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파네마의 처녀
누군가에게 바치고 싶은 노래
"아니, 또 해변을 가요?"
"응, 그곳엔 아름다운 정원과 아파네마의 처녀에 대한 사랑 이야기가 있거든."
"아름다운 정원?"
정원이란 말에 아내는 귀가 번쩍 뜨이는 모양이다.
아파네마 해변은 코파카바나 해변과 이어있지만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 버스를 타고 한 모퉁이를 돌자 곧 해변이 나온다.
꾸밈없고 건강한 처녀 같은 해변이다. 코파카바나 해변에 비해 한적하지만 주변에는 고급주택가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진한 커피 향 같은 보사노바
이곳엔 톰 조빔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있다. 파도처럼 속삭이며 흐느끼는 보사노바의 물결 속에 진한 커피 향처럼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새로운 물결'이란 뜻을 가진 보사노바(Bossa Nova)는 삼바의 토속적인 리듬에 재즈를 접목시킨 음악이란다. 흔히 '톰 조빔'이라고 불리는 안토니오 카를로스는 '보사노바 아버지'로 불릴 만큼 60년대를 풍미한 뮤지션이다.
코파카바나가 관광객들의 해변이라면 이파네마는 리우 인들의 해변이다. 훨씬 한적하고 안전한 느낌. 이파네마는 코파카바나와 거의 연결되어 있고, 레브롱, 상콘라두 해안과 길게 이어져 있다. 모래사장의 끝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다. 여기에도 예외 없이 탄탄 몸매를 가진 여인들이 해변에 누어있거나 파도를 가르고 있다.
▲이파네마해변에서 비키니 미녀들에게 장사를 하는 사람들
톰 조빔은 이 해변에서 열아홉 살 난 아리따운 동네처녀를 만나 짝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사랑에 빠진 조빔이 친구이자 시인인 모라이스에게 그 사연을 이야기하자, 모라이스는 즉석에서 조빔의 사랑이야기를 시로 옮겼다. 그리고 조빔은 이 시의 가사에 곡을 붙였다. 그래미상까지 받게된 그 유명한 보사노바 '이파네마의 처녀'는 이렇게 탄생되었다.
키크고, 까부잡잡하고, 젊고 사랑스러운
이파테마에서 온 여인이 산책을 가네
그녀가 옆을 지나가면 모두둘 '아~' 하고 감탄하네
그녀가 걷는 것은 마치 삼바춤을 추는듯 하고
멋지게 팔을 흔들고, 한들한들 걸어가네
그녀가 옆을 지나가면 모두들 '오~' 하고 감탄하네
오~ 하지만 난 그녀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네
그래, 난 내 마음을 기쁘게 줄 수 있는데
내가 사랑한다고 어떻게 말할까
우리는 '이파네마의 여인 (A Garota de Ipanema, The Girl from Ipanema란 뜻)'이란 간판이 걸려 있는 카페로 들어갔다. 때마침 '이파네마에서 온 처녀'란 노래가 진한 커피향을 타고 실내에 퍼져 나오고 있다. 카페의 벽에는 조빔의 사진과 악보, 기사들이 붙어 있다. 유부남이던 조빔은 이 동네 열아홉살 처녀를 짝사랑해 그녀를 훔처보려고 매일 이 카페에 왔다는 것.
"커피가 너무 독해요?"
"그러게 천천히 커피 향을 음미하며 마시는 게 아니겠소."
커피향과 보사노바. 브라질 사람들은 끈적하고 진한 커피를 즐긴다. 커피 잔에 3분의 1쯤 진한 커피에 설탕을 듬뿍 넣어 입술 끝으로 홀짝이며 커피 향을 느낀다. 진한 보사노바는 삼바와 재즈의 혼혈아라고 한다. 카페에서 나온 우리는 호수를 산책을 했다. 언덕위에 그리스도 상이 안개 속에서 막 벗어나고 있다.
Jardim Botanico의 벌거벗은 처녀들
▲Jardim Botanico 식물원의 벌거벗은 여인상
호수에서 우린 Jardim Botanico 식물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정원은 울창하고 거대한 나무들로 숲을 이루고 있다. 8천여 종의 나무들이 자라나고 있다는 브라질 최대의 식물원이다. 하늘을 찌르는 제왕야자나무가 우리를 마중한다. 야자나무 가로수 길을 걸어간다.
"이 나무들 하나 마음에 들어요."
"그러게, 이 놈들이 당신을 환영하며 도열하고 있군."
야자나무 가로수 길을 걸어가면 파우페로 Pua Ferro(철의나무)라는 진기한 나무도 있다. 너무 단단하고 무거워서 가지조차 물에 뜨지 않는 다는 것. 파우브라질 Pau Brasil이란 나무 도 있는데 브라질이란 국명은 이 나무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오늘 산림욕 한번 제대로 하내요."
"저기 아파네마의 처녀들처럼 벌거벗고 산림욕을 해야 제대로 하는 것이지."
"어휴!"
공원에는 전라의 인형들이 여러 가지 모습으로 춤을 추고 있다. 때묻지 않는 식물원에서 벌것 벗은 채 춤을 추는 모습이 퍽이나 인상적이다. 태초에 아담과 이브 시절의 인간들은 모두 저렇게 순수하지 않았을까? 모두가 이파네마의 아름다운 처녀들처럼 보인다. 헛, 나도 유부남인데. 톰 조빔처럼 열아홉살난 이파네마의 처녀에게 빠질라.^^
▲제왕야자수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식물원은 산림욕을 하기엔 그만이네!
자딤 식물원은 하루 삼림욕을 하기에 아주 좋은 장소다. 가지가지 열대 식물들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식물원을 걷다보면 아담과 이브의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다. 원래 자연에서 돌아와 자연으로 돌아가는 인간이 아니겠는가? 톰 조빔도 자연을 너무나 사랑했다. 조빔은 자연을 노래하며 말했다.
▲ 식물원정원에서 기체조를 하고 있는 리우 시민들
식물원 한쪽에서는 한 떼의 사람들이 명상과 더블어 기 체조를 하고 있다. 너무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장면이다. 톰 조빔도 자연을 너무나 사랑했다. 그는 자연 속에서 자연을 노래하며 자연으로 돌아갔다.
"무언가 이해를 하려면 먼저 그것을 사랑해야 한다. 산, 나무, 바다, 새 등 자연이 있기 때문에 나는 음악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삶은 아름답다. 그리고 세상은 살 만하다."
이제 내일이면 브라질을 떠난다. 리우에서 산티아고로 가서 다시 비행기를 타고 남태평양의 절대고도 이스터 섬으로 간다. 긴 여정이 될것 같다. 리스본에서 리마로, 리마에서 쿠스코, 마추픽추, 볼리비아 라파스, 칠레 아타카마, 산티아고에서 이과수 ?고, 부에노스아이레스, 상파울루, 그리고 지금 떠나려고 하는 리우데자네이루까지..... 순전히 육로를 통해서 지나온 긴 여정이다.
아름다운 이파네마의 처녀들도, 코파카바나 해변도, 언덕위의 그리스도 상도 내일이면 굿바이다. 조빔이 말한 것처럼 자연이 있기에 세상은 정말 살만하다. 아름다운 해변, 산, 정원, 그리고 음악, 아름다운 사람들…
절대고도 이스터 섬!
그곳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밤새 모아이 상이 어른거려 설렘으로 밤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