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송악산이 바로 코앞에 있네!
금년 1월, 연천군 미산면 동이리 휴전선 부근으로 이사를 한 후 자유로워 37번 국도를 따라 서울을 왕래 하게 되었습니다. 서울에서 한강 88도로를 따라 일산으로 다다르면 자유로가 10차선으로 뻥~ 뚫려 있어 아마 서울 근교에서 드라이브 코스로는 이만큼 시원한 도로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쾌척한 드라이브 코스에 옥에 티처럼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한강과 임진강변에 어지럽게 걸려있는 철조망입니다. 철조망을 바라보다보면 철조망 보다 더 복잡하게 얽힌 우리민족의 비극의 역사가 복잡하게 마음을 흔들어 댑니다. 언제쯤이나 저 철조망을 훌훌 벗어 던지고 자유롭게 남북을 오가는 시기 올 것인지를 생각하면 괜히 마음이 답답해지기만 합니다.
내가 살고 있는 연천군 동이리는 자유로를 지나 37번 국도를 타고 내륙으로 한참을 더 들어가야 합니다. 37번 국도에서도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 땅이 코앞에 펼쳐집니다. 이 구간을 오가며 내가 가장 가고 싶은 곳은 개성 송악산입니다. 그런데 지난 8월 21일 오후 3시경, 나는 아내의 병원외래 차 동이리에서 37번 국도를 따라 서울로 오게 되었습니다. 라디오에서는 태풍 볼라벤이 북상한다는 뉴스가 한 창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태풍 전야여서 그런지 날씨는 흐린데 시계는 매우 청명하고 맑았습니다.
“여보, 저기 개성 송악산이 아닌가요?”
“어디? 와~ 정말이네!”
적성을 지나 37번국도 장단지역을 지나는데 송악산으로 여겨지는 산이 파노라마가 되어 병풍처럼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나는 차를 도로변에 세우고 카메라의 앵글을 돌려가며 사진을 몇 컷 찍었습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망원렌즈를 가져올 걸 하는 생각이 하였지만 후회해도 때는 이미 늦은지라, 코앞에 펼쳐지는 송악산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했습니다. 거의 8개월 동안 이 길을 다녔지만 오늘처럼 송악산이 가까이 보이는 것은 없었습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코앞에 펼쳐진 송악산을 바라보자니 더욱 오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합니다. 뾰쪽뾰쪽한 봉우리가 바로 손에 집힐 듯 가까이 다가섭니다. 나는 한참 동안을 넋을 잃고 송악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았습니다. 세상에 높고 아름다운 산은 부지기수로 많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가까이 두고도 갈 수없는 산이라는 생각을 하면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송악산은 그 높이가 불과 489m라고 합니다. 아호비령산맥의 말단에 솟아 있는 송악산은 . 예로부터 소나무가 많아 송악산이라 불렸다고 합니다.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기암괴석과 소나무의 조화가 아름다운 산수를 연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기록상으로는 해방 전후를 통틀어서 아직 누구도 개성 송악산을 올랐다는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기록에 의하면 1945년 8월 15일 해방과 동시에 송악산 정상 능선에 38선이 그어지진 데다,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1년 전인 1949년 5월 3일 송악산 292고지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고 합니다.
당시 전투에 참가한 우리 국군 특공용사들은 81mm 박격포탄을 안고 적 기관총 진지에 육탄으로 뛰어들어 장렬하게 산화를 했다고 합니다. 이른 바 ‘육탄십용사’들의 구국을 위한 살신보국의 희생정신으로 불리어지는 송악산 전투입니다. 그 이후 반세가가 넘도록 저렇게 빤히 보이는 송악산을 아무도 오른 사람이 없다고 하니 민족비극의 분의 역사가 얼마나 통한하고 서러운지 실감이 나게 하는 산입니다. 문산역에서 개성역까지는 불과 27.km의 매우 가까운 거리로 한국전쟁이 터지기 전까지는 개성역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로 기차통학을 하는 통학생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한시적으로 개성 관광이 허용 되었던 때에도 송악산은 관광을 개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마 사진촬영조차 엄격하게 금지되었던 것으로 보아 송악산에 틀림없이 북한의 군사요새와 대규모 포진지가 구축되어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산악전문가들에 의하면 송악산 정상에 다녀오는 것은 불과 2시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송악산을 오르는 가장 일반적인 등산코스는 개성역-오공산(203m)-475봉-송악산 정상(489m)-북문-292봉-고결성균관-남대문-개성역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합니다. 기차는 언제나 자유롭게 개성역을 오갈 수 있으며, 우리 산하인 송악산을 오를 날은 언제나 올 것인가? 산을 좋아 하는 사람으로서 송악산을 코앞에 두고도 오르지 못하는 심정이 한스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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