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4일, 심장병으로 입적
2009년 한국자비공덕회 창립
네팔 어린이 교육불사 매진
12명으로 시작해 현재 120명
입적소식에 깊은 애도와 슬픔
▲ 명조 스님. |
명조 스님은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위치한 작은 토굴인 향운사에서 도반 지상 스님 함께 지난 15년 동안 검소하고 소박하게 살아가며, 어려운 가운데서도 부처님의 자비정신을 몸소 실천해왔다. 지병인 심장병으로 오랫동안 투병생활을 했지만, 신도들과 함께 지난 2009년 6월 ‘남을 위해 기도하는 모임’인 한국자비공덕회(www.kjb.or.kr)를 창립해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앞장을 서왔다. 스님은 몇 사람 안 되는 회원들과 함께 매일 남을 위해 기도를 하며 모은 작은 보시금으로 네팔 칸첸중가 인근에 살고 있는 가난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일을 시작했다.
네팔에는 공부를 하고 싶으나 집안 형편이 어려워 부모님의 농사일을 돕거나, 스스로 생활비를 벌어야 하기 때문에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는 어린이들이 많다. 이 어린들이 한 달에 1000루피(약 1만2000원)면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스님은 집안 형편 때문에 공부하지 못하는 어린이들을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발원을 했다.
명조 스님은 많은 돈이 모아질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매월 모아진 작은 보시금으로 단 몇 명의 아이들이라도 학교에 가서 공부할 수 있도록 했다. 스님의 뜻에 따라 한국자비공덕회는 2010년 1월, 최초로 12명의 가난한 네팔 어린이들을 선정해 초등학교에 입학시켜 장학금을 후원하기 시작했다.
“부처님께서 탄생하신 나라 네팔에 열두 명의 아들딸을 가르치게 되어 너무나 기쁩니다. 이 아이들을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전문대학교를 마칠 때까지 12년 동안 후원하여 사회에 진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가 생전에 다하지 못하면 우리 후손들에게 유언을 남겨서라도 이 아이들이 학업을 끝까지 마칠 수 있도록 후원합시다.”
열두 명의 어린이들에게 처음으로 장학금을 전달하던 날, 향운사 작은 토굴에서 20여 명의 회원들과 함께 기도법회를 마친 후 스님은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 스님은 장학금 후원이 1회성에 그치면 효과가 없다며, 한 번 장학생으로 선정해 심은 ‘희망의 씨앗’을 초중고와 전문학교를 마치고, 자립을 해 사회에 진출할 수 있을 때까지 돕자고 강조했다.
▲ 명조 스님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고 있는 네팔 어린이들. |
지난 5월 부처님오신 날 명조 스님은, 이제 네팔의 아들딸들이 12명에서 지난 6년 동안 120명으로 늘어나 공부를 할 수 있게 됐다며 감격해 마지않았다. 그렇게 어려운 가운데서도 남을 돕는 일에 앞장섰던 명조 스님이 갑자기 입적하게 되자, 평소 스님을 따르던 한국자비공덕회 회원들과 장학금 후원을 받고 있는 네팔 어린이들은 큰 충격과 함께 슬픔에 휩싸였다.
명조 스님의 입적 소식을 전해들은 네팔 현지학교에서는 하루 동안 학교수업을 중단하고, 각 학교마다 명조 스님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애도의 묵념을 올리며 추모의 날을 보냈다. 명조 스님의 갑작스런 죽음에 후원을 받아 공부를 하고 있는 네팔 어린이들의 슬픔은 부모를 잃는 듯 컸다. 그만큼 어려운 가운데서도 남을 돕고자 했던 스님의 자비정신이 네팔 어린이들의 가슴 속에 깊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스님의 갑작스런 죽음에 깊은 애도와 슬픔을 금치 못하고 있으며, 스님의 영혼이 평화롭게 잠들고, 건강한 육신으로 부처님 탄생지인 네팔에 다시 태어나서 못다 이룬 중생제도를 위해 큰 뜻을 펼치길 바란다는 조문을 전해왔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59호 / 2016년 9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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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