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섬진강일기

된서리에 혼쭐난 화초들-가을이 실종되나?

찰라777 2010. 10. 27. 17:25

 된서리를 혼쭐난 화초들

가을이 실종되는가?

 

 

 ▲된서리를 맞고 시들어 버린 물옥잠화

 

오늘 목포에서 구례로 돌아와 보니 된서리의 피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10월 하순 기온이 최근 10년 만에 가장 낮은 기온이라고 하더니 된서리를 맞은 채소들과 화초들이 족을 못 쓰고 움츠러들거나 시들어져 있다. 치매를 앓고 있는 장모님을 지난 추석에 아내가 병원에 입원을 하는 바람에 찾아뵙지 못하여 지난 23일 날 목포에 갔다고 오늘 27일 돌아와 보니 채소와 화초들이 된서릴 맞아 변을 당하고 있다.

   

절구통에 심은 수련과 물옥잠화는 된서리를 견디지 못해 모두 시들어 버렸고, 화초들도 시들시들하다. 또한 상치와 무도 잎새가 싱싱하지 못하고 축 쳐져 있다. 산으로 둘러싸여 해가 짧은 산악지대는 겨울이 빨리 온다. 그나마 작은 화초들은 혜경이 엄마가 거실에 들여 놓아 변을 면할 수 있었다. 늘 신세를 지는 처지에 무엇으로 고마움을 갚을까? 아무리 시골 인심이라고 하지만 너무나 고맙다.

 

그런데 혜경이 엄마는 죽은 화초들을 바라보며 오히려 괜히 미안해한다. 절구통에 심은 화초는 무거워서 옮길 수가 없는 데도 말이다. 저 구김살 없는 소박한 마음을 무어라 표현할까? 하여간 고맙기 그지없다.

 

아내와 나는 낑낑대며 화초들을 거실로 옮겨 놓았다. 밴자민과 관음죽, 그리고 연약한 화초들은 모두 거실 양지바른 곳으로 옮겨 놓고 보니 그런대로 운치가 있다. 무엇 때문에 이 고생을 하지?

  

▲거실로 들어온 화초들

 

 

▲블루베리나무

  

 

난 화분 하나를 가지고 애지중지하다가 남을 주어버린 법정스님의 무소유란 수필을 생각하며 씁쓸한 미소를 지어본다. 그래도 사람 사는 집은 화초도 있고, 화분도 몇 개 있어야 생동감이 있지 않겠냐는 아내의 집념은 바꿀 수 없다. 화초들을 놓아둔 자리에는 마당에 있는 블루베리를 옮겨 놓았다. 블루베리는 추위에 강한 나무라 별 이상이 없는 것 같다.

 

 

 ▲벌레를 먹은데다가 된서라를 맞아 시들시들한 배추

 ▲무는 배추보다 면역력과 추위에 강한것 같다.

 

배추는 달팽이 벌레가 죄다 갉아 먹어 반 정도가 잎새가 누렇게 떠있다. 농약을 치지 않고 농사를 짓는 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이 난다. 달팽이는 새벽에만 나온다는 데 낮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혜경이 엄마는 달팽이 약가지 사와서 약을 쳐 주기까지 했다.

 

"그래도 저 벌레를 먹은 채소가 진짜배기여."

 

이장님이 지나가시다가 오랜만에 집에서 일을 하고 있는 우리를 보더니 한 마디 하신다. 모양이 좋은 것은 모두 농약을 친 거란다. 그런데 토기들은 아무리 모양이 좋고 싱싱한 채소라도 농약을 친 것은 먹지를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 인간도 못 생긴 채소를 먹어야 공해가 없다는 것이 이장님의 지론이다.

  

 

▲단풍이 들다가 멈추어버린 듯한 계족산

  

다행이 무는 벌레가 침범을 하지 못하고 있다. 무가 배추보다는 강하고 면역력이 있다는 증거다. 다만 잎이 너무 무성하니 밑동이 굵어지려면 잎을 솎아내야 한다고 혜경이 얼마가 말한다. 아내는 무 잎을 솎아내는 동안 나는 그동안 떨어져 내린 낙엽을 긁어모아 퇴비뒤엄에 옮기는 작업을 했다. 이번에도 꽤나 센 돌풍이 불어 담쟁이 넝쿨과 노나무 등 낙엽이 거의 다 떨어져 내라고 아제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다.

 

작은 텃밭 하나를 가꾸면서도 이리 속이 상하는데, 농사로 벌어먹고 사는 농민들의 고충은 얼머나 크겠는가? 유기농 농산물을 키운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더욱이 최근들어 온난화 어쩌구 하면서 천방지축으로 변하는 날씨는 농부들에게 시름만 늘어어가게 하고 있다. 쌀 한톨, 김치 한쪽을 먹더라도 진실로 농부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먹어야 할 것 같다.

 

개울 건너에 있는 감나무의 감도 까치먹이 감 몇 개마 떨렁 남아있다. 계족산에는 단풍이 들다가 추위에 멈춰버린 것처럼 보인다. 아마 이제 10월에도 곧 눈이 내리지 않을까? 머지않아 찾아올 겨울 채비를 일찍이 해야 할 판이다. 오후 1시 구례읍에 들어올 때만 해도 날씨가 청정하더니 갑자기 구름이 몰려와 순식간에 날이 어두워지고 있다. 이상기온은 가을을 실종시키고 있다.

 

(2010.10.27 수평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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