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밀로돈의 동굴에서 만나 거인 '야후'

찰라777 2008. 6. 7. 22:30

밀로돈의 동굴에서 만난 거인 '야후'

 

 

파타고니아를 여행 하다보면, 모험가들의 탐욕과 천재들의 영감이 여기저기에 번뜩거리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가 있다. 파타고니아는 탐험가 마젤란(1480~1521)의 욕망이 마젤란 해협에 서려있고, 셰익스피어(1564~1616)가 말년의 희곡 '템페스트(폭풍우)'의 영감을 얻은 곳인가 하면, 진화론자 찰스 다윈(1809~1882)을 사로잡은 매력이 야생의 땅이기도 하다.

 

 

▲파타고니아 밀로돈의 동굴에서 만난 거인 밀로돈 형상. '걸리버여행기'에 나오는 야후의 모델이란다.

 

 

그런가 하면 파타고니아는 생텍쥐페리(1900~1944)의 '야간비행'의 소설무대이기도 했으며,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거인의 모델을 제공한 땅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근세에 '파타고니아'란 소설을 남기고 요절한 천재작가 부르스 채트윈(1940~1989)의 눈에 비친 파타고니아는 훨씬 업그레이드 된 흥미를 유발시킨다. 그 중의 하나가 밀로돈의 동굴이다.

 

채트윈은 44세에 중국을 여행하던중 사망했다. 마젤란은 세계 항해일주를 하던중 필리핀의 어는 섬에서 고국으로 돌아가기도 전에 죽었고, 생텍쥐페리는 그가 평생 타고싶었던 비행기 추락사고로 숨졌다. 천재는 박명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던 일을 하다가 세상을 떠나는 것은 여한이 없는 삶일 것 같다.

 

 

밀로돈(Mylodon)은 약 1만년~250만 년 전 인류가 발생하여 진화하기 시작한 신생대의 첫 시기인 홍적세의 퇴적층에서 발견된 화석으로 육상 느림보의 멸종된 동물이다. 길이가 약 3미터에 달하는 이 느림보 거인은 곰도 아니고, 인간도 아닌, 묘한 모습을 하고 있는 동물이다,.

 

조나단 스위프트는 '걸리버 여행기'에서 자연 상태의 인간도 아니고, 종교의 힘으로 개화될 인간도 아닌, 야만적인 쾌락과 잔인함, 탐욕에 빠진 야후의 모습을 신랄하게 풍자하고자 했다. 즉, 야만적으로 타락한 인간의 탈을 쓴 야후의 모습이 바로 그것인데… 밀로돈이 바로 야후의 모델이라는 것이다(▲사진:  파타고니아 밀로돈 동굴에 있는 밀로돈의 형상).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야후(Yahoo)'의 창립자 제리 양과 데이비드 파일로가 그들 자신이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인종인 야후의 후예라고 생각하며 우연히 그들이 개발한 포탈사이트의 이름을 'Yahoo'라고 명명하였다. 그런데 그 이름이 야만성과 탐욕을 잠재적으로 지니고 있는 세상의 인간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사이트가 될 줄을 그 누군들 알았겠는가!

 

 

사람은 때로는 누구나 인간의 탈을 쓴 밀로돈이 되고자 할 때가 있는 법이다. 그럼 나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이미 남미에 도착한 그날부터 거의 야수의 모습으로 변해 있는 나는 밀로돈의 모습이라도 보지 않고서는 파타고니아를 도저히 떠날 수가 없었다. 우리는 파타고니아 바람의 신이 인도하는 길을 따라 밀림을 헤치고 밀로돈의 동굴을 찾아갔다.

(▲밀로돈 동굴 표지판)

 

밀로돈의 동굴로 가는 길에는 야생의 타조인 '난두'와 구아나코들이 무리지어 우리들의 길을 환영이라도 하듯 무리지어 뛰놀고 있었다. 그들은 인간의 모습을 생전 처음 구경이라도 하듯 멍청하게 고개를 빼 밀고는 거의 뻔뻔스럽게 지나가는 인간의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들은 인간을 피해 도망간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드디어 죠스의 아가리처럼 생긴 밀로돈의 동굴이 보인다. 동굴 입구에는 정말로 동물도 아니고 인간도 아닌 밀로돈의 묘한 형상이 오른손을 번쩍 들고 서 있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 밖을 내다보면 영락없이 상어의 이빨 같은 무시무시한 동굴의 모습이다. 이런 동굴에서 밀로돈은 야수처럼 타락한 모습으로 살아갔다고 한다. 이 지역에는 이와 같은 밀로돈의 동굴이 수십 개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떨어져 나가는 빙하 속에도 혹시 밀로돈의 생체가 발견되지는 않을까?

 

 

 ▲밀로돈의 동굴 안에서 바라본 동굴입구. 마치 죠스의 아가리처럼 무시무시하게 생겼다.

 

 

남미여행이 끝나갈 시기에 당도한 파타고니아! 내 발은 이미 퉁퉁 부어 원주민의 발처럼 커져 있었고, 미처 깎지 못해 텁수룩하게 긴 수염은 도망자나 은둔자를 방불케 했다. 강열한 햇볕에 검게 탄 구릿빛 피부는 영락없는 야만인의 모습 그대로다. 아니 몸집만 거인처럼 크다면 밀로돈을 닮은 야만인처럼 보이리라.

 

“당신 그 꼴이 영락없이 야만인처럼 보이는군요.”

 

“하하, 그래. 밀로돈을 닮은 야후처럼 보이질 않소?”

 

"에그, 정말 제발 그 수염이나 좀 깎아욧!"

 

밀로돈의 동상 앞에 서 있는 나를 보고 아내가 징그럽다는 듯 표독스런 모습으로 나를 나무란다. 그러나 나는 이미 밀로돈을 닮은 야만인이 되어 있었다. 나는 인간의 탈을 쓴 '야후'의 모습으로 파타고니아를 어설프게 헤집고 다니고 있었다. 그러나 내 모습은 아무리 보아도 천재의 영감은 커녕 돈키호테를  수행하는 판초의 애매모호한 모양이다.  ^^

 

 

▲ 파타고니아에 야생하는 구아나코와 난두

 

 

 

 ▲소떼를 몰고 가는 파타고니아 원주민들의 모습

 

 

 

 

 

Daum 블로거뉴스
블로거뉴스에서 이 포스트를 추천해주세요.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