바 강


“자, 이제 여러분과 헤어질 시간입니다. 젊은 봉우리를 오르든 아니면 태양의 문을 지나 잉카 처녀들의 묘지로 가든 여러분의 선택은 자유입니다. 종흔 시간 가지시길 바랍니다.”

 

노인은 역시 낮은 음성으로 작별의 인사를 한다. 악수를 하며 잡은 노인의 손이 따뜻하다. 몇 백 년이 지난 후에도 잉카의 뜨거운 피는 이렇게 흐르고 있는 것이다. 유적을 거미줄처럼 흘러가는 수로처럼… 돌담 사이로 사라져 가는 노인의 뒷모습에서 옛 잉카의 영화를 본다.

 

“오후 2시까지 푸엔테 루이나스 역 엘 돌도 레스토랑으로 늦지 않게 도착하세요. 이 역에서 쿠스코로 가는 기차는 4시 20분에 출발합니다.”

 

어네스토는 자유 시간 이후에 만날 장소를 말하고 노인과 함께 사라져 간다. 사라져 가는 사람들… 마추픽추를 중심으로 살았던 1만 명이나 되는 잉카인들은 어디로 사라져 버렸는가?

 

1911년 빙엄이 황금의 도시 빌카밤바라고 믿었던 마추픽추에서는 황금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래서 탐험가들은 잉카인들이 더 깊숙한 곳에 빌카밤바를 건설했으리라고 추측하고 있다.

 

잉카인들은 침략자들을 피하기 위해 더욱 깊숙한 곳으로 떠나면서, 마추픽추의 비밀을 지키기 위하여 태양의 처녀들과 걷지 못하는 노인들을 마추픽추 한쪽의 묘지에 묻었다. 위족에 있는 묘지에서 173구의 미라 중 150구가 여성이고 22구가 노인이었다는 사실이 이 가설을 어느 정도 입증해 주고 있다.

 

 

잉카의 광장에 눕다....

 

 

 

 

▲광장 한켠에 외로이 서 있는 가시나무 아래 휴식을 취하고 있는 여행객들 

 

잉카의 노인과 헤어진 우리는 광장의 잔디밭으로 올라갔다. 광장 한 편에는 오로지 나무 한그루가 외로이 서 있어 강열한 태양을 막는 그늘을 제공해 주고 있다. 사람들은 이 나무를 가시나무thorn tree라고 하는데 정확히 이 나무가 가시나무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무 그늘 잔디밭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다. 누워서 잠을 자는 사람, 혹은 책을 읽거나, 편지를 스는 사람, 아니면 그냥 멍청히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 가장 평화스럽고 편한 자세다. 

 

나역시 그냥 눕고 싶다. 벌렁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편하다.

유적이 주는 태고의 느낌이 대지를 통해 피부로 전달되어 온다.
하늘에 흰 구름이 둥둥 떠간다.
나는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가?
나는 누구인가?
잉카와 나는 어떤 관계인가?

새삼스러운 일이지만 태고의 유적지에 누워있으니 풀 수 없는 화두들이 하늘을 떠가는 한 조각구름처럼 흘러간다.

 

 

■ 마추픽추 조감도


 

 

 

 

(페루 마추픽추에서 글/사진 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