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토마토 대박 기쁨에 폭염도 잊어...

찰라777 2015. 7. 12. 03:03

7월 11일 토요일 폭염

 

폭염 속에 푹푹 익어가는 토마토

 

 

 

 

날씨가 너무 덥군요. 뭔가 빵 터지게 시원한 일이 있으면 좋겠는데, 답답한 정치권 뉴스와 메르스 여파로 인한 불경기 소식은 한여름 가뭄 속에 날씨를 더욱 덥게만 만드는 군요. 그러나 덥다 덥다 하면서 가만히 있으면 더 덥지요. 이열치열이라는 말이 있듯이 가만히 있기보다는 뭔가에 열중하며 삼매에 젖어들다보면 오히려 더위를 잊을 수도 있겠지요.

 

여기 연천의 작은 농부는 텃밭 농사에 푹 빠져 더위를 느낄 겨울이 없네요. 200여 평의 텃밭에 각종 채소를 비롯하여 서른 가지나 되는 작물을 키우고 있는데, 폭염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라나는 작물에게 물을 주고, 풀을 매고, 돌봐 주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잡초와 함께 자라나는 찰라의 텃밭 작물들

 

 

농약을 일체 쓰지않고 퇴비만 사용하고 있는데요, 잡초와 음식물 찌꺼기, 그리고 깻묵과 왕겨를 섞어 만든 자가 제작한 퇴비를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삽과 괭이, 호미, 낫 등으로 밭을 일구고 씨를 뿌려 가꾸는 원시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원시농법은 힘이 들기는 하지만 신선한 노동으로 땀을 흘린 후 샤워의 즐거움을 선물하기도 하지요. 

 

또한 상추나 옥수수 등 야채류는 파종을 해서 육묘를 길러 이식을 하는 과정으로 키우고 있는데요, 일례로 이미 1차로 심은 옥수수도 대박이 예상되고 있으며, 지난 77일 날 2차 파종을 한 옥수수가 불끈불끈 싹을 틔우며 흙을 밀고 올라오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노라니 저 역시 불끈불끈 힘이 솟아납니다. 옥수수의 정령들이 싹을 잘 돋아나게 돌보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1차로 심은 옥수수는 거의 내 키의 두배나 자라고, 옥수수 열매도 아주 튼실하게 잘 열려 머지않아 옥수수로 하모니카를 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차로 심은 옥수수와 2차로 육묘를 한 옥수수 새싹들

 

모든 작물들은 정성을 들인 만큼 꼭 보답을 해줍니다. 그러나 날씨가 워낙 가물어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는 데만도 1~2시간이 걸립니다. 제발 비가 좀 내려 주었으면 좋겠는데, 이곳 경기 북부지역인 연천은 변죽만 울리고 해갈이 될만큼 흡족한 비는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금년 텃밭 농사는 대체로 모두 풍성하게 되어가고 있습니다. 각종 상추(5), 케일, 신선초, 마늘, 당근, 오이, 가지, 고추, 감자, 고구마, 호박, 딸기, 옥수수, 강낭콩, 부추, 서리태, 들깨, 비트, 열무, 얼갈이, 수박, 참외, 자가공급을 목적으로 이것저것 심어서 기르고 있는데, 모두가 정성을 들인 만큼 틀림없이 보답을 해주고 있네요. 이 작물들을 받아들여 키워주는 밭은 참으로 신비하기 그지없습니다.

 

 

신비한 밭에 서서 ...

 

나는 <신비한 밭에 서서> 파종을 할 때마다 자연을 관장하는 신 데바와 작물들의 정령들에게 겸허한 자세로 감사 기도를 올리곤 합니다. 파종을 할 수 있는 대지의 신과 심은 작물을 일깨워 자라게 해주는 해, 물, 바람의 신에게도 감사 기도를 올립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내가 파종을 하고 가꾸는 작물들에게 분명히 정성을 더 쏟게 됩니다.

 

이 시도는 이미 <핀드혼농장 이야기>(The Findhorn Garden Story)에서 증명이 된 사실입니다. 영국에 있는 핀드혼 공동체는 척박한 핀드혼에서 데바(Deva)와 자연의 정령(Nature spirit)들과 접촉을 하며 맨손으로 농장을 일구어 엄청난 수확을 거두고 있습니다. 그들은 일련의 텔레파시를 통해 식물들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면서 대화를 하고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는 체험을 해 본자만이 알 수 있습니다.

 

 

 

 

 

이동식 주택 한 채와 강넘콩 한 줄에서 시작된 핀드혼 농장은 작물뿐만 아니라 영혼을 기르며 새로운 삶의 방식을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공상적인 스토리가 아니라 실체적인 일로서 핀드혼은 어떤 것이 성취될 수 있는지, 어떻게 삶이 변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놀라운 증거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는 이곳 연천 금가락지에 온 후 텃밭농사를 짓기 시작한지 금년으로 4년이 되어 갑니다. 농사의 농자도 모르는 나는 첫해에 연천군에서 실시하는 귀농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제작년에는 홍려석 선생님이 10년간 고집스럽게 짓고 있는 <해땅물자연농장>에서 해와 땅과 물로만 농사를 짓는 과정을 6개월간 실습을 받았습니다.

 

 

▲잡초와 함께  해, 땅, 물로만 자연농사를 짓는 <해땅물자연농장> 풍경

 

 

홍려석 선생님은 어떠한 외부에서 유입된 퇴비나, 비료도 사용하지않고, 농약도 치지않으며, 심지어 밭도 갈지않고, 풀도 뽑지 않고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이 사실은 2013년 5월 <자연농사를 향한 꿈...해땅물자연농장 홍려석>이란 타이틀(자세한 내용은 http://blog.daum.net/challaok/13741607 참조>로 이미 포스팅을 한바 있습니다. 그가 짓는 자연농사를 간단히 요약을 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밭을 갈지 않는다(무경운, 無耕耘) 
- 화학비료는 물론 퇴비도 사용하지 않는다(무비료, 無肥料) 
-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다(무농약, 無農藥) 
- 풀을 뽑지 않고 벌레도 죽이지 않는다(무제초, 無除草) 

 

 

 

<해땅물자연농장>은 신비하기 그지없습니다. 무경운, 무비료, 무농약, 무제초로 어떻게 농사를 지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놀랍게도 농사를 짓기 시작한지 5년차부터 밭에서 자란 작물들이 결과물을 서서히 결실을 맺어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은 일반 관행농법 수준 가까이 수확을 거두고 있습니다. 그는 <신비한 밭에 서서>란 책에서 짓는 농사대로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자연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입니다.

 

그는 "농사는 인간과 자연과의 교감이다"라고 말합니다. 그는 농사일을 시작하기 전후에 늘 자연의 정령을 관장하는 데바의 신과 농작물과 잡초의 자연령들에게 감사기도를 올리며 일과를 시작하고 마감합니다.

 

그러나 홍려석 선생님처럼 농사를 지으려면 땅이 자연형태의 기름진 농토로 변화하기까지 거의 10년 동안 정성을 들이며 가꾸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농협에서 공급하는 퇴비와 텃밭에서 나온 잡초, 그리고 우리가 먹고 난후 남은 음식물 찌꺼지로 만든 자가제작 퇴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늘 자연의 정령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가뭄 속에서 맞이하는 토마토 대박의 기쁨

  

특히 금년 작물 중에서도 가장 큰 대박은 단연 토마토입니다. 푹푹 찌는 폭염 속에 폭폭 익어가는 토마토를 바라보면 더위가 싹 물러가고 맙니다. 거짓말이 아니라 큰 것은 아이들 머리통 만큼 큽니다. 거기에다가 아무런 병도 없어 모두가 토실토실하게 너무너무 잘 생겼어요. 팽팽하게 농익은 토마토는 그야말로 영양이 듬뿍 들어있습니다

 

 

 

 

무슨 비법이 있느냐고요? 특별한 비법은 없습니다. 다만 나는 토마토 모종을 심을 때에 데바의 신과 토마토의 정령님에게 부디 이 박토에 수월하게 적응을 하여 잘 자라게 해달라고 겸허하게 감사기도를 올렸습니다. 작물을 키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농사를 짓게 해준 자연의 신에 깊이 감사를 드리고 정성을 쏟는 일입니다. 이는 식물이나 사람이나 어떤 세계에서도 필요한 일입니다.

 

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하지 않습니까? 지난 421일 큰 토마토 25, 방울토마토 5본을 심었습니다. 호박구덩이처럼 구덩이를 50cm 간격으로 깊게 파고 밑거름으로 자가 제작을 한 깻묵거름과 퇴비를 듬뿍 주었습니다. 그리고 구덩이마다 물을 충분히 주었습니다. 그리고 토마토의 정령에게 감사기도를 올렸습니다. 

 

 

 

 

 

이에 응답이라도 주듯 토마토들이 자리를 잡고 활착을 하기 시작하더니 쑥쑥 자라났습니다.나는 내가 심은 토마토를 자식을 기르듯 토마토마다 지주 대를 세우고, 화방이 하나씩 생길 때마다 지주 대에 묶어주었습니다. 지주대는 흔들리지않게 망치로 단단하게 고정을 시켰고, 가느다랗고 부드러운 끈으로 토마토의 화방층계가 생길 때마다 팔자매듭으로 조심스럽게 고정을 시켜 주었습니다. 그래야 열매가 열려도 쳐지지 않고 바람에 넘어지지않기 때문입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곁싹을 잘라주었습니다. 단 하나의 줄기만 남겨놓고 말입니다. 토마토는 곁삭이 많으면 영야분이 흩어져 잘 자라지를 못하고 열매 또한 부실하게 열리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원 줄기 하나만 남겨두고 곁가지는 모두 잘라주었습니다. 이 작업이 쉬운 것 같지만 매일 아침저녁으로 생겨나는 곁가지는 금방금방 자라나서 놓치기 쉽습니다.

 

 

 

 

녀석들은 이 작은 농부를 무척 반기는 편입니다. 내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토마토는 마치 춤을 추듯 반기는 것 같습니다.

 

"어제 밤에 무사히 잘 니냈니?"

"아이고,  밤새 많이 컸구나. 고맙다!"

 

고래도 칭친을 하면 춤을 춘다고, 토마토 역시 칭찬을 하며 돌봐주면 반드시 응답이 있습니다. 토마토는 넘어지지 않게 기둥을 세워주고, 마디마다 지주 대에 묶어 바르게 설 수 있도록 해주는 작은 농부의 정성을 알아차리고 있습니다 

 

토마토는 보란 듯이 똑바로 곧게 잘 자라주었습니다.  층층이 노란 꽃을 피우더니, 마침내 토마토가 주렁주렁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방울토마토는 한 화방에 보통 30~40개씩 달리고, 큰 토마토는 3~5개가 매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너무나 많이 매달려 도대체 그 무게를 감당할지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방울토마토는 제10화방에서 정상의 꼭지 순을 잘라주고, 큰 토마토는 제7화방에서 꼭지 순을 잘라주었습니다. 여린 줄기가 무한정으로 뻗어나가며 열매를 매달고 있는 것도 버겁겠지만, 이미 매달린 열매에 영양분이 집중되어야 빨리 익고, 튼튼하게 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농부가 욕심을 버려야 토마토도 힘이 덜 들어가지요. 

 

그래도 방울토마토는 한 그루에 300~400개나 매달려, 5그루에 무려 1500여 개가 넘게 열리고, 큰 토마토는 한그루에 40여 개나 매달려, 25그루에 100여개가 넘게 열리는 샘이니 놀랍지 않은가요? 참으로 위대하게 보이는 토마토에게 나는 매일 경의를 표했습니다.

 

 

 

 

"토마토야, 너는 참으로 위대해! 그 무게를 견디고 서 있다니..." 

 

토마토 한그루에 달려 있는 토마토의 무게로 따져보니 실로 엄청나군요. 거의 완숙된 큰 토마토 3개를 저울에 올려놓고 달아보니 1kg이 조금 넘군요. 한그루에 40개가 매달리면 12kg이나 됩니다. 이 무게를 저 여린 줄기 하나가 버티고 있다니 참으로 놀랍지않습니까?  

 

 

 

 

바구니에 가득찬 행복과 나눔의 기쁨

 

6월 하순부터 익어가기 시작한 토마토는 7월 들어 매일 한 바구니씩 수확을 할 정도로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안겨 주고 있습니다. 70~80퍼센트 정도 익으면 빨리빨리 따 주어야 위층에 달린 토마토가 빨리 커가며 익을 기회를 주고, 또 무게도 덜어줄 수 있지요. 폭염 속에서 잘 익은 토마토를 따다 보면 더위도 잊어버릴 정도로 기쁨이 큽니다. 

 

 

 

 

 

수확을 한 토마토는 물론 가장 먼저 우리 집 밥상에 토마토 주스, 토마토케첩, 토마토야채조림, 토마토냉콩국수 등 여러 가지 음식으로 둔갑하여 올라옵니다. 토마토가 우리 몸에 얼마나 좋은 지는 말씀을 구구히 드리지 않아도 잘 아실 겁니다 

 

 

 

 

토마토는 타임지가 선정한 '건강에 좋은 10대 식품' 중 첫 번째로 꼽힐 만큼 각종 영양이 듬뿍 들어 있고, 효능 또한 뛰어나지요. '토마토가 익으면 의사의 얼굴이 파랗게 된다'는 속담이 생길 정도이니까요. 토마토를 많이 먹으면 그만큼 병에 걸리지 않아 환자들이 줄어들어 의사들이 일거리가 없어진다는 뜻이지요  

 

 

 

 

요즈음 저는 매일 토마토를 한 바구니씩 따내며 '바구니에 가득 찬 행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토마토는 서울에 있는 아이들과 가까운 지인들에게 보내 나누어 먹고 있습니다매일 바구니에 가득 찬 행복과 나눔의 기쁨을 주는 토마토 덕분에 한여름 폭염도 거뜬히 이겨내고 있으니 그야말로 일거 양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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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정말 후덥지근 하군요. 21년만이 폭염이라고 합니다. 내일은 태풍과 함께 비가 내린다니 좀 시원해 지겠지요. 태풍이 불어와도 좋으니 시원한 빗줄기가 제발 쏟아져 내려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산과 들에 있는 모든 식물들이 목이 타고 있습니다. 벌과 참새, 각종 곤충들도 우리 집 수도꼭지를 비행하며 목을 축이고 갑니다.

 

 

 

 

그러나 아직 비는 오지않고 태풍전야처럼 고요하기만 합니다. 늦은 밤 나는 토마토 대박을 안겨준 데바와 토마토의 자연령에게 감사를 드리며, 하늘을 우러러 기도를 해봅니다.

 

"데바의 신이여, 이 땅에 가뭄을 해갈시켜줄 수 있는 단비를 내려 주소서!"

 

(2015년 7월 11일 밤, 비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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