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섬진강일기

뽕뽕 방귀끼는 뽕나무 오디

찰라777 2011. 6. 20. 04:37

 

오디의 계절

 

6월은 오디의 계절이다

개울건너 우체국 김 씨네 대문 앞에는 커다란 뽕나무 한 그루가 있다. 내가 지금까지 보아온 뽕나무 중에서 가장 큰 나무다. 김 씨는 아침마다 사다리를 놓고 오디를 땄다. 오디나무가 어찌나 큰지 대문과 담장을 덮을 정도다.

 

 

 

▲잘 익는 오디가 먹음직 스럽다

 

 

오디 쪼아 먹는 참새

 

오디 또한 무척 크고 굵다. 그런데 뽕나무를 자세히 살펴보니 사람이 없을 때에는 새들이 날아와 오디를 쪼아 먹었다. 오디를 쪼아 먹는 새들을 찍기 위해 몇 번 시도를 했지만 그때마다 실패를 했다. 너무 가까이서 찍은 것이다. 새들은 오디를 따먹다가 작은 인기척도 알아채고 날아가 버렸다.

 

 

▲오디를 쪼아 먹는 참새

 

 

그래서 나는 개울 건너 우리 집에서 망원렌즈로 새들을 찍기로 했다. 우리 집에서 김 씨 집은 개울 건너 20m 거리에 있다. 새들은 주기적으로 날아와서 오디를 쪼아 먹다가 일제히 날아갔다. 새들은 잘 익은 오디를 골라 집중적으로 쪼아 먹었다. 참새, 까치, 뱁새 등 여러 종류의 새들이 날아와 오디를 쪼아 먹었다.

 

 

나는 가까스로 오디를 쪼아 먹는 참새를 포착하였다. 뽕나무 잎새 사이에서 오디를 따 먹는 참새를 찍는 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카메라가 성능이 별로 신통치 않아 번번이 놓치기 일쑤였다.

 

 

 

 

참새들은 가자에 앉더니 두리번거리다가 그 중에서 가장 잘 익은 검은 오디를 골라 콕콕 찍어 먹었다. 삼키고 찍어먹고, 삼키고 찍어 먹고를 반복을 했다. 새들이 오디를 선별하는 기능은 참으로 놀랍다. 오디를 먹다가 참새들은 어디론가 날아갔다가 다시 떼를 지어 날아왔다.

 

 

새들은 참으로 영리하다. 자신이 먹을거리가 있는 곳을 정확히 알고 찾아오니 말이다. 일전에 순천만에 갔을 때에는 도요새들이 많았다. 도요새들은 시베리아에서 6000km를 단 번에 날아와 기진맥진한 상태로 순천만에 도착한다고 한다. 순천만에서 2~3일 먹이를 찾아 배를 불린 도요새는 다시 6000여km를 날아 뉴질랜드로 날아간다고 한다.

 

 

 

 

가장 높이, 가장 멀리 나는 도요새는 사실 참새보다 조금 더 크다. 12,000km를 왕복을 하며 중간기착지에서 정확이 먹을거리를 기억을 하고 찾아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할 따름이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살아가는 새들의 삶이 경이롭게만 느껴질 뿐이다.

 

 

김 씨네 오디는 새들뿐만이 아니라 동네 사람들 누구나 오다가다 하며 몇 개식 따 먹는다. 기이게 시골 인심이다. 김 씨는 출근을 하기 전에 항상 오디를 딴다. 익은 오디는 따 주지 않으면 금방 쳐져서 땅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에는 오디를 따고 있는 뽕나무 가까이 다가갔다.

 

 

▲사다리에 올라 오디를 따고있는 김씨

 

 

"안녕하쇼?"

"어서 오세요."

"와, 대단하군요! 이렇게 큰 뽕나무는 처음 봐요."

"10여 년 전에 저절로 돋아난 뽕나무가 이렇게 컸어요."

"아, 그래요? 그런데 해마다 이렇게 오디가 많이 열리나요?"

"네, 매년 많이 열려요. 좀 따 잡수세요."

"음, 맛이 상큼 하고 다네!"

"따주지 않으면 금방 쳐져서 떨어지고 말아요."

 

 

김 씨는 아침 내 딴 오디를 나에게 한 소쿠리나 주었다. 동네 인심이 이렇게 좋으니 나는 행복할 수밖에 없다. 마침 서울에서 둘째 경이가 열 명이나 되는 친구들과 함께 집에 와 있었다. 싱그러운 오디를 들고 집으로 돌아오니 모두가 "와아!" 함성을 지르며 입이 벌어진다. 오디를 한 움큼 집어서 움질움질 씹어 먹자 입술이 모두 까매지고 만다.

 

 

 

 

"하하, 너희들 거울 좀 봐라."

"어머, 네 입술이 까매졌네."

"호호호, 너는 어떻고. 사돈네 남 말 하네."

 

 

오디를 먹으며 한바탕 웃음바다가 벌어졌다. 뽕나무는 어쩐지 친근감이 간다. 뽕나무는 고향의 향수 같은 나무다. 어린 시절 오디를 따 먹던 추억, 뽕잎을 먹고 자란 누에로 만든 비단실, '뽕 따러 가세' 하며 부르는 우리 민요…… 뽕나무는 오랜 세월 우리네 풍습과 생활 속에 함께 숨 쉬어 온 정겨운 나무이다.

 

 

"덜덜 떠는 사시나무, 오자마자 가래나무, 산신님께 비자나무, 뽕뽕 방귀 뀌는 뽕나무……"

 

 

숲 해설을 하면서 어린이들이 기억하기 좋게 노래로 들려주던 생각이 난다. 뽕나무는 정말 방귀를 낄까? 실제로 오디를 많이 먹으면 소화가 잘 되어 방귀를 뽕뽕 잘 뀌게 되어 뽕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저절로 돋아나 자랐다는 거대한 뽕나무에는 매년 오디가 엄청 열린다고...

 

 

우리 속담에 "임도 보고 뽕도 딴다"는 속담이 있다. 이는 일석이조의 의미하나 어쩐지 엉큼한 냄새가 나는 말이다. 잎이 무성하게 자라는 뽕나무 밭은 남의 이목을 피하기 좋은 장소다. 마을 총각이 뽕잎을 따는 처녀에게 뽕잎을 따줄 테니 대신 명주옷을 지어달라고 하면, 이는 수줍은 총각이 하는 프러포즈였다.

 

 

오디는 칼슘, 비타민 C, B등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피로회복에 좋다고 한다. 허준의 동의보감에 "오디는 당뇨병에 좋고 오장에 이로우며 귀와 눈을 밝게 한다"고 기록돼 그 효능이 예부터 널이 알려져 있어, 최근 성인병을 예방하는 기능성 식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