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를 들으며...
뎅그렁~ 뎅그렁~ 처마 밑에 달아놓은 풍경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온다. 풍경소리가 들릴 정도이면 바람이 상당히 세차게 부는 아침이다. 이 풍경은 지난달 곡성 태안사에 갔을 때에 절 매점에서 사온 것인데, 너무 적어 바람이 웬만하게 불지 않으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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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금가락지는 굼굴산 자락 언덕에 지리 잡고 있어 바람을 많이 타는 곳이다. 그렇지 않아도 토마토 지주 대를 새우고 끈으로 묶어주려고 했던 참인데 바람에 여린 줄기가 꺾어지기 전에 묶어주어야 할 것 같다.
밤과 낮의 기온차가 꽤 큰데다 바람까지 부니 아침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나는 재킷을 걸치고 텃밭으로 나갔다. 그리고 토마토 지주 대를 세우고 그 지주대에 토마토 줄기를 하나하나 묶기 시작했다. 워낙 여린지라 신주 모시듯이 아주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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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끈으로 다소 여유 있게 지주 대와 줄기를 둥그렇게 원을 그리며 팔자로 묶었다. 팔자로 묶다보니 마치 토마토에 리본을 다는 느낌이 든다. 그 여린 줄기에는 벌써 노란 꽃이 피고, 곁싹이 돋아나고 있다. 곁싹은 미리미리 잘라주어야 원줄기가 성장이 잘된다. 나는 조심스럽게 곁싹을 꺾어주며 토마토를 묶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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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곁싹 자르기
식물도 심었으면 자식을 돌보듯 정성스럽게 가꾸어 주어야 한다. 생명이 있는 것은 사람이나 식물이나 다 마찬가지다. 리본을 달아주자 녀석들이 빵긋 웃는다. 토마토라고 해 보아야 겨우 30립이지만 나에게는 큰 농사다. 지주를 하나하나 세우고 30립의 토마토를 다 묶어주고 나니 거의 한나절이 다 지나간다. 녀석들은 머지않아 싱그러운 토마토 열매를 맺어줄 것이다.
매실나무와 살구나무, 자두나무에도 일제히 열매가 맺혀 영글기 시작했다. 꽃이 핀 게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렇게 싱그러운 열매가 달려주다니, 자연의 힘은 참으로 위대하다. 여기저기서 열매가 커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블루베리와 산수유도 콩알처럼 작은 열매들이 달리기 시작한다. 금년에는 실과들이 예년에 비해 더 실하고 많이 달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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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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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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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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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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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두열매
살구, 매실, 자두 꽃은 거의 비슷비슷한데 열매의 모양은 조금씩 다르다. 살구는 타원형에 열매가 크고 둥글다. 반면에 매화열매는 끝이 뾰쪽하다. 그런데 자두열매는 좁쌀처럼 적게 달려있다. 이 열매들을 바라보니 입에 침이 가득 고인다.
풍경소리를 들으며 아내는 큰 아이 영이와 함게 잔디밭에 난 잡초를 뽑았다. 노동절 휴가를 맞이하여 서울에서 온 영이는 이틀째 잡초를 뽑고 있다.
"잡초를 뽑으니 시골에 와 있는 느낌이 들어요. 몸은 좀 고단하지만 마음은 참 편안해지네요."
"그게 다 자연이 주는 선물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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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 돋아난 명아주
노동의 기쁨이랄까? 잡초를 뽑으면서 마음이 힐링이 되는 모양이다. 해마다 잡초의 종류도 달라진다. 금년에는 잔디밭에는 냉이류, 텃밭에는 명아주가 엄청나게 많이 돋아나 있다. 토마토를 묶어준 뒤 텃밭의 명아주를 뽑아냈다.
뎅그렁~ 뎅그렁~ 풍경소리가 리듬을 타고 텃밭에 울려 퍼진다. 적막한 산사에 울리는 풍경 소리는 마치 작물들이 잘 자라는 자장가이자, 아침에 일찍 깨어나라는 기상나팔 같은 역할을 한다. 오늘 하루도 무사하게 지내게 해준 자연의 신에게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