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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한 사랑에 빠진 마젤란 펭귄

찰라777 2008. 6. 11. 07:38

 

쿨한 사랑에 빠진 마젤란 펭귄

 

 

 

▲ 쿨~한 사랑에 빠진 마젤란 펭귄이 긴 포옹을 하고 있다. 파타고니아 세노 오타웨이 해협

 

 

 푼타아레나스에 도착한 다음날 아침나절 우리는 마젤란 펭귄을 보기 위해 오타웨이 해협으로 갔다. 1만페소에 택시를 대절하여 펭귄서식지로 가는 길은 파타고니아의 전형적인 팜파스가 전개되고 있다.  푸른 초원을 가르는 양떼와 소떼, 낮은 하늘, 자동차마져도 뒤뚱거리게 하는 강한 바람.... 어서 빨리 코믹한 펭귄친구를 만나겠다는 생각때문에 길이 더디기만 하다.

 

마젤란 펭귄의 서식지 세노 오타웨이(Seno Otaway) 해협에 당도하자  이방인의 몸뚱이를 태평양으로 날려 버릴 듯 더욱 세찬 강풍이 윙윙 불어대고 있었다. 바람 때문에 우리는 정말 펭귄처럼 뒤뚱거리며 겨우 해변에 닿았다. 푼타 아레나스에서 약 60km 북서쪽에 복잡한 피오르드로 이어진 오타웨이 해협은 야생 ‘마젤란 펭귄’이 짝을 지어 알을 낳는 보금자리다. 그러나 이곳은 1년 내내 거의 이렇게 바람이 분다. 

 

극지방의 빙판이 아닌 한여름 철에도 이처럼 귀여운 펭귄을 볼 수 있는 파타고니아는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초현실의 세계다. 라마와 이상한 타조 난두, 귀여운 펭귄, 그리고  끝없이 넓은 팜파스에 시종 강한 바람이 불어대는 파타고니아의 초원은 이상한 나라 엘리스에 온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할 정도로 지구촌의 낯선 풍경이다.

 

 

▲ 뒤뚱뒤뚱 걷는 펭귄들은 귀엽다 못해 앙증맞다. 펭귄들은 언제나 연인끼리 짝을 이루어 다닌다.

 

 

 

긴 포옹을 하는 마젤란 펭귄은 철저한 일부일처제...

 

마젤란 펭귄은 10월부터 3월 사이에 남극에서 오로지 번식을 하기 위해 긴 여정을 이곳까지 헤엄을 처 온다. 그리고 순식간에 오타웨이 해협은 펭귄들이 사랑에 빠지는 러브호텔로 변한다. 이곳 오타웨이에는 해마다 1만 마리 정도의 펭귄이, 푼타아레나스에서 멀지않은 막달레나 섬에는 15만 마리의 펭귄들이 번식을 위해 모여든다. 생존을 위한 펭귄들의 처절한 사랑과 근성은 인간이 배워야 할 생존전략이 아닐까?.

 

 

▲ 바닷속에서 포식을 하고 나온 펭귄들이 몸치장을 하고 있다. 펭귄은 뛰어난 잠수부이자 수영선수다.

최대 15시간 동안 물속에서 헤엄쳐 다니며, 한번에 거의 10여분 정도 긴 잠수를 하기도 한다.

 

 

툰드라의 수풀을 헤치고 해변 가까이 근접을 하자 귀공자 같은 마젤란 펭귄들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다. 풀은 모두 육지 쪽을 향해 누워있다. 항해자들이 진저리를 쳤던 파타고니아의 바람 때문이다. 16세기 초 마젤란 함대가 최초로 발견을 하였다하여 ‘마젤란 펭귄’이란 이름을 달고 다니는 이 펭귄들의 특징은 눈자위와 목 밑에 흰줄로 장식을 하고 있다.

 

"도대체 바람때문에 숨을 쉴 수가 없군요."

"허지만 조금만 더 와서 저기 펭귄을 좀 봐. 바람은 아랑곳 하지않고 깊은 포옹을 하고 있어."

 

수풀 속에서 쿨한 사랑에 빠진 한쌍의 펭귄이 서로 엉크러져 긴 포옹을 하고 있다. 마주 서서 부리를 맞대고 있는 모습이 뜨거워 보인다. 백주의 대낮에 내놓고 애정행각을 벌이는 이들의 사랑은 퍽 노골적이다. 내가 가까이 가서 카메라를 들이대고 사진을 찍고 있는데도 아랑곳 하지않고 펭귄들의 사랑은 계속 진행형이다. 다만, 잠시 우리를 흘긋 처다 보았을 뿐 펭귄들의 뜨거운 사랑은 지속된다.   

  

마젤란 펭귄은 철저한 일부일처제를 유지한다. 금실이 좋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이들은 6개월 전에 수컷이 먼저 와서 둥지(땅굴)를 파놓고 나서 하늘을 향해 구애의 노래를 부르면, 암컷이 내숭을 떨며 찾아든다. 해변에서 멋진 미팅을 끝낸 펭귄 커플은 수풀에 구멍을 파 놓은 보금자리에서 알을 낳은 다음 잉꼬부부가 차례로 알을 품으며 새끼를 부화 시킨다.

 

 

  

▲마젤란 펭귄들의 귀여운 포즈. 키 약 70cm로 가슴과 눈 자위에 흰 줄이 있다.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도 지극해

 

식사 때가 되면 수풀 속 땅굴에서 나온 그들은 열을 지어 바다로 사냥을 나간다. 펭귄의 걸음걸이는 느린 것처럼 보이지만 딴전을 피우다가는 금새 놓지고 만다. 냇물을 건너고 언덕을 톡톡 뛰어넘으며 뒤뚱뒤뚱 걷는 모습은 정말이지 안아주고만 싶을 정도로 귀엽다. 바다동물 가운데 인간처럼 걸어다니는 동물은 펭귄밖에 없으리라.

 

 그러나 일단 바다에 도착을 하면 펭귄은 타고난 잠수부이자 수영선수가 된다. 한번 들바다어가면  2시간~15시간까지 수영과 잠수를 즐긴다. 물론 대부분의 시간을 먹이 사냥에 할애를 한다. 물속에서 한 번에 거의 10분간 잠수를 하는 페활량을 가지고 있다.

 

녀석들이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은 지극하다. 부인 펭귄이 늑장을 부리면, 남편 펭귄은 부인이 올 때까지 가지 않고 점잔을 빼며 멈추어 서서 기다리는 예의를 지킨다. 기다리는 넉살이 그만이다. 서로가 배려하고 기다려 주는 여유가 인간보다 훨씬 나아 보인다. 당신은 이 시간 부인을 위해서, 혹은 남편을 위해서 어떤 예의를 지키고 있는가?  금실 좋기로 소문난 마젤란 펭귄으로부터 세기의 부부 금실 법을 배워보지 않겠는가?

 

 

파타고니아에서 글/사진 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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