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에 심은 희망의 씨앗 하나⑨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TV도 없는 아이들의 집
▲천막 같은 아이들의 집. 대나무 기둥에 초가집. 방바닥은 흙이다
학자금을 후원하는 네팔 아이들의 가정을 방문했다. 아이들의 집은 모두 천막 같은 오두막이었다. 지붕이 낮아 고개를 숙여야만 겨우 방안으로 들어 갈 수 있다. 토방과 방은 모두 흙바닥이다. 방 안에는 대나무로 엮어 만든 참대가 놓여있다. 방 한 칸에서 모든 식구가 모여 살고 있다. 전기고 들어오지 않고 TV도 없다.
그들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반겨주었다. 가난하지만 행복 지수가 높다는 것을 실감 할 수 있었다. 행복은 물질적인 부와 꼭 상관관계에 있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순간이다. 그들은 상대적이지 않고 절대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남과 비교를 할 때 우리의 삶은 불행해지는 것이다.
나보다 부자인 사람, 나보다 더 잘난 사람, 나보다 더 좋은 집을 가지고, 좋은 자동차를 가진 사람을 비교하면 자신이 초라해 지고 불행해 진다. 어디까지나 현재의 나를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 살아갈 때 불행은 덜어진다.
나는 문득 인도의 성자로 추앙 받고 있는 스리 마하리쉬의 말을 떠올렸다.
'있는 그대로(Be as you are)'
그들은 정말 있는 그대로의 삶을 받아드리고 살아가고 있는 같다. 절대적으로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야 말로 불행으로부터 빠져나가는 길이 아닐까?
아이들의 집을 하나하나 돌아보는 동안 어느 듯 어둠이 찾아왔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마을은 칠흑처럼 어두웠다. 다시 빠담의 집으로 돌아온 우리는 마당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에는 수없이 많은 별들이 반짝거리고 있다. 은하계의 별들도 또렷이 보였다. 이렇게 총총히 떠있는 별을 구경하기도 힘들다. 빠담의 가족들은 다시 우리들을 위해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어둠속에서 닭은 잡는 소리가 들려왔다.
반딧불 아래 쩌퍼러마리 마을에서 만찬을...
별 하나, 나 하나..모처럼 별을 헤던 밤이었다!
"아이쿠, 낮에는 염소를 잡더니 밤에는 닭을 잡네. 그냥 채소만 먹어도 되는데."
"네팔 사람들은 귀한 손님을 맞이할 때 아끼는 가축을 잡는답니다."
"그래도 살생을 해가면서까지…"
"네팔 사람들은 성의를 무시하면 화가 난답니다."
시토울나씨가 네팔의 관습을 자세히 이야기 해주었다.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모두가 하늘을 바라보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전기도 들어오지않고 텔레비전도, 라디오도 없다보니 자연히 대화의 광장이 열어질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 보두가 다정해 보였다. 별이 빛나는 밤에 맞이하는 네팔의 밤! 별 하나, 나 하나! 동화 같은 밤이다!
"오! 저기 반딧불!"
누군가 어둠 속에서 소리를 질렀다. 수없이 많은 반딧불이 공중에 날아다니고 있었다. 반딧불이 작은 유성처럼 빛의 띠를 이루며 날아다녔다. 갑자기 모두 침묵에 쌓여 먼 옛날을 추억하고 있었다. 우리가 어렸을 적에 시골 모습이 저랬다. 마당에 멍석을 깔아 놓고 누워 별 아래 떠다니는 반딧불을 바라보다가 별을 헤기도 하며 잠들곤 했던 생각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지금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네팔의 시골 모습은 우리나라 40~50년대 모습과 흡사하다. 반딧불이 많은 것은 그만큼 공해가 없다는 것이다. 별은 또 왜 그렇게 총총하고 밝은 지… 은하계의 수 없이 많은 별들이 곧 쏟아져 내릴 듯 밝게 빛나고 있었다.
"오늘 우리 여기 모두 마당에서 밤을 새요."
누군가 그런 소리를 했다. 저마다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어린 날의 추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정말 그대로 밤을 보내고 싶은 밤이다. 빠담이 마당에 촛불을 켜고 식사가 준비되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쟁반을 들고 식사를 가져다가 나무 탁상에 앉아 저녁식사를 했다.
반찬과 밥이 잘 보이지 않지만 음식은 입안에 잘 들어갔다. 네팔 사람들이 왜 손으로 밥을 먹는지 이해가 갈 것도 같다. 젓가락이나 숟가락으로 떠먹는 것보다 손으로 밥을 집어 먹으면 흘리지도 않고 정확히 밥이 들어 것이 아닌가. 반딧불을 등불삼아 성대한 만찬! 그랬다. 이곳 네팔이 아니면 그 어디에서 이런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나라는 이제 시골이 거의 없다. 아무리 산간벽지에도 전기가 들어오고 텔레비전, 전화, 인터넷이 들어와 고요하지가 않다. 문명의 이기는 편리하기는 하지만 고요한 평화를 느낄 수는 없다. 우리나라 어느 마을에선가 반딧불 축제를 한다지만 그건 형식적인 축제다 내가 살고 있는 지리산 섬진강변에도 반딧불은 있다.
그러나 여기 쩌퍼러마리 마을처럼 반딧불이 많지는 않다. 반딧불은 포물선을 그으며 공중에 날아다녔다. 나무에도 반딧불이 많았다. 어찌나 많던지 나무가 마치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보일정도였다. 반딧불이 만든 크리스마스트리!
이곳에서 별을 헤며 밤을 지새우고 싶었다. 허지만 이별의 시간이 다가왔다. 저들과 오두막에서 함께 밤을 새우고 싶은데 이제 떠나가야 한다. 마음이 못내 아쉬웠다. 아마 나 혼자라면 이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밤을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일행은 20명이나 되는 단체다. 우리는 그들과 이별을 아쉬워하며 다시 더먹으로 향했다.
"고맙다. 너희들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구나. 부디 아름다운 희망의 씨앗이 되어다오."
더먹으로 돌아오는데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버스는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19km의 길을 2시간이 다 걸려서 늦은 밤에 더먹에 도착했다. 가깝고도 먼 길이었다.
나마스테!
반딧불 등불삼아
반딧불을 등불삼아
저녁만찬을 들었던
쩌퍼러마리 마을
별이 총총 빛나는 밤
손으로 음식을 집으니
입으로 잘도 들어간다
태곳적 원시를 느끼는 밤
모두가 아담과 이브가 되어
오롯한 행복을 누렸던 밤
반딧불 반짝이는 밤
별이 총총 빛나는 밤
반딧불처럼 빛나는 아이들의 눈
쩌퍼러마리 마을의 밤
-2010.10.9 네팔 동부 쩌퍼러마리 마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