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7일 64년 만에 찾아온 갑작스러운 추위가 덮친 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자 그렇게 무성했던 느티나무 잎새가 가을바람에 추풍낙엽이 되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앞뜰 정자 앞에 우뚝 서 있는 느티나무는 정자 우측에 우람하게 서 있는 소나무와 경쟁이라도 하듯 무성하게 자라났다. 그런데 찬바람에 옷을 홀랑 벗어버린 느티나무는 이제 가지만 앙상하게 남아 있다. 나는 해마다 느티나무 낙엽을 쓸어서 화초들이 자라나고 있는 화단에 덮어주었다. 느티나무 주변에 둥그렇게 원을 그리며 떨어져 내린 낙엽을 갈퀴로 긁고 빗자루로 쓸어서 몇 무더기를 만든 후 큰 보자기에 싸서 화단에 옮겨서 뿌렸다. 낙엽은 푸석푸석 소리를 내며 힘없이 뒹굴었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죽은 것은 힘이 없다. 사람은 죽으면 땅속에 묻히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