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기차를 타고 경주에 다녀왔습니다.
국제펜대회가 열리는 경주에서
김영택 화백의 펜화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그의 펜끝에서 복원되는 세계문화유산을 보고도 싶고,
<펜 라이팅>과 <펜 드로잉>이 만나는 경주를 어쩐지 가고 싶었습니다.
휴전선이 지척인 연천에서 경주까지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마치 수학여행을 떠나듯 설레는 마음이 되었습니다.
9월 14일 아침 6시 30분, 서울역에 도착을 하니
비가 추적추적 내렸습니다.
서울역 버스 환승역에 도착하여 버스에서 내리는데
어떤 청년이 나를 불렀습니다.
"여기, 스마트폰이요."
"앗, 저런!"
주머니가 너무 낮아 스마트폰을 버스 좌석에 흘리고 내렸나 봅니다.
고마운 청년! 감사하다는 말을 할새도 없이 버스는 떠나 갔습니다.
나는 손을 흔들며 감사표시를 했습니다.
잃어버렸던 스마트 폰을 손에 들고보니
고마운 청년의 얼굴이 오버랩되며
너무나 고맙고 어쩐지 횡재를 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모든 정보가 들어있는 스마트 폰을 잃어버렸다면 얼마나 골치가 아프겠습니까?
KTX를 타기 위해 플레트 폼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김밥을 파는 소녀의 목소리가 아련하게 가슴을 파고 들었습니다.
"김밥이요, 따끈따끈한 김밥이요!"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김밥파는 소녀에게 되돌아가서 김밥 두 줄을 샀습니다.
소녀는 작은 손수레에 김밥과 요구르트를 얹어 놓고
우산을 받고 앉아 김밥을 팔고 있었습니다.
김밥 수레 앞에는 작은 꽃바구니가 놓여 있었습니다.
이렇게 아침 일찍 거리에 나와 김밥을 파는 소녀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성스럽게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생존을 위한 숭고한 모습이라고나 할까요?
김밥을 파는 소녀의 모습이 마치
수레 앞에 놓인 한 떨기 꽃처럼 청초하게 보였습니다.
김밥을 사들고 플레트 폼으로 들어가는데 다시
"김밥이요!" 하고 외치는 소녀의 소리가 바람결에
아득히 멀여져 갔습니다.
역사에 들어가니 청정남님이 먼저 와 있었습니다.
우리는 우동집으로 들어가 유부우동을 한그릇씩 시켜서
따듯한 국물에 소녀한테 사온 김밥을 먹었습니다.
우동국물에 녹아드는 김밥 맛이 그만입니다.
7시 30분에 출발한 기차는 잠깐 사이에 동대구역에 도착했습니다.
인터넷에서 <경주>로 가는 표를 예매를 했는데
동대구역에서 환승을 하여 경주로 가는 기차로 갈아 타야 한다고 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신경주역>까지 한번에 가는 KTX 기차가 있다고 했습니다.
"기차를 갈아타는 건 처음인데요. 오히려 여행 맛이 있네요."
"여행은 잘 못 탄 기차에서부터 더 흥미 진진해 져요.
특히 유럽에서 유레일을 타고 여행을 하다보면
엉뚱한 기차를 타고 다른 나라로 가버리기도 하는데
그게 더 여행의 재미를 더 해준다니까."
"그렇기도 하겠네요."
청정남님과 이런저런 여행 이갸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신라 천년의 고도 경주역에 도착을 했습니다.
어느 시골 간이역에 내린 듯
경주역은 매우 한산했습니다.
경주로 수학여행을 온 아이들이 조잘거리며 지나갔습니다.
고풍그런 역사를 빠져나가니
국제펜대회가 열린다는 광고판이 큼지막하게 걸려 있었습니다.
우리는 택시를 타고 김영택 화백의 펜하전이 열리는
경주 예술의 전당으로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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