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Australia

[태즈마니아] "요정펭귄"들의 짝짓기

찰라777 2007. 11. 30. 11:58

[호주 태즈마니아 비체노 해변 펭귄서식지]

 

짝짓기가 한창인 태즈마니아 "요정펭귄"

'개 통금시간'을 제안하며 펭귄을 사랑하는 호주인들

   

 

"엇! 드디어 나타났다!"

"쉿, 조용히! 가만히 바라보가만 하세요."

 

 

어둠이 깔리기 시작할 무렵 호주 태즈마니아 비체노의 펭귄서식지인 해변에 도착을 했을 때, 검푸른 파도에 실려 해변으로 하나 둘 상륙을 하는 꼬마 펭귄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해가 짧은 봄철인 태즈마니아는 순식간에 어두워진다.

 

태즈마니아는 호주 대륙의 남쪽으로부터 240km나 떨어진 빅토리아 주와 남극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섬으로, 면적은 남한 크기의 절반인데 인구는 고작 50만 명이 넘지 않는다. 대륙과 완전히 고립되어 있는 이 섬은 오랜 시간 종(種)간의 교류가 적은 탓에 다른 대륙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동식물들을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비체노에는 요즈음 '요정 펭귄'으로 알려진 '페어리 펭귄(Fairy Penguin)'들의 짝 짓기가 한창이다. 해마다 9월부터 11월 사이에 펭귄들이 알을 낳기 위하여 가장 많이 나타나는데, 이 시기에는 보통 200~300마리의 펭귄무리들을 볼 수가 있다. 펭귄들은 부화기인 8월부터 점점 수요가 늘어나 11월까지 절정을 이루었다가 12월부터는 수요가 줄어든다는 것.

 

안내원은 플래시를 비추며 수면위로 떠오르는 펭귄들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두 마리가 나타나더니 펭귄의 수요는 점점 늘어났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꼬마 펭귄인 '페어리펭귄' 떼들의 상륙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하얀 배를 들어내고 뒤뚱뒤뚱 걷는 모습이 너무나 귀엽다. 마치 돌을 갓 지난 아이처럼 아장아장 걷는 자태가 너무 앙증맞고 귀여워서 보는 이의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번지게 한다.

 

처음엔 서핑을 하듯 파도를 가르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펭귄들은 파도에 밀려 해변에 나뒹굴러지기도 했다. 뒤뚱거리며 상륙한 펭귄들은 전열을 가다듬고 마치 잘 훈련된 병정처럼 리더의 신호에 따라 열을 지어 뭍으로 서서히 행진을 시작한다.

 

인간들에게 화가 난 요정펭귄들

 

어디로 가는 걸까? 잠시 멈추어 서서 동태를 살펴보던 펭귄들은 날갯 짓을 하며 수풀이 우거진 모래언덕으로 방향을 틀었다. 수풀 속에는 녀석들이 파 놓은 둥지나 사람들이 흙이나 나무로 만들어 놓은 보금자리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를 인도한 안내원은 마치 펭귄처럼 뒤뚱거리며 재치와 익살로 우리들을 시종 웃기며 안내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둥지를 열어 짝을 지어 사랑을 하고 있는 펭귄들을 매우 조심스럽게 보여 주었는데, 그럴 때마다 사랑의 현장을 들켜 화가 났는지 펭귄들은 괴성을 질러댔다. 그는 둥지에 들어 있는 아기펭귄의 모습도 보여주었다.

 

우리는 숨을 죽이며 정해진 코스를 따라 펭귄들의 보금자리를 가만가만 걸어 다녔는데, 펭귄들은 인간인 우리를 볼 때마다 못 마땅한 듯 소리를 지르거나 서성거리다가 수풀 속으로 사라졌다. 수컷은 마치 '으르르 꽈르르' 하고 트럼펫의 낮은 음처럼 암컷을 꾀는 소리를 냈다.

 

 

요정펭귄들의 사랑의 현장

 

 

 

그런다가 아주 운이 좋게도 마침내 우리는 펭귄들이 교미를 하는 사랑의 현장을 직접 포착하게 되었다. 어둠 속을 사이좋게 걸어가던 펭귄 한 쌍이 슬그머니 멈추었는데, 그 중에 수컷으로 보이는 녀석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암컷 위로 올라가더니 암컷의 머리를 쪼면서 꼬리는 좌우로 빠르게 흔들고,  작은 날개를 퍼덕이며 사랑을 하기 시작했다.

 

수컷은 두 날개로 암컷의 옆구리를 계속 '달달달' 두들기면서 교미를 계속했다. 수컷은 부리로 연신 암컷의 머리를 부드럽게 조아리며 날개로는 암컷의 정수리를 다독거리듯 어루만지고 있었다. 너무나 사랑스럽고 정겨운 장면이다.  

 

한창 사랑을 하다가 난데없이 플래시가 자신들에게 터뜨려지자, 녀석들은 하던 짓을 잠시 멈추며 화가 난 듯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 우스꽝스럽던지 관람객들 모두 "꽈르르" 하며 폭소를 터뜨려야 했다.

 

페어리 펭귄은 보통 2개의 알을 낳아, 암수가 교대로 품고 있다가 35일 후에 부화를 하여, 아기펭귄을 어미가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아 게워 먹이며 키우다가 털갈이를 하면 바다로 내보낸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사랑을 하던 요정펭귄들은 매년 짝을 바꾸는 바람둥이로 18~20퍼센트이상이 이혼 한다나....

 

땅거미가 진 뒤 어둠 속에서만 이동을 하는 요정펭귄들의 습성은 녀석들만의 생존전략이다. 대낮에 이동을 하였다가는 갈매기나 독수리 같은 포식자에게 잡아먹히기 십상이므로 낮에는 바다에서 먹이를 찾거나 놀다가 컴컴해진 밤에만 보금자리로 돌아간다고 안내원은 귀띔을 한다.

 

 

조경사와 음악선생의 펭귄 사랑

 

비체노 펭귄투어사(Bicheno Penguin Tours)는 이곳에 사는 조경사인 폴 메일(Paul Male)과 음악선생인 닉 워드로(Nic Wardlaw)씨에 의해서 1992년에 설립되었는데, 이들은 타즈마니아 해변에서 서핑을 하다가 만난 자연을 사랑하고 보호하는 영혼의 동지들이다. 어느 날 그들은 비체노 해변에서 서핑을 즐기다가 들고양이와 개들에 의해 수난을 겪고 있는 펭귄들을 발견하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폴과 닉은 펭귄서식지에서 들고양이를 몰아내거나 사살하고, 개들의 접근을 막아 펭귄들이 안전하게 서식을 할 수 있도록 흙이나 나무로 둥지를 만들었다. 그 결과 많게는 600마리의 펭귄들이 부화기가 되면 안심하고 나타나게 되었다고 한다.

 

페어리펭귄은 키 16인치(40cm), 몸무게 2.2파운드(1kg)로 지구상에서 가장 작은 펭귄으로 이곳 태즈마니아와 호주 남부해안에 주로 서식을 하고 있다. 이들은 낮에는 바다 속에서 정어리나 멸치 같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고, 저녁에는 둥지로 돌아와 새끼들에게 물고기를 게워 먹이기도 한다. 이들 꼬마펭귄들은 하루에도 자기 몸무게의 절반이 넘는 500g을 먹어치우는 대식가들이라니 그저 놀랍기만 하다.

 

꼬마펭귄은 수영실력도 대단하여 최대 시속 6.4km로 헤엄을 치고, 수심 70m까지 잠수를 한다고 한다. 하루에 보통 15~20km까지 이동을 하지만, 어떤 놈은 2000km나 멀리 떨어진 곳까지 헤엄을 쳤다는 기록도 있다고 한다. 페어리펭귄의 수명은 대부분 6~7년 사이인데, 25살까지 사는 최고령자도 발견되었다고 한다.

 

1995년도에는 약 20명의 관광객이 이곳 비체노에서 페어리펭귄을 구경하던 중 갑자기 두 마리의 개가 나타나 15마리의 펭귄을 물어 죽이는 끔직한 사태를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은 채 그 자리를 떠나야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고 안내원은 말했다.

 

펭귄을 공격한 개는 래브라도와 로트와일러 종으로 알려졌는데, 비체노 펭귄관광사는 이 개들의 소재를 알려주는 사람에게 5백 달러(약 45만원)의 현상금을 걸고, 시 당국에 '개 통금시간'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한다.

 

펭귄을 물어 죽인 개에게 현상금까지 내걸고 '개 통금시간'까지 들고 일어서는 이곳 호주 사람들의 자연사랑은 각별하다는 생각이 든다. 약 1시간 반 동안 비를 맞으며 안내원을 따라 펭귄서식지를 돌아본 우리는 매우 흥미롭고 재미는 있었지만, 펭귄들의 사랑현장을 몰래 지켜보거나,  둥지에서 조용히 쉬고 있을 펭귄들을 귀찮게 하여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자신만의 '사랑의 현장'을 들키게되면 그 누군들 화가 나지 않겠는가?

 

 (2007.10.27 호주 태즈마니아 비체노 펭귄서식지 해변에서. 글/사진/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