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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체험] 심장이식환자들의 감귤따기 체험

찰라777 2008. 11. 25. 09:50

'이색모임 이색체험'

심장이식환자들의 행복한 감귤 따기 체험

 

 

‘주여, 때가 왔습니다/지난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마지막 과실을 익게 하시고/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짙은 오렌지 향기를 /감귤 속에 스미게 하소서…’

 

 

 ▲제주도 서귀포시 위미리에 위치한 감귤. 위미리는 제주도에서도 햇빛이 가장 잘 드는 곳으로 당도가 높다.

 

 

심장이식환자들의 모임인『다시 뛰는 심장으로』의 회원들이 지난 11월 21일 ‘감귤축제’가 열리고 있는 제주도 서귀포시 인근의 위미리 감귤농장으로 모였다. 동료 심장이식환자의 감귤농장에서 감귤따기 이색체험을 하기 위해서였다. 릴케의 시처럼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아온 그들의 감귤따기 체험은 남다른 감회를 안겨주었다. 

   

‘다시 뛰는 심장으로(http://cafe.daum.net/ASANheart)’의 모임은 이미 심장을 이식한 환자나, 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로 구성된 '다음'의 카페회원들이다. 이들의 감귤따기 체험은 서귀포시 위미리에서 감귤농사를 짓고 있는 동료 이식환자인 현종실 씨의 초청으로 이루어 졌는데, 그 역시 2년 전에 심장이식을 하고 새 생명을 얻은 심장병 환자이다.

 

 

평생 동안 감귤 농사를 짓고 있는 현종실 씨. “심장이식환자들은 이식을 할 때는 말할 것도 없고, 이식을 한 후에도 수십 가지의 약을 복용하며 거부반응 등으로 매일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 환우들이 이곳 제주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감귤을 따는 체험을 하면 잠시나마 고통을 잊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이번 모임을 주선하였습니다.” 그는 고통을 받고 있는 동료환자들과 동병상련의 정을 나누고자 이번 모임을 주선했다고 말했다.  (◀사진:감귤따는 방법을 설명하는 위미리 감귤농장의 현종실 씨-가운데)

  

뇌사판정으로 장기를 기증한 사람들의 고귀한 심장을 이식 받아 제2의 생명을 살아가는 그들의 감귤따기 체험은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초록의 감귤나무에 주렁주렁 열린 노란 감귤이 신기하게만 보이기도 했지만, 여름내 남국의 햇빛을 받아 가지가 휘어지도록 영글은 감귤들이 마치 이생의 생명을 마감하고 남을 위해 결실의 생명을 내어주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감귤따기 체험을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심장이식환자들(위미리 감귤농장에서)

 

    

이들은 낮에는 감귤을 따고 밤에는 옹기종기 모여 앉아 어려움을 이겨낸 투병 이야기로 서로를 격려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식을 하고 힘든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동료와 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환우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투병의 아픔을 이야기 할 때는 모두가 눈물 바다를 이루기도 했다.

 

  

▲감귤따기 체험에 동참한 '다시뛰는 심장으로'의 회원들의 환한 미소.  

 

 

세상은 언제부터인가 온통 어려운 경제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신문, 방송, 인터넷, 증권시장, 거리의 사람들 표정 할 것 없이 모두가 경제난에 대한 이야기로 일그러지고, 아우성치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환율은 뛰고, 물가는 오르고… 모두가 마치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날씨마저 추워지니 거리는 더욱 을씨년스럽게 보인다.

 

그러나 2박 3일간의 감귤따기 체험을 하는 심장이식환자들은 행복하기만 했다. 남국의 진한 오렌지 향기가 그들의 가슴을 녹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심장이식환자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몇 배 힘들다. 엄청난 수술비와 이식후의 치료비 부담으로 이중 삼중으로 생활고에 시달려야 한다. 그러나 감귤을 따는 동안만큼은 모든 시름을 잊어버랄 수 있었다. 진한 오렌지 향기로 채워진 그들의 가슴은 따뜻했다. 그들은 힘들고 험한 세상을 이겨내자고 기도했다. 그리고 서로를 격려하고 다시 만날날을 다짐하면서 헤어졌다.

 

 

 

(제주도 서귀포시 위미리 감귤농장에서 글/사진 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